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띄우는 이준석, 대구 출마 ‘무게’…거대양당 논의 중인 선거제도 ‘변수’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조응천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전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조응천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5개월 남은 시점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양당 대결 구도를 흔들 만한 ‘제3세력’이 부상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과연 성공 가능성은 있는지, 또 변수는 무엇인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대구 출마 내비친 이준석…“반개혁적 인물과 승부”

먼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며 연일 정부여당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는데, 대구를 찾은 이 전 대표는 9일 동대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전날 인터뷰에서 ‘만약 신당을 하게 된다면 대구에서 가장 어려운 곳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신)당이라는 것은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 회피하지 않겠다”며 “정치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겐 쉬운 도전일 수 있겠지만 새로 뭔가 시도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도전이 있다면 그 아성을 깨는 것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보수의 아성’으로 꼽히는 대구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인데, 이 전 대표는 ‘대구의 가장 어려운 지역을 나름대로 마음속으로 정했나’란 질문엔 “대구의 12개 지역구 모두 다 신당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운 도전일 것”이라며 “저는 대구의 국회의원 중 좋은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만약 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15대 총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이 13개인 대구 의석 중 겨우 2석만 얻은 데 반해 자민련이 8석을 차지한 사례까지 들어 “대구 도전이 어렵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 60대, 70대가 돼서 윤석열 정부를 많이 사랑해주는 분들이 30대, 40대 때 했던 선택”이라며 “다시 한 번 변화를 만들어 달라”고 보다 분명하게 대구 출마 의지를 드러냈고, “대구의 문제를 고민해온 대구의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걱정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여 단독 출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은 같은 당 주호영 의원에 대해선 “대구에서 중진의원으로서 항상 많은 조정자 역할을 해온 분으로 이분을 혁신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환자를 잘못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놔 일단 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전 대표는 “환자는 서울에 있다.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고 불출마하라”며 혁신위를 향해서도 “국민들이 지탄하는 대상이 누군지 정확히 진단하고 쓴 약을 강제로 입을 벌려서라도 먹이는 게 혁신위원장 역할”이라고 직격했는데, 이에 비추어 그가 맞서고자 하는 ‘가장 반개혁적 인물’은 대구에 출마하려는 대통령실 혹은 정부 쪽 인사나 ‘친윤 핵심’ 의원일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이준석이 신당 차리면 김기현은 먹잇감 된다’고 주장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선 “홍 시장은 당의 원로로서 당의 정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아마 당을 바라보고 정확한 지적을 한 게 아닌가”라고 호평하면서 “홍 시장이 윤 정부 취임 이후 바른 말을 많이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상임고문 해촉,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통해 입 막으려는 시도밖에 없었다”고 적극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를 냈다.

◆ 문 넓히는 이준석, 신당 창당에 누구 함께 할까

하지만 정작 홍 시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신당 출현하면 내가 이준석 신당 민다고? 나는 지난 30여년간 이 당을 단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난 적 없다”며 “황교안 때는 내가 나간 게 아니라 황교안에게 일시 쫓겨난 것일 뿐 당이 내게 해준 게 없어도 나는 당을 단 한 번도 배신한 적 없다”고 국민의힘을 탈당할 가능성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더구나 윤 대통령도 거침없이 직격해온 이 전 대표와 달리 홍 시장은 전날 오후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 코너에 ‘윤석열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민심이 보기에는 그릇된 결과라는 걸 알고 있다’란 제목의 글에다가 “윤 대통령과는 아직 신뢰관계가 있다. 주변 듣보잡들이 문제”라고 답하는 등 적어도 윤 대통령에 대해선 이 전 대표와 분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08.28일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 사진 / 오훈 기자
08.28일 한국의희망 중앙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 사진 / 오훈 기자

반면 이 전 대표가 직접 찾아가 중요 사안을 논의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지난 7일 오후 “지금 환자는 국민의힘”이라면서도 “용산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지, 그쪽에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당에 변화가 있겠나. 당에 약을 먹이려면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얼굴만 쳐다보는 정당이니까”라고 사실상 윤 대통령을 저격하는 등 이 전 대표와 비슷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그래선지 이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돕고 있는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와도 오는 10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찍이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지난 4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금 대표가 목표로 언급한 ‘30석 수도권 신당’에 대해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금 전 의원만한 인물도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들고 금 전 의원이라고 대통령을 못할 일이 없다”고 발언할 만큼 금 대표에 힘을 실어왔으며 당시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서도 “대권도 준비해볼 수 있는 과정을 겪었으니 한번 준비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손을 내민 바 있다.

