이원욱 “국민의힘보다 못하고 인적쇄신 없어”
김두관 “대국민 공약 어기면서 총선 이기길 바라나”
이낙연 “혁신 없이 따라가는 단합이라면 죽은 단합”
험지 출마·연동형 선거제 등 요구엔 시큰둥
선거 승리만 위한 ‘단합’ 당위성에 문제 있어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합을 강조하면서 내홍 조짐을 보이는 당 상황을 수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도부를 향한 비명계 등의 비판수위는 더 높아지면서 갈등 봉합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 “단합 기조” 공언한 이재명과 ‘수박’ 용어 파기한 재명이네 마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자칫 민주당 지지층이 분열돼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최근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에 적극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13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에도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은 내년 총선에서 단합과 혁신을 통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 최대한 통합과 단합의 기조 위에 혁신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선지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개설자이자 유튜브 채널 ‘명튜브’ 운영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딸이란 용어는 현재 명칭 파기됐다. 문자 폭탄 보내거나 현수막을 거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파기된 개딸 분들의 행동이 아니고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한 행동인데 개딸분들이 억울하게 뒤집어 쓴 경우도 있고 실제로 재명이네 마을에서 문자폭탄을 보낸 회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한 데 이어 “수박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자는 운동을 재명이네 마을 안에서 올해 초부터 열심히 했다. 저희는 적극적으로 수박이란 용어를 근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원칙과 상식’에서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을) 탈퇴하면 된다. 대표님과 지지자들의 서로 마음이 중요한 거지 탈퇴하고 안 하고 이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글 올린 지 한 1년 정도 지나서 휴면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모습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친명계로 분류되는 원외 인사의 비명계 현역의원 지역구 출마도 당 내홍을 격화시킨다고 판단한 듯 지도부에선 친명 원외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영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이 강병원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로 출마하려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논의를 했고 ‘주의’ 조치까지 전한 것으로 알려져 결국 김 위원장도 지난 12일 은평을 출마 선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6일 “누구나 열어놓고 소통, 대화하고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며 이 전 대표와도 만날 뜻을 밝혔던 이 대표는 오는 18일 열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할 이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이 자리에서 만나볼 계획인데, 다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 전 총리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계획에 대해선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 전 대표에 대해선 “개관적으로 봤을 때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대표님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아 접점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현재 회동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18일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 계기 회동 가능성에 대해 박 대변인은 “정치인의 만남이 그냥 단순 만남도 있겠지만 어떤 정치적인 중요한 과정에서의 만남이라고 하는 것은 성과도 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반면 같은 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정치인은 사진 찍기 위해서도 만나기도 한다. 서로 다툼이 있더라도 가급적 두 분이 만나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여한이 없게 서로 그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만남 성사’ 자체만으로도 의의를 둔다는 시각차를 보였다.

◆ 이재명의 ‘소통’ 행보에도 회의적 시선 보낸 민주당 의원들, 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한편 자신과 뜻이 다른 당내 인사들과도 적극 소통할 가능성을 열어뒀음에도 일각에선 여전히 이 대표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 모양새인데,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당 지도부를 향해 요구한 사항들이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선거 승리를 위해 협조하라는 반응만 내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의 이원욱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권력 친명기득권 정치인들은 꿈쩍도 안 하며 요직 차지하고 공천권을 쥐고 있다. 오영환, 홍성국 의원과 같은 선하면서도 뚝심이 강했던 정치인들조차 지쳐서 민주당을 이탈하고 있다”며 “그들이 민주당의 문을 열고 나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가 그들을 버렸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 중국 홍위병처럼 고립작전, 비난작전만 펼치고 있다”고 친명계 측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민주당은 지금 국민의힘보다 못하고 인적쇄신이 없다. 꼼수정치의 페이지마다 민주당이 있고 이 대표가 있다. 험지 출마 요청에도 병립형 선거제 퇴행으로 최고로 안전한 비례로 나갈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며 “장제원 의원도 (불출마 선언) 하는데 이 대표는 왜 못하는가. 친명 주요 인사들은 왜 안 하는가. 선도적 결단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무게를 싣는 지도부를 향해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하라고 호소해온 초선의 이탄희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 선거법만 지켜 달라”며 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이 대표 압박에 나섰다.

