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안 처리하며 ‘대통합’ 나선 與 지도부…냉소적 반응 보내는 비윤계
이준석 “돌아온 이철규...고춧가루 날리는 것, 오만과 편견에 갇혀 있어”
김철근 “차기 총선에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불가 말해야…우려스러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는 내용의 1호 혁신안을 의결하는 등 ‘대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비윤석열계에선 여전히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이러한 당 혁신 노력이 총선 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징계 취소부터 시대전환 합당까지…‘통합’, 총선 승부수 삼는 與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첫 혁신안인 이 전 대표, 홍 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취소안에 대해 “과거 윤리위 징계 결정은 나름 합리적 사유와 기준을 갖고 이뤄진 것으로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돼야 한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했으며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조정훈 의원의 시대전환과 통합하기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요청안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오는 9일 제8차 전국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해 의결했다”고 일정을 밝혔는데, 시대전환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제명 형식으로 복당한 조 의원 1명뿐인 정당으로 조 의원은 그간 ‘검수완박’ 법안이나 김건희 특검법 추진 등에 반대 입장을 내놓다가 지난 21일 국민의힘과의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김기현 체제가 혁신안을 수용하면서 우선 ‘통합’을 골자로 한 당 혁신에 본격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정작 징계 해제된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이날 최고위 결정에 오히려 한 목소리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놨는데,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큰 뜻을 위해 치욕을 견딘다’는 의미인) ‘과하지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기사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현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이 전 대표도 같은 날 채널A ‘라디오 쇼 정치시그널’에 나와 “아주 모순이다. 당 대변인이 방송 나가서 이준석 제명해야 지지율이 3~4% 오른다고 하고 있는데 이 판단대로라면 이상한 사람 아닌가”라며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실제로 지난달 30~31일 리서치뷰가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해 2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3%P 하락한 35%, 민주당은 직전 조사와 동일한 47%로 나왔고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할지 묻는 질문엔 민주당 50%, 국민의힘 34%를 기록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이미 전날 오후 CPBC평화방송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12월은 당에서 뭔가 전열을 정비하고 새 문화를 만들어 총선을 대비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다. 마음 속에 정해둔 게 있는데 12월엔 결단하겠다”며 사실상 ‘중요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일정까지 예고하기도 했는데, 징계 해제라는 통합 시도에도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뿌리 깊은 불신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인재영입위원장에 도로 ‘친윤’…비윤계 “이러고서 무슨 총선?”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당장 이 전 대표는 2일 국민의힘이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을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한 점을 꼬집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명직 당직자 사퇴한다더니 다시 슬그머니 한 달도 안 되어 들어오는 거 보니 ‘사람이 없군’, ‘먹고 살만해졌다고 생각하나보군’, ‘역시 노답’ 세 가지”라며 “총선 앞두고 잘 준비해서 여당 프리미엄으로 꽃가루를 날리고 폭죽을 터뜨려도 모자랄 판에 고춧가루를 날리고 있다. 오늘 인선 보고 대부분 그저 오만과 편견에 갇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인 지난달 14일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해 사무총장직을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당직을 내려놨던 이 의원이 불과 19일 만에 다시 주요 당직을 맡은 점을 비판한 건데, 비단 이 전 대표 외에도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끝끝내 핵심 기득권은 놓지 못하는 살찐 고양이들의 몸부림이다. 이번 인사를 보면 김기현 대표는 내려와야 할 것 같다”며 “‘대통령께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인식이다. 이러고서 무슨 총선을 치르나”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 항해하는데 멀쩡한 배에서 노를 거꾸로 젓고 구멍이나 내는 승객은 승선할 수 없다’, 2023년 8월 16일 의총에서 이 의원이 한 발언”이라며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나.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고 당의 개혁을 바라는 인물은 승선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 의원은 가장 중요한 당직인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은 분명한 경고를 보냈는데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 의원을 보름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올린다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경고를 무시하면 다음번에는 칼이 날아온다. 내년 총선은 전국이 강서구청장 선거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는데,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김 의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인선에 대해 “총선에서 국민에 감동 주고 국회를 발전시킬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대변인은 공천에 영향 미치는 인재 영입을 친윤이 주도하게 될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인재영입과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은 별개다. 결과를 가지고 평가 받고 이 의원도 활동하면서 그런 점을 충분히 감안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반박했는데, 하지만 위원장 인선부터 내부 파열음이 나오고 있음에도 당장 내주 중 조직이 정식 출범할 예정이어서 위원 구성은 물론 장차 새로 영입하는 인사에 이르기까지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민주당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꼬집어 한민수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발탁하며 윤핵검 상륙작전은 이미 시작된 것 같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속속 출마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차곡차곡 윤핵검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으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선거 패배 책임지고 물러난 지 보름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달고 재등장하다니 역시 윤핵관이다.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띄우며 통합과 민생을 강조하지만 국민의 눈을 흐리려는 꼼수였음이 명확해졌고 내년 총선 국민의힘 공천의 기준은 단 하나, 윤심”이라고 직격했다.

