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출석 앞두고 ‘나홀로 출석' 예고 등 적극 방어전 펼쳐
李지지자들, ‘이재명에 힘 되도록 많이 모여달라’ 檢출석 응원 호소
李 ‘검찰진술서’ 공개에 촉각 세운 정치권, 與 견제에 野 계파갈등까지
이재명 검찰 가는데 ‘2박3일’ 일정 호남 텃밭 행보 나선 이낙연도 눈길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7일 오전 10시20분에 ‘검찰에 홀로 출석하겠다’는 뜻까지 밝히면서 사실상 적극적인 방어 태세와 여론전에 돌입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검찰 소환에 정면돌파 나선 이재명, ‘이것이 증거’ 연일 적극 방어전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이 대표는 전날(15일)부터 민주당 당원들을 비롯해 소속 의원들에게까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과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지지층 결집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모양새다.

더욱이 이 대표는 이날(16일)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추진을 지시한 증거’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지난 2014년 3월12일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해 작성한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자료와 같은 해 5월21일 국토교통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해명 증거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전날 다른 게시물을 통해 검찰의 ‘백현동 의혹’ 수사 의도에 대해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 정권의 무능을 감추고 민심이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실이 은폐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당원들을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이 대표는 “백현동 용도변경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와 국토교통부 요구에 의한 것”이라면서 “국가(식품연구원)가 그 혜택을 누렸으며, 성남시는 용도변경 이익의 상당부분인 1천억원대를 환수했는데, 검찰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 감사원조차 아무런 문제도 찾지 못했지만, 나중에 무죄가 나던말던 구속영장 청구 쇼에 ‘묻지마 기소’를 강행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저는) 1원 한푼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한 점 부끄러움도 없으니 지금까지 그랬듯 소환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벌써 4번째 검찰 소환된 李, ‘나홀로 출석’ 알리며 지지자 결집 유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10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 / 오훈 기자

다만 이 대표의 이번 검찰 조사는 당대표 취임 이후 4번째 검찰 소환조사인데, 이 대표가 이와 같이 대대적으로 자신의 검찰 진술서를 공개하고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앞서 진행됐던 대장동 및 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조사 당시에 보여줬던 ‘묵비권’ 대응 전략을 펼치려고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내일 있을 검찰 출석과 관련해 이날 ‘홀로 출석할 예정’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나서기도 했는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사무총장이 비공개회의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이재명 대표 혼자 (검찰에 출석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밝혀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 모임에서는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응원 장소가 서울중앙지검 서문에서 중앙지검 정문으로 변경됐다는 공지를 띄우면서 ‘이 대표에게 힘이 되도록 많이 모여 달라’고 호소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 국민의힘, ‘이재명 여론전’에 견제구 “진정성 오해 소지 있어, 처신 잘해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그래서인지 여권에서는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의 행보를 못마땅해하면서 견제구를 던지고 나섰는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홀로 출석한다고 말한 그 상황 자체를 보면) 지지자가 많이 모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혼자 당당하게 출석하겠다는 그 의미가, 진정성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판단해서 이 대표가 처신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검찰 진술서 요약본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하면서 씁쓸함을 표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판사 출신인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서면 진술서를 사전 공개한 것은 결국 지난 조사와 같이 진술을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느닷없이 ‘백현동 용도변경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 때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졌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오리발 전략을 내세웠다”며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지시가 정말 맞다면 진즉 꺼냈어야 할 카드였다. (그러나 지금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이던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 요청에 따른 것이다,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거짓말로 이미 기소돼 현재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 원내대변인은 “오히려 감사원 감사를 통해 2014년 12월 성남시가 국토부로부터 ‘용도변경은 강제사항이 아니다’는 것을 확인한 공문도 발견됐다”고 꼬집으면서 “도대체 이 대표의 습관성 거짓말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들어야 하느냐. 이젠 지겹다”고 힐난했다.

마찬가지로 김민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묵비권 행사 예고’라고 진단하면서 이재명 대표 압박에 가세했는데, 김 대변인은 “결백을 장담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법의 판결조차 ‘언론 플레이’로 피하려는 구차함과 꼼수만 남았다”며 “법이 아닌 여론몰이에 의지하려는 (이 대표의) 작태는 오히려 죄가 많다는 방증인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이 대표를 향해 “묵비권과 억지 궤변으로 일관하는 방탄전 이면에는 더이상 구속을 피할 길 없는 이 대표가 ‘옥중 공천권, 옥중 출마’라도 해볼 요량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고 쏘아붙이면서 “진정으로 법 앞에 당당하다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당장 멈추고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이재명 ‘검찰 출석’에 엇갈린 평가, 민주당 계파 갈등 심화 양상까지

친명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친명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좌)과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한 행보에 대해 여야의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무엇보다도 같은 진영에 있는 민주당 내부에서 평가가 엇갈리면서 계파 갈등 양