심지어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던 이 대표의 발언까지 꼬집어 이 의원은 이날 “멋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꾸고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선거제 퇴행을 위해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하는 무리수를 두면 총선 구도가 흔들리고, 국민의 정치혐오를 자극해서 투표율이 떨어지고 47개 비례대표 중 몇 석이 아니라 총선의 본판인 253개 지역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김두관 의원마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병립형 야합을 하면 민주당은 분열된다. 민주당이 분당되고 야당이 난립하면 수도권 박빙지역은 백전백패할 게 뻔하다”며 “지난 대선 운동 기간에 의총까지 열고 국회 계단 앞에 서서 선언까지 했던 정치개혁 약속이 어디 보통 약속이냐. 어떻게 이런 대국민 공약을 어기면서 총선에서 이기길 바라나. 75명 연동형 비례제와 위성정당 방지 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의 결의를 무시하고 병립형 야합으로 쐐기를 박겠다는 것 같은데 제동장치 없는 고장 난 기관차가 내리막길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지도부를 성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이날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제로 간다면 국민의힘은 무조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병립형 회귀에 분명히 무게를 실었으며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 역시 같은 날 KBS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우리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거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가지 않으면 국민의힘은 최소 20석에서 최대 30석 먼저 앞서 나간다. 출발점은 똑같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비단 선거제 문제 뿐 아니라 이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전 민주당 권리당원 백광현 씨는 이상민 무소속 의원의 도움을 받아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기도당 윤리심판원이 자신에 대해 이 대표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제명을 의결한 점을 꼬집어 “이재명 측근들로부터 허위사실 관련 고발당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같은 당이라고 침묵해야 한다면 그건 민주정당이 아니라 공산당”이라며 “독재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당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은 제가 비판해왔던 돈봉투, 코인, 법인카드, 접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분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절차상 하자도 명백하다. 윤리위원장이 교체되고 또 다른 징계 청원이 추가되었음에도 제게 반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우편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명을 통보했다. 제가 최근 수천명의 권리당원들과 함께 이 대표 직무정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소송의 채권자인 저의 권리당원 신분을 제거하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우리 안의 부도덕을 청산하자는 것은 내부 총질이 아닌 내부 청소다. 국민들을 향한 지지 호소는 이 청소를 마친 후에 시작하는 게 당연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 ‘신당 창당’ 공식화한 이낙연 “아무 말 말고 따르라는 건 죽은 단합”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 206호)에서  당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관 206호)에서  당대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또 이 전 대표까지 같은 날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 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비난한 민주당 김민석 의원을 겨냥 “그 사람들 정치는 욕밖에 없나 싶다”고 응수한 데 이어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선 “얘기해봤자 부질없다”며 “절망하는 국민들께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겠다는 방향이 확실하다. 새해 초에 새 희망과 함께 말씀드릴 것”이라고 신당 창당할 뜻을 분명히 했다.

창당 진행 단계에 대해 “아주 실무 작업의 초기 단계”라면서도 이 전 대표는 “욕심대로라면 제1당이 돼야 한다. 지금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게 최상”이라며 자신의 신당 창당 행보를 비난하는 데 대해선 “국민들에게 새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고마워 할 일이지 화낼 일이 아니다. 양당 모두 싫다는 분들께 대안을 제시해드리는 것이지 양당 좋다는 사람을 빼오자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이 대표와 다시 힘을 합칠 생각은 없는지’ 묻는 질문엔 “지난 7월 만났을 때도 그분은 단합을 얘기했고 저는 혁신을 통한 단합을 얘기했다. 혁신 없이 아무 말 말고 따라오라는 게 단합이라면 죽은 단합”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양항자 의원 및 금태섭 전 의원과의 연대에도 “그렇게 가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긍정적 반응을 내놓으며 창당 멤버에 대해선 “이제 함께 모아져야 될 것이다. 사람들의 거취라는 것은 남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친명계에선 이 전 대표 신당과 관련해 안민석 의원이 앞서 같은 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뭉쳐서 이기라는 건데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시대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일찍이 압박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의 창당 의지만 굳힌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안 의원의 경우 ‘친명계가 이재명 사수로 총선을 치르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 대표가 이재명인데 이재명 중심으로 라인업이 짜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는데,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조차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면 민주당에 손실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많은 분들이 철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도리어 자신감을 보이기도 해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친이낙연계로 꼽혔던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명, 비명 갈라치기도 총선 승리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기에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단일대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신당은 민주당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창당을 반대한다”는 신당 불참 입장을 내놓기도 해 장차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민주당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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