◆ 인요한 “월권 안 해”…당 혁신 ‘의구심’, 혁신위까지 옮겨 붙나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변인은 당 혁신의 선봉인 혁신위까지 겨냥 “인 위원장은 검사 공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맹폭했으며 한 대변인도 “인 위원장의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으로 여당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는데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 중진 지역구를 비우려는 의도는 용산 참모, 윤핵검 공천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대변인은 인 위원장이 앞서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께 국민의 목소리를 알려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대통령 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며 (저는) 월권은 하지 않는다. 김기현 당 대표한테도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못한다’고 했던 발언까지 꼬집어 “인 위원장은 수직적 당정관계의 재설정 요구에 ‘월권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기 바쁜데, 그럼 혁신위는 대통령 참모들의 공천 사전 정지작업을 위한 조직이냐. 여당 혁신위원장이 아니라 용산 대변인인가”라고 인 위원장을 거듭 압박했다.

이 같은 비판은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는데, 허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와중에 인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월권’이라고 하고 큰소리 떵떵 치더니 매번 농담, 오보라며 황급히 수습하기 바쁜데 ‘막이래 위원장님’으로 명명한다”고 인 위원장을 비꼬았으며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는 통합을 외치면서 인재영입은 친윤감별사에 맡긴다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란 뜻”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 시절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았던 김철근 전 정무실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는 적어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해야 하고 당정일체의 해체를 요구해야 한다. 차기 총선에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불가를 말해야 하고 새 지도부를 구성함에 있어 대통령실과는 결이 다른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해야 한다”며 “이런 정도 혁신안들이 나와야 하는데 헛다리를 긁고 있다. 심히 우려스럽다”고 혁신위를 혹평했다.

다만 여론조사공정(주)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해 2일 발표한 ‘인 위원장이 역할을 잘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했을 경우 ‘못할 것’이란 응답(48.8%)이 ‘잘할 것’(32.3%)이란 응답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고 무당층에서도 과반인 55.1%가 ‘못할 것’이라고 답했으나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못할 것’이란 응답은 17.7%, ‘잘 모르겠다’는 20%에 그친 반면 ‘잘할 것’이라고 본 비율은 과반인 62.3%로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단 혁신위에선 ‘1호 혁신안’을 지도부가 의결해 징계 해제되자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오신환 혁신위원이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사면하게 되면 범죄 혐의를 판결한 사법부가 그것에 대해 갑론을박하지 않는다”며 “과정에 대해 동의 못해서 그런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되는데 그분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거나 아량을 베풀거나 그런 취지는 아니고 국민들께 우리가 당내 통합을 통해 힘을 모아서 가자는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아울러 그는 전날 ‘희생’이란 키워드로 이뤄진 화상회의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압축할 수 있는 부분을 뽑아내야 되니까 그런 과정들이 있을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언급한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혁신위원들 간 의견 조율해야 되는 과정이 있어 내일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는데, 혁신위는 오는 3일 3차 회의를 열고 ‘2호 혁신안’으로 어떤 것을 내놓을지 논의할 예정이어서 당내 일각의 불신 어린 시선을 불식시킬 수 있는 새 카드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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