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박민식 등 적극 출마 의지 드러내…한동훈 등판 여부에도 이목 집중
원희룡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할 것”
박민식 “윤 정부를 제대로 지킬 파이터가 필요한 것” 험지출마에도 긍정적
한동훈 “제가 진퇴하는 것은 제가 정하는 문제가 아냐” 신중한 입장 취해
하태경 “원 장관, 한 장관은 수도권 선거 도움 돼...이겨야 대통령 위한 길”

(좌측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인지도 있는 윤석열 정부 내 ‘스타 장관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해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를 위한 선봉대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 겨눈 원희룡 “걸림돌 잡고 희생할 것”…전광훈 집회 논란도

이미 ‘험지 출마’ 의지까지 보이면서 총선 등판 가능성을 적극 내비쳐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행보가 우선 가장 활발한데, 앞서 지난 4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국토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원 장관은 “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가장 큰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이고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당 간판을 달고 선거 치른 사람이기에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총선 역할론’에 한껏 무게를 실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정치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보수통합과 중도 확장을 위한 역할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일 생각”이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함께 해야 된다는 뜻을 밝혔고 “집권연합보다 국정운영 연합이 더 넓어지는 쪽으로 가야 좋은 정치”라는 정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원 장관은 같은 날 저녁 전광훈 목사가 참석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를 찾아가 논란에 휩싸였는데,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정청래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도지사 시절 원 장관이 전 목사 주도 집회에 참석한 보수 인사들을 비판했던 과거 발언을 꼬집어 “원희룡의 말로 원희룡을 때리는 것 같아 원희룡이 처연해 보인다”고 원 장관을 직격했고,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원 장관이 전 목사 만난 적 없다고 얘기했지만 거짓말인 게 드러났다. 전 목사가 있는 방까지 찾아가고 전 목사를 만나는 모습이 드러났다”고 한 목소리로 원 장관을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미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일국의 장관이 임기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이 극우 목사의 앞이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다시 전 목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원 장관과 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이에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원 장관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경북지역 장로연합회가 있는데 와서 같이 해줘라’ 해서 본인이 간증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간 것이다. 전 목사와 원 장관을 연결 지어 흠집 내려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반박했다.

또 원 장관 스스로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기독교 모임 참석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제 소신은 보수의 혁신과 통합, 그리고 중도외연확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은 저와 맞지 않다”며 “게다가 저는 아직도 장관의 신분이며 지난 모임은 정치 모임이 아니었다. 특정인이 참석했다고 해서 그를 지지하기 위해 갔다는 식으로 짜맞추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해당 집회 참석으로 논란엔 휩싸이기는 했으나 당시 집회에서 원 장관의 발언을 통해 내년 총선에 어디로 나설 것인지 가늠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다가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공언해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대선잠룡으로 꼽혔던 원 장관으로선 이 대표의 지역구에 등판해 맞대결이 성사될 경우 일단 선거 승패를 떠나 이 대표와 동급의 대권주자로 무게감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대표가 지역구 수성전을 펼쳐야 되는 입장이기에 정치적 부담의 정도는 이 대표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원 장관이 솔선해서 험지 출마에 나섰던 만큼 ‘자기희생’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메기 효과’까지 여당 내에 일으킬 수 있어 당 혁신 측면까지 고려하면 일석이조인 셈인데, 그래선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원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도권 선거에 도움 된다. 수도권 선거에서 이겨야 윤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동훈 “진퇴? 제가 정하는 문제 아냐”…하태경 “전국 지원 나가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 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 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하지만 지난 4일 개각 발표 당시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 장관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인데, 그는 6일 오후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총선 출마설과 관련 “저는 정무직이지만 임명직 공직자다. 제가 진퇴하는 것은 제가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본인 거취에 대한 공을 인사권자에게로 넘겼다.

