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사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

9일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9일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시간 만에 나와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9일 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그저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 아무 관계 없는 도정 관련 얘기로 이 긴 시간을 보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검찰에 연민을 느낀다”며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이런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악습”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에 응할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나”라며 “오늘 조사도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6부는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는데,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별도 점심시간 없이 2시간 조사 후 20여분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8시간 만인 오후 6시40분께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수원지검은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를 통해 “이 대표로부터 건강상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조사 중단 이유를 밝혔는데, 검찰은 이번 조사를 위해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했지만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한 건강상태를 감안해 이날 핵심적인 질문만 요약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검찰에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제출했지만 예상보다 답변 시간 등이 길어지면서 건강상 이류로 조사 종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대표는 이후 오후 7시부터 약 2시간40분가량 조서를 열람한 뒤 오후9시44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왔으며 검찰은 나머지 조사를 위해 이 대표에게 오는 12일 오전 10시30분에 출석해 조사 받을 것을 통보했다.

다만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검찰의 재소환 통보에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추가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끌기 식의 질문이나, 이미 답한 질문을 다시 하거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며 “충분히 신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의 일방적 추가소환은 검찰의 혐의입증이 어렵다는 점만 강조될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검찰 측에선 이날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 진술을 거부하고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조사 도중 오후 6시까지 조사 받고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요구해 검찰이 이를 수용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해 재출석 일자를 정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됐는지 답하지 않은 채 서명날인 없이 일방적으로 퇴실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사실과 달리 검찰에 조사 지연 책임을 떠넘기며 왜곡 비난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민주당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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