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이준석·금태섭과 오찬 회동 “두 사람 지향하는 바가 똑같아”
이준석, 신당 창당 본격화 “정치개혁 관심 있는 다양한 분들 만날 것”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촉각 세운 여야, ‘우려 반, 견제 반’ 뒤섞인 목소리
이준석 신당 영향력?, 0석에서 많게는 50석까지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와
당내 단합 외치고 나선 여야 지도부, 이재명은 개딸 과격 행동 때리기도
조응천 “숨을 쉴 수가 없어”···탈당 시사했던 비명계. 신당 합류하게 될까?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신당 창당 행보를 걷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인 금태섭 전 의원과 전격 회동을 가지면서 ‘제3지대 빅텐트론’이 일단 시동을 켠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이준석-금태섭 오찬 회동, 김종인 “두 사람은 함께할 수밖에 없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양당에서 모두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으면서 중도층 외연 확장 전략 구상에 출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치 원로의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은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이준석 전 대표 및 금태섭 전 의원과의 3자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 이사장은 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이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하기 때문에 지향하는 바가 똑같다. 함께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보기에는 취지가 거의 비슷하다. 둘이 서로 융합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제3지대 빅텐트 성사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무엇보다도 김 이사장은 “지금 두 큰 정당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것 같다. 국민 의식이 달라졌는데도 옛날과 똑같은 정치를 하려고 하니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정치 세력 쪽으로 가면 결국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신당 창당론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 아직 해보지도 않았는데 뭐 되느니 안 되느니 그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 일단 지켜보면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 내심 제3지대 빅텐트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다.

◆ 이준석 신당 규합 움직임 본격화 “앞으로 다양한 분들과 대화 나눠 갈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 나아가 김 이사장은 민주당 내 ‘비명계’(비이재명)의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 논의할 필요도 없다. 비명계가 필요에 따라 가는 것이다. 그들도 민주당에서 공천이 보장된다면 민주당에 있을 것이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다만 과거 제3정당이 실패한 원인은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끼리 모여 당을 만드니까 될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서도 합류 시점에 대한 가이드를 시사했다.

즉,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이 함께 꾸리는 신당에 참여하려면 당내 공천 경쟁이 시작된 시점에서는 합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해 준 셈인데, 즉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공천 우려 때문에 신당에 합류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생길 수 있기에 이를 염두하여 빠른 결단으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경고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금 전 의원과의 회동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태섭 의원님과 오며 가며 자리할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정치 개혁을 주제로 대화해 볼 기회는 처음이었다”며 “정치개혁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들과 앞으로 대화를 나누어 가겠다”고 소회를 밝혀 사실상 이 전 대표도 본격적으로 정치 세력 규합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가 모두 공천권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세력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상황이라고 관측하면서 국민의힘의 ‘반윤’(반윤석열)과 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 세력이 탈당해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이 함께하는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이준석 신당에 촉각 세운 여야, 김두관 “중도층 이동하면 40~50석 가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그래서인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모두 ‘신당 창당설’에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당내 통합과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신당 창당에 대한 견제와 우려의 목소리가 연신 뒤섞여 나오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10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대구 남구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영남 신당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고 중도층이 이동하여 40~50석은 모을 것 같다고 내다보며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특히 김두관 의원은 “현재 선거제나 정당 구도상, 유력대선 주자가 없는 정당은 잘 안되는 게 생리라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이 전 대표의 새 보수정당이 탄생하면 민주당의 중도층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렇지만 여야 양당 중에 어느 쪽에 더 손해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민주당의 혁신이 보이지 않고, 지도부가 너무 당을 느슨하게 운영하는 위기감에 지도부에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며 “그 이유는 ‘사즉생’의 각오로 지도부가 앞장서면 전체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험지에 출마하면 마치 죽으러 가라는 것으로 해석해서 참 당황스럽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고, 더 나아가 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으로 험지 출마했던 사례를 알리면서 당의 혁신을 재차 촉구했다.

◆ 우려와 견제 목소리 뒤섞인 여권, 박정하 “이준석, 너무 게임하듯 하고 있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도 이 전 대표의 신당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가 굉장히 정치 경험도 많고 이런저런 고민도 많이 하는 정치인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게임을 하듯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박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해 “쉽게 표현하면 ‘광 팔기 수법’이 아닌가 싶다”며 “지금과 같이 정치 혐오가 점점 심해지고 국민들의 투표율도 조금 낮아지고 이런 상황에서, 지금 우리 구도에서 제3당이 과연 지역구 내에서 얼마나 뿌리를 내릴까 하는 데는 제가 볼 때는 회의적”이라고 부정평가를 내리며 견제구를 던졌다.

또한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의 영남 기반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무운을 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역할을 추진한다면 이 전 대표의 신당은 0석이 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신당 김빼기를 시도했다.

다만 이준석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일원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제가 신당 창당 얘기를 계속 꺼내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만약 이 전 대표가 창당을 하게 된다면 저는 과거 2008년 친박연대 모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며 “일각에서는 스펙트럼 굉장히 넓게, 정의당·비명계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것도 좋지만 선거는 전쟁이다. 전쟁은 이쁘고 착하게 치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전쟁이 벌어지면 무조건 이겨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김기현 대표는 전날 열린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듯 “혐오, 비난, 분열의 언어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집안 대·소사를 앞두고 이모, 고모, 숙모, 삼촌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외가 쪽, 친가 쪽 구분 짓기보다 모두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당을 위한 진지한 고민, 나라를 위한 진정성 있는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 비명계 탈당 시사해 눈길, 고심 커진 이재명 “개딸 과격 행동, 도움 안 돼”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 빅텐트가 시동이 걸린 가운데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들의 정치 행보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는데, 친명계와 비명계의 공천 갈등이 커지는 기류가 흐르면서 일단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상민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여서 정치권은 관심이 집중됐다.

더군다나 조응천 의원도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 출연하여 “숨을 쉴 수가 없다.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면서 “(당의 체질 개선과 혁신을 위해 일단) 12월까지 노력은 다해 볼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탈당과 신당 행보 가능성을 열어뒀고, 김종민 의원도 같은날 같은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끝까지 이재명 대표가 안 바뀌면 정치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해 비명계 의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비명계 인사들의 이탈 움직임을 직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자신의 강성지지층인 개딸들의 과격 행동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 쓴소리를 하고 나서 이목을 끌었는데, 이 대표는 전날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딸들이 김종민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 난입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진짜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이라면 생각해 보라”며 “이런 과한 행동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질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렇듯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거대 양당의 지도부들은 사실상 제3지대 빅텐트로 당내 인사들이 빠져 나가 선거 구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엿보이는 속에서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도 점차 가속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과정과 결과의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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