특히 이날 정책의총 참석이 여당 신고식이란 평가가 나온다는 질문에도 한 장관은 확대해석을 경계한 듯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정책을 정부여당이 논의하는 통상적인 직무수행이고 다른 장관들도 이렇게 설명한 전례가 많을 것”이라며 “당 측에서 전체 의원님들께 한번 설명해드리는 게 좋겠다고 제안 주셨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내에선 한 장관 역할론을 적극 띄우는 분위기인데, 하 의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지금은 셀럽인데 셀럽이 항상 당의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이 위기인데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역할을 해야 정치 리더로 설 수 있다”며 “당의 얼굴이 돼야 한다. 한동훈이 전국 지원 유세를 나가줘야 한다. 첫 출마자들이 자리 잡기 위해선 국민들이 익숙한 그런 사람들이 ‘이 사람 찍어주셔야 됩니다’ 이래야 효과가 있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사람이 한동훈”이라고 역설했다.

급기야 그는 한 장관을 향해 “관료라기보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결단해서 나오는 게 좋다. 이번 총선은 한동훈의 시간”이라며 “지역구는 추천하고 싶지 않고 비례대표 수도권 후 순번으로 뛰면 좋겠다. 한 장관 같은 경우 우리 당의 간판이기 때문에 ‘우리는 전국구 45%를 목표로 하겠습니다’해서 45%면 그 자리 몇 등 그런 식으로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한 장관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데, 박용진 의원은 6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한 장관을 꼬집어 “정치하려고 그러겠지만 여기저기 사진 찍던데 진짜 좋아 보이지 않고 5개월 가기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는 걸로 그러는 거거든요”라며 “한 장관은 본인이 이번에 등판하게 되면 다음 지방선거까지 2년, 그리고 대선까지는 3년이라고 하는 거칠고 험한 자갈길이 있다. 그 과정에서 한동훈의 한계, 한 장관의 비호감이 점점 커질 거라서 지금 저렇게 해가지고는 쓰겠나 싶다”고 부정적 전망을 펼쳤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한 장관의 총선 출마 방식에 대해선 “비례는 안 갈 것 같고 센 사람하고 붙어야죠”란 입장을 내놨는데,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한 장관의 총선 등판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니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조차 한 장관이 과거 이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했는지를 놓고 여야 간 격한 공방이 벌어지는 등 한 장관이 정계 입문하기 전인데도 정치권 내 그의 존재감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 박민식 “당에서 윤 정부 지킬 ‘파이터’ 필요하다는 요청 많이 받아”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윤 정부에서 한 장관과 원 장관 외에도 재선 의원 출신이자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인 박민식 장관 역시 주목 받는 인물 중 하나인데, 6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온 박 장관은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이다. 제가 20여년 넘게 여기 거주하고 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 부산에서 분당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며 “출마했다가 안철수 의원이 올 때 양보했지 않나.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분당을이 나한테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박 장관은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분당을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지적엔 “당에 필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해 적재적소에 전략을 짜지 않겠나.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당의 전체적인 총선 전략에 같이 궤를 맞춰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는데, 그러면서도 당에서 험지 출마를 요청할 경우에 대해선 “중요한 것은 총선 승리해서 윤 정부를 지키고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되지 않겠나. 거기에 필요하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박 장관은 “당에선 중심축을 잡아줄 자원을 많이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하면 윤 정부를 제대로 지킬 파이터가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요청을 많이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실제로 내년 총선 결과는 윤 정권의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을 좌우할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으로서도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데다 여전히 정권 지원론보다 정권 견제론에 힘을 싣는 유권자가 더 많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 상황도 ‘스타 장관들’의 총선 출마가 필요하다는 여당의 절박감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유권자 2016명에게 실시해 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현 정권 견제를 위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46.4%로 나온 데 반해 ‘국정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37.6%에 그쳤고 ‘제3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비율은 15.9%로 집계됐는데, 비록 2주 전 치러진 직전 조사 때보다 양당 간 격차는 줄었지만 지역구 의석의 절반 가까운 수도권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선 것으로 나와 여당의 위기감이 잦아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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