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직 인선 교체로 쇄신 나선 與…당내 일각서 “간판 안 바뀌면 의미 있나”
오세훈 “매미가 허물을 벗듯 국민 앞에 겸손하게 민생 최우선 자세 보여야”
野 “선거 패배에도 尹心만 보는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뒤 국민의힘 일각에선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당 대표는 끝내 자리를 지킨 채 임명직 당직자만 교체하고 총선까지 지휘해가려는 모양새인데, 과연 김 대표가 이번 패배를 내년 선거에서 만회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임명직 교체로 ‘친윤’ 색채 완화한 김기현, 당 내부 평가는?

국민의힘에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임명직 당직자들이 총사퇴하고 김기현 대표가 이전보다 ‘친윤·영남’ 색채를 줄인 새 당직자들을 임명하면서 내년 총선을 위한 당 쇄신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은 당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성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나눈 카톡 대화를 뉴시스가 촬영한 사진에는 새 사무총장이 박대출 의원이라고 나온 부분만 제외하면 이후 실제로 발표된 인선 결과와 동일한 명단이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에 대해 “황당하네. 김 대표 쫓겨나겠네”라며 “후임 당직은 시기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서두를 필요 없는데. 연기하자고 해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라고 조 최고위원에게 밝혔다.

이 뿐 아니라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16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의 간판 내지는 최종 의사결정 책임자가 바뀌지 않고 임명직 당직자만 바뀐다면 국민들께 어떤 큰 의미를 드릴 수 있을까. 임명직 당직자를 국민들이 알까. 새로 들어온 임명직 당직자가 누군지에 관해 국민들이 관심이 많을까”라며 ‘총선 패배하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를 겨냥 “총선 참패하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별로 의미 없는 말이다. 총선 패배하면 보수진영이 내리 연패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건데 이게 김 대표의 정계 은퇴와 등가적인 것인가”라고 김 대표를 직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천 위원장은 “(앞으로 총선까지) 6개월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 많은 분께서 김 대표 체제로 총선 치르기 어렵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하고 계실 것”이라며 “선출된 당 대표를 대통령실이 끌어내리는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고 혹시 김 대표가 책임지더라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 그조차 안 좋다”고 사실상 김 대표의 자진사퇴 필요성을 내비쳤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궐선거 패배 후 백가쟁명식 해법이 등장하고 있는데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는 분위기 전환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인화(人和)를 무너뜨린 정치가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나. 매미가 허물을 벗듯 탈피의 자세로 준엄한 국민 앞에 겸손하게 민생 최우선의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당에 ‘고언’을 던졌는데, 급기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 체제로는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유지되면 민심이 결정할 텐데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당에 대한 것들이 계속 악화하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를 받아 지난 10~13일 전국 유권자 2004명에게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대한 긍정평가는 3.7%P 내린 34%에 그쳐 이 기관 조사에선 5월 1주차 이후 약 5개월 만에 35%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반대로 부정평가는 2.4%P 오른 62.2%를 기록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도 지난 5~6일 이뤄진 직전 조사 때보다 4.3%P 하락한 32%에 그쳤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도는 서울에서 10.2%P, 인천·경기에서 4.7%P 하락하는 등 수도권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심지어 당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3.7%P 떨어졌고 이념성향상으로는 중도층에서 5.9%P, 보수층에선 6.5%P 하락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으로 풀이됐는데,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동기 대비 2.9%P 오른 50.7%로 2020년 4월 4주차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50%선을 넘으면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희비가 갈렸다.김기현

다만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당내 분위기와 관련 “김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도 대안이 마땅치 않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서로 내탓 공방하고 책임 공방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 김 대표 중심으로 우선 총선 승리를 위해 단합해서 가되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밝혔으며 이장우 대전시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패할 때마다 장수 바꾼다면 누가 전장을 지휘하겠나. 전장은 이기기도 하고 패하기도 하는 것”이라고 김 대표 유임 쪽에 힘을 실었다.

