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많은 게 무슨 죽을죄냐. 벼슬 욕심내는 게 죄지.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은 부처님보다 더 자비롭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을까. 그래도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저럴 수가 없다는 분노가 끊임없이 끓어오른다.

무엇이 옳고 그르며 무엇이 할 일이고 안 할 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불학무식한 무뢰한이라 할지라도 마음 저 깊숙한 내면에 살아 있는 것은 양심이라는 지울 수 존재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많은 인명을 해친 흉악범이 깊은 밤 독방에서 목 놓아 우는 것을 목격한 교도관의 얘기는 인간의 양심을 생각하게 한다.

양심은 그런 것이다. 지식의 많고 적음과 많이 배우고 못 배운 것과 상관없는 본질적인 것이다.

며칠 동안 TV중계를 통해 청문회라는 것을 지켜보았다. 설사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이라 할지라도 청문회를 본 국민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남의 허물은 들춰내고 즐기는 가학성을 가졌다고 하지만 이번 청문회의 경우는 하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막말로 구경거리가 제법 된다는 말들이 있다.

거기다가 난다 긴다 평소에는 근접도 못할 명사들의 모든 것이 발가벗겨지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가학적 쾌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을 비난할 것인가.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구일까.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들이겠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일 수도 있다. 그들의 가족도 그렇겠지.

그러나 국민의 여론은 어떤가. 국민의 67%가 이들 후보자들이 부적격자라고 생각한다. 이들 부적격자들은 5천 명인가 하는 후보자들 가운데서 뽑아냈다고 한다. 예비심사에서 60%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5천명의 인재 중에서 고른 인물들이 이 지경이니 대한민국의 장래를 생각해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일은 이미 저질러졌다. 장관후보자들 중에서 3명이 떨어져 나갔다. 청와대 대변인은 낙마자들을 위해 이렇게 변명했다.

“대통령과 새로운 정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했다.”

차라리 부적격자라 쫓아냈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솔직하다고 칭찬은 듣지 않았을까.

대변인 말 가지고 시비할 생각 없다. 대변인 말의 진실성은 이미 결론을 냈기에 신경도 안 쓴다. 좀 더 솔직해야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대학교수들이 참 많다. 이 나라의 최고 지성이다. 그들은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정의를 말하고 상식을 말하고 원칙을 말한다.

대의와 명분이 무엇이며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를 위해 몸을 불사르라고 가르친다.

지금 제자들이 청문회에 나온 은사들의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아 지금까지 존경하든 교수님에게 배운 것이 모두가 거짓이었구나. 이렇게 탄식하며 슬픔을 견디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공직자라고 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다. 가난을 미덕이라고 한다면 무능력자의 자기 합리화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에 집착하는 대학교수와 공직자들, 부도덕한 땅 투기로 수십억을 축재한 지식인들도 결코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들이 국가의 최고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자리에 앉는다는 사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어떻게 골랐기에 15명의 장관 후보자 중에서 11명이 부적격자로 오르내리는가. 어떻게 부동산 투기자가 15명 중 7명이나 되는가.

도대체 이들을 추려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린 사람은 누구인가. 적어도 이들이 적격자라고 판단한 근거가 있을 것이 아닌가.

부동산 투기가 적격의 기준인가. 논문표절이 적격사유인가.

박은경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 절대 투기 한 것은 아니다”

김성이 “아이가 중3 때 연합고사에 수석 입학을 해서 그것을 유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청소년 복지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워 시골에 있는 엄마에게 갈 것인지, 미국에 가서 공부할지를 선택하게 됐다.”

이춘호 “유방암이 아니란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고맙다고 오피스텔을 사줬다.

남주홍 “부부교수 25년에 30억 원이면 양반 아니냐.”

이윤호“여의도는 살 만한 곳이 못 돼 송파에 집을 샀다”
“여의도는 자연친화적이지 않다.”
“살 만한 곳이 아니라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 받았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될 걸 예상했더라면 조금 더 신변을 깔끔하게 하고 살지 않았을까”

이 분들이 어느 나라 국민이고 어디에 사는지 지금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정상적 머리로는 분간 할 방법이 없다.

청문회를 통해서 국민들은 장관 후보들이 얼마나 많은 결격사유를 가진 인물인지를 온 국민이 잘 알았다.

청문회를 보면서 투기나 호화주택 논문표절 등의 흠결이 없는 후보들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물들이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엄청난 부작용이 생기리라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그럼 부적격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몹시 불만스러울 것이다.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할 것이다.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시중에 떠도는 말들은 매우 걱정스럽다.

이미 대선기간 중에도 그런 걱정은 있었다.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몰린 온 갓 의혹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만연될 도덕불감증에 대해서 우려를 했다.

이번에 들어난 장관후보자들의 적절치 못한 재산형성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양심과는 얼마나 인연 없이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고 또한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끔찍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이제 한승수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인준을 받고 정식으로 총리에 취임했다. 장관들도 임명됐다. 그러나 내각이 출범하는데 축하의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다. 걱정이 앞선다. 몇 명은 임명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만신창이의 상처를 입은 장관들이 과연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부처의 관리들이 땅 투기나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이나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면서 말썽을 일으킨다면 그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너는 부도덕 하니 사표를 내라고 할 것인가.

질책을 받은 사람이 넌 얼마나 깨끗하냐고 대들면 뭐라고 할 것인가.
도무지 기강이 서질 않고 난장판이 될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한 점 흠결이 없이 완전무결하게 깨끗이 살 수가 있는가. 불가능하다. 다만 분수는 지키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늘이 모르고 귀신이 몰라도 자기 자신만은 안다. 과연 내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내 재산 형성과정은 부끄러움이 없는가. 논문은 가짜가 아닌 순정 품인가. 분수에 맞지 않는 호화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일반 국민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공직을 맡아 모든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은 자신의 흠결을 돌아보며 사양을 해야 제대로 된 인간이다.

수십 년의 공직생활과 대학교수 몇 십 년 동안 쌓아 놓은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모든 것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자손들에게 남겨 줄 자산이 겨우 부끄러운 이름인가.

이번 인사와 관련해서 대통령은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일말이라면 그 밖에 책임은 누구한테 있다는 것인가.

민정수석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총장 등 사정기관의 총수가 모두 영남이다. 지역이 문제가 아니라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정의 능력자는 영남에만 있느냐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고소영 강부자 S라인. 영남향우회. 이것이 시중에 떠도는 유행어다. 유행어는 그냥 유행어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이 삼일절이다. 민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으로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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