다만 뉴시스에 따르면 금 대표 측은 이 전 대표, 김 전 위원장 등 3인 간 회동에 대해 “무슨 의미 있고 공식적인 결정을 하는 자리는 아닌 것으로 안다”며 ‘신당 창당 관련 논의 여부’에 대해서도 “그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는데, 일단 이 전 대표는 9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수, 진보 이런 시대가 아닌 것 같다. 다른 의견은 배척해 내쫓아야 되는 상황 속에서 정치가 다양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함께 할 대상을 크게 넓혀두는 모습을 보여줬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디톡스’에선 “6411번 버스를 타는 노동자들의 삶에 당의 지향을 맞추겠다고 했던 노회찬의 정의당까지 갈 수 있다. 노회찬에 가까운 아젠다들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9일 KBS광주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서 “양당 정치의 폐해, 정치개혁이라는 면에선 동일한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많은 가치들에 대해선 동의할 부분이 있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정의당과 함께 하자고 할 때는 ‘혐오정치는 다시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약속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조건부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뿐 아니라 강 의원은 금 대표나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의 신당과의 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의당이) 이번에 10개 과제, 5개의 약속을 드렸는데 이런 것에 동의한다면 함께 할 수 있겠는데 어떤 양당이 싫다고 해서 이런 가치까지 다 저버리고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문제가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일단 그런 가치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인지 살펴봐야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하지만 금 대표, 양 의원 등과 함께 금요연석회의를 가진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이 소속되어 있는 정의당 내 정파인 ‘세번째권력’은 현재 정의당 지도부 행보에 비판적인 입장이어서 과연 함께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제3지대 구축에 나서고 있는 금 대표나 양 의원 등은 내년 총선 전 거대 양당이 21대 총선처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도록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를 주장하는 등 선거제 개혁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의 경우 이미 지난달 2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을 하게 된다면 비례신당은 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만큼 이들이 함께 하기엔 제3세력의 확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례대표 위성정당’ 선거제 사안에 대해서도 제각기 입장차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비명계도 ‘결단’할까…조국도 ‘몸 풀기’ 시동?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열린 ‘디케의 눈물’ 작가 사인회에서 조국 전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열린 ‘디케의 눈물’ 작가 사인회에서 조국 전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밖에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친명 세력에 점차 밀려 입지가 위축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도 총선 전 어떤 결행에 나설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 이후 당은 사당화의 길로 계속 가고 있고 친명 일색의 당 조직에 현 대표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원외 조직이 생겨 그들이 다 총선 출마한다고 한다. 지금 당 상황이 질식할 지경”이라며 “12월까지 정상적인 당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12월까지 뜻한 대로 안 될 경우 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전 대표 역시 12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공언해 둔데다 조 의원은 “초대장이 온 것도 없고 (이 전 대표 신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둔) 이상민 의원도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금 나가서 신당을 하겠다는 것만 명확히 돼 있을 뿐 비전, 정책, 노선이 어떤 건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합류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인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완전히 아니다’는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비록 비명계 중 김종민 의원이나 이원욱 의원은 전날 이 전 대표 신당과 함께 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으나 민주당 내 비명계 규모가 지난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당시 찬성·기권표 수에 비추어 4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탈당 여지를 내비친 비명계 의원들끼리 총선 전에 민주당을 나가 ‘제3세력’으로 선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상당한 수를 이룬다면 이 역시 총선판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이밖에 앞서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총선 출마와 관련해 “지금 재판 받고 있는데 최대한 소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게 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며 등판 가능성을 열어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조 전 장관은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 중인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자신의 신간인 ‘디케의 눈물’ 사인회를 열고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날 사인회 도중 책방을 방문한 문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포옹하는 등 모습도 보였는데, 비록 이 자리에서 향후 거취와 관련한 발언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날 문 전 대통령과 함께 한 데 이어 오는 10일엔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총선 출마설 등과 관련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관측되는데, 파장을 우려한 민주당에선 이미 조 전 장관 출마에 선을 긋는 상황인 만큼 그 역시 제3지대에서 원내 입성을 모색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