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이 '여학생 얼굴'을 주먹으로 집중 가격
사건 후 피해자 부모가 가해자 부모에게 전화도 먼저 걸어
가해 학생, 사건 후 SNS에 '즐겁게 놀러 다니는 사진' 게재
격리조치 했다고 하지만, 가해 학생과 계속해서 부딪혀
학교 측 "교육청으로 이관한 사건"…교육청 "할 수 있는 부분 없어"
학교측과 교육청 서로 떠넘긴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어...3주째 미결
피해 학생측 "가해 학생이 사과를 한다면 용서해 줄 의향이 있어"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M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학생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폭행의 이유는 사소한 말다툼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는 현재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주 째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학교 앞 정문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시사포커스 탐사보도 유튜브 채널 'The Spot' 캡쳐
시사포커스 탐사보도 유튜브 채널 'The Spot' 캡쳐

시사포커스 탐사보도부 취재진은 파주 M고등학교에 방문해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피해 여학생의 아버지는 "제 딸아이가 90kg 정도 나가는 남학생한테 주먹으로 얼굴 다섯 대를 맞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가해 학생 부모 측은 지금까지 찾아와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전화도 제가 먼저 걸었다"며 "전화 통화를 월요일에 했는데, 화요일에 바로 (가해 학생 부모 쪽에서) 변호사 선임을 했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취재진은 사건 직후 피해 학생과 아버지의 통화 녹음 내용을 입수해 들어 봤는데요. 피해 학생은 아버지에게 울먹이며 "길이 엄청 좁은 곳에서 가해학생이랑 어깨를 부딪히고 말다툼을 조금 했는데, 그 이후 반에 찾아와 욕을 하며 나를 불러냈다. 그러고선 '너 같은 애들은 치면 합의금 달라고 할 거잖아'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때려보라고 하니 주먹으로 얼굴을 네 번 가격하고 뺨까지 때렸다"라고 말을 합니다. 이어 놀란 아버지가 피해 학생에게 "때렸어?"라고 묻자 딸은 "얼굴을 맞았는데, 나도 치면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아 안 때리고 쳐다만 봤다"라고 합니다.

피해 여학생의 눈 부위에 멍이 들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피해 여학생의 눈 부위에 멍이 들어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폭행 사건 이후 가해 학생의 행동은 더 놀랍습니다. 마치 자신이 사건 이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듯, SNS에 자신이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사진들과 영상들을 올렸다고 합니다. 또 피해 학생의 주장에 따르면 가해학생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 피해 학생을 엄청 쳐다보고 갔으며, 어떤 날에는 학교에서 격리조치를 행했음에도 점심시간에 피해 학생의 반에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피해 학생은 당시 상황들에 대해 "눈을 피할 수밖에 없고, 무서웠다"라고 취재진에게 전했습니다.

사건 이후 가해 학생 SNS에 올라온 게시물(사진=제보자 제공)
사건 이후 가해 학생 SNS에 올라온 게시물(사진=제보자 제공)

이번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님에게 "무조건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계속해서 마주치는 일이 발생했고, 이에 피해 학생 부모님이 항의하자 "(격리 기간)인 7일이 지났으므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는데요.

취재진이 직접 학교에 방문해 교감선생님을 만나 해당 사건에 대해 물으니 "사건 직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격리 조치를 취했다. 자체적으로 분류를 한 상태고, 가해 학생한테 피해 학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안내를 했다"며 "하지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층이 다르다 보니 이동할 때 가해 학생이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는 있었을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여러 가지 (교육부 방침) 매뉴얼이 바뀌다 보니 학교가 자체적으로 화해시키고 학부모들끼리 만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 그래서 학교에서 처리하기가 어렵겠다 싶어 교육청으로 이관을 시켰다"라며 "학교가 해당 사건을 처리했으면 더 많은 행동을 취했겠지만, 지금 학교는 조사해서 이게 학교가 처리할 사항인지 교육청으로 넘길 사항인지 판단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사건 담당 교육청의 입장은 어떨까. 교육청은 피해 학생 아버지에게 "(가해 학생과 자꾸 만나게 되는) 사안에 대해서 학교가 모르니까 피해 학생이 더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아니냐. 학교 측에 긴급조치를 내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게 맞아 보인다"라며 "현재 저희의 행정 시스템으로는 교육청에서 이러이러한 상황이니까 학교에 '긴급조치를 내리십시오'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취재진은 이어 가해 학생 측의 입장도 들어봤습니다. 가해 학생은 "폭행 사건 때문에 취재하러 왔는데, 왜 때린 거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손사래를 치며 지나갔습니다. 가해 학생의 부모 역시 기자의 질문에 아무 답변 없이 "끊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피해 학생과 아버지는 "가해 학생이 진정한 사과를 한다면 용서해 줄 의향이 있다. 사과를 받으면 상처가 조금은 치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