◆ 김기현보다 윤 대통령 문제?…“국정 기조 안 바꾸면 못 이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심지어 그간 비윤계로서 ‘쓴 소리’를 쏟아온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조차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민 입장에선 당 대표가 바뀌든, 안 바뀌든 상관없다”며 김 대표 사퇴론을 일축했는데, 그러면서도 허 의원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회초리 때렸으면 아프다는 소리도 나오고 아픈 척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것도 못하니 수직적이란 말씀하는 게 아닌가”라며 “민심을 읽고 왜 저희에게 화가 나계신지에 대한 것을 제대로 전하고 잘못했던 것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용산 대통령실에) 하는 분이 많지 않았다. 이쯤 되면 다 용산에 가서 ‘도끼 상소’라도 올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고 선거를 이길 방법이 있으면 저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원래 정상적 정당이라고 한다면 어떤 개별 의원 발언이 아니라 의총 총의로 대통령실에 건의했어야 하는 상황이 맞는데 의총 총의는커녕 오늘 아침부터 나온 메시지들 보면 한 이틀 자고 일어나니 살만한가 보다. 어느 정도로 망해봐야 정신 차리느냐”고 자당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전 대표는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된다는 얘기를, 당은 대통령에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하는 게 그렇게 두렵나.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구태정치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어야 한다”며 대통령을 대하는 여당 의원들의 태도를 비판했고, 이날 채널A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선 “김 대표 체제는 여론조사 5등 하던 후보가 최종적으로 당 대표가 된, 영혼을 끌어 모아서 만든 체제다. 어차피 김 대표의 2기 체제는 2주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인선한 데 대해 “보좌진을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출신으로 두고, 지하철 시위 때 역성들지 않았나”라고 혹평한 데 이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서도 “지금 여당이 가장 부족한 게 윤 정부에 쓴 소리하는 사람인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수행팀장”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 기자회견문을 보니 시의적절하다. 우리 당에는 옳은 말을 호응해주는 풍토보다는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 줄서기를 잘하면 정치생명이 길다는 잘못된 정치문화가 심화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전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는데, 정작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한 데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 尹 “당정 소통 강화하라”…野 “국민은 尹·金에 책임 물은 것”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대통령실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 ⓒ대통령실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도 이번 보선 참패 여파와 지지율 하락 등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분수정원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소통과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하라”고 참모진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에 대해 “우선 정책적 소통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현재도 당정협의회를 하고 있지만 정책 당정을 좀 더 활성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당은 현장, 지역에서 유권자를 대하고 있어 민심을 빨리 전달 받는다. 따라서 당정 소통 강화는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부연했는데, 한편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민주당에선 같은 날 윤 대통령과 김 대표를 싸잡아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당장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께서 보궐선거를 통해 책임을 물은 것은 윤 대통령과 김 대표다. 국민은 지난 강서구청장 보선을 통해 국민의힘에 ‘윤심동체’의 당-대통령실 관계를 청산하라고 지시했는데 쇄신되어야 할 사람이 쇄신하겠다니 어처구니없다”며 “국민 요구를 비웃듯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바지 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용산 거수기 노릇을 계속하겠다는 말이 아니고 뭔가. 김 대표가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있을 것 같나. 김 대표는 출마 타이밍만 보고 있는 대통령실 사람들의 원활한 공천을 위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지도부는 털끝도 건드리지 않은 미봉책이다. 선거 패배에 가장 책임이 큰 당 대표와 지도부는 책임지지 않고 임명직들에게 책임을 물어 교체하는 것 자체가 정치를 희화화시키는 일”이라며 “정작 공천에 핵심 역할 하는 이만희 사무총장은 TK 출신이고 여의도연구원장 맡은 김성원 의원은 지난 호우피해 때 수해현장을 찾아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란 망언했던 인사인데 이런 인물을 발탁하는 게 쇄신이냐. 본인은 책임지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인사로 자리를 보전하려 하다니 무책임 그 자체”라고 한 목소리로 여당을 성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자리보전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지금 여당의 현주소다. 선거 패배에도 윤심만 보는 국민의힘은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으며 국민의힘의 임명직 당직자 교체를 ‘언 발에 오줌누기’로 평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버둥거려도 결국 김기현 지도부 사퇴가 정답”이라고 촉구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민심은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이 변해야 민심이 용서하고 나라가 산다”고 꼬집었는데, 김 대표가 남은 반년 간 이 같은 지적을 극복하고 총선 승리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