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장관 출마와 ‘슈퍼 빅텐트’라는 카드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여서 선거 승리를 좌우할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동훈 출마에 힘 싣는 與…장예찬 “총선 흔들 비장의 카드”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총선 출마에 우선 기대를 거는 분위기인데,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20일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아직 정식으로 말씀 안 하신 것 같은데 환영한다. (출마) 결정된다면 참 좋은 일일 것”이라며 “한 장관이 굉장히 신선하고 좋지 않나. 제가 이민 정책위원이라 이민 정책 토론할 때 많이 만났는데, 아주 합리적인 분이고 저보다 젊지만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 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그런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며 사실상 한 장관처럼 인지도 있는 다른 내각 인사들도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는데, 일각에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천 계양을 출마설이나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설이 돌고 있고 이밖에도 전·현직 국회의원 출신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박진 외교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출마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이들 중 한 장관과 비교할 만큼 그 영향력이나 파장이 상당한 인물은 찾기 어려운 실정인데, 그래선지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KBS1 라디오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 차원에서 한 장관에게 이번 선거에 꼭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이나 제안 등이 앞으로 적극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총선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라며 “만약 한 장관이 정치권으로 나오게 된다면 다음 총선에 출마하는 거의 모든 후보가 자기 지역에 지원 유세 와달라고 한 장관에게 엄청나게 요청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장 최고위원은 아예 “다른 어떤 영입 인재나 정치적 호응보다 (한 장관 출마가 총선에 미칠 영향이)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 진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출마가 점쳐지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같은 올드보이들이 귀환하고 있는데 보수진영에선 한동훈이라는 86세대보다 훨씬 더 젊은, 그리고 장관으로 행정경험을 쌓은 새 유형의 인물이 국민적 지지와 관심을 받으면서 등장하게 된다면 당연히 반대급부로서 더 긍정적 영향이 크게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한 장관이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하는 것인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특정 지역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장관이라는, 3시간 동안 대구 지역에서 줄 서게 만드는 이 정치적 자산을 저희가 전국적으로 최대한 많이 잘 활용하는 게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일단 앞서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했던 한 장관은 오는 21일엔 대전, 24일엔 울산을 방문하는 등 직접 전국 각지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어 총선 출마설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20일 채널A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나와 “한 장관은 12월에 법무부장관을 그만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여의도로 갈 것”이라며 한 장관이 비례대표 후순위 순번을 받아 선거를 지휘하거나 ‘서울 종로’에 출마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 혹은 총선에 불출마하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국무총리로 갈 가능성 등 3가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말 아끼는 한동훈…그럼에도 벌써 韓 겨냥 ‘집중 견제’ 봇물

하지만 한 장관은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구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로부터 ‘주말 사이에 총선 출마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란 질문엔 “그 질문에 대해선 충분히 답을 드린 것 같다”고 답했으며 ‘내일 대전을 방문하는 게 총선 출마 행보로 해석된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구글링 해보라. 저 말고 다른 장관들도 그런 업무를 많이 했다”고 응수하고, ‘총선 출마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언제 밝힐지’ 묻는 질문에도 “이런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 정도 드리겠다”고만 답하는 등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여당의 지속적인 출마 요구를 수용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이날 “보도, 추측, 관측은 하실 수 있는 거고 저는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씀 정도 드리겠다”고 말했는데, 이 같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앞서 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데 대해서도 “굉장히 정치적인 행보다. 이런 게 진짜 스타”라며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가 봉사활동을 작년에도 계속했는데 사진이 지금 나왔다는 것도 그렇고, 최근 법무부장관 검증 보도 나온 것도 그렇고 실제로 출마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한 장관이 대구를 찾아간 이유에 대해선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보는 게 단순히 TK지지율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움직인 게 아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를 기반으로 제3신당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준석발 신당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혈을 하나 찔러야 하는데 한 장관이 대구를 찌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출마 선언할 당시 대구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메시지를 냈던 것과 오버랩 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가운데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상당히 고착화하는 분위기에서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의 황태자 또는 후계자 이미지로 선거에 진입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고 오히려 앞으로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한 모습을 많이 보일 것”이라며 “한 장관이 (정치에) 뛰어들기로 한 이상 감수했다고 본다. (한 장관이) ‘대통령에게 뭐라 할 수 없다’ 하는 순간부터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윤 대통령은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한 장관의 차별화를 어느 정도 양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한 장관이 비례대표로 출마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거듭 “그런 역할을 한다면 한 장관이 사실상 총선의 얼굴로 나서는 건데 아마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않고선 힘들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왔던 제 입장에서도 (한 장관과) 누가 더 잘하나 경쟁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전날 그는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도 “한 장관은 공직자로서 계속 쌓아온 커리어가 있고 일정 부분 국민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한 장관과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장 최고위원이 같은 날 KBS1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은 정작 이 전 대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이 전 대표가 계속 한 장관을 언급하는 것은 혼자서 견제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타인을, 특히 이 정부의 국무위원을 정치적으로 평가할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한 장관 대신 이 전 대표에 맞불을 놓기도 했다.

한편 야권에서도 한 장관의 총선 출마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저마다 평가를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영남권의 무소속 돌풍, 이준석 신당 영향 이런 것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한동훈 밖에 더 있나. 자꾸 수도권 얘기하는데 한동훈 대구 출마가 설득력이 있고 이준석이 대구에 나간다면 한동훈이 이준석하고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도권에 (한 장관을) 놓으면 그 지역 올인할 수밖에 없어 굉장히 어려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데 그게 총선에서 효과적인가”라고 말했다.

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장관이 총선 출마하게 되면 출마지역은 대구일 거라고 본다. 그리고 전국 선거를 지원하는 그런 역할을 하겠으나 함정이 그렇게 되면 한동훈 대 이재명의 구도로 총선이 치러지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지금 벼르고 있는 게 윤 정권 심판하겠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윤석열의 아바타 한동훈이 나서면 정권심판론이 더 강화될 것이고, 그래서 한동훈 혼자선 당선될지 모르겠지만 한동훈 등판은 국민의힘의 참패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與 ‘슈퍼 빅텐트’ 카드도 주목…김기현 “민주당 분도 깊게 봐”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한 장관 카드 외에도 ‘슈퍼 빅텐트’라는 새로운 카드도 거론해 눈길을 끌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적 인사의 영입 못지않게 많은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모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 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분과 함께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며 “개딸에 휘둘리는 지금의 민주당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는 분들이 비록 소수나마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우리 당은 국민통합형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출중한 인물들이 우리 정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이끌겠다. 대한민국의 발전적 미래를 진정 생각하는 모든 분들의 동참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는데, 총선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야당에게까지 열어놓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민주당에선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가서 제 역할이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그걸 받아줄 토양이나 분위기라면 저는 개의치 않고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며 이 ‘빅텐트’에 동참할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도 앞서 지난 17일 조정훈 의원이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온다고 하면 저부터 버선발로 나가 맞아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김 대표의 발언이 실체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 최고위원은 2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활동을 오래 지켜봤고 방송에서도 만났는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중도로 나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혁신위와 만나 특강하는 내용도 듣고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귀 기울여 들은 다음, 이 의원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는지 지켜보고 차근차근 진행해야지 막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면 될 일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해 당장 속도를 내기보다는 오는 21일 대전에서 있을 혁신위의 이 의원 초청 강연 등을 듣고 판단해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제3지대’ 신당세력 구축을 모색 중인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의 연대 제안을 받았다. 함께 하자는 말은 쭉 오랫동안 했는데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얘기한 것은 최근이고 고위급 대부분(이 제안했다)”이라고 국민의힘의 러브콜이 있었음을 밝혔는데, 다만 양 의원은 “과거의 인식처럼 ‘몸집 키워서 흡수될 거다’ 이거 하고는 전혀 거리가 멀고 그걸 원하는 국민들은 없을 거라 본다. 제3당은 꼭 필요하고 저희는 한국의희망으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흡수 합당되는 구도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이 시점에 ‘슈퍼 빅텐트’를 거론한 데에는 이 전 대표 신당을 비롯한 제3세력으로 인해 자칫 보수층 표심을 결집시키지 못하게 될까봐 이들을 사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다만 만일 야권 출신 인사들의 빅텐트 참여가 이어지더라도 이들 역시 총선 공천을 기대한 동참일 수밖에 없어 무작정 ‘빅텐트’ 규모를 키울 경우 공천 과정에서 기존 국민의힘 총선 출마 후보들과의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도 있는 만큼 지도부에는 이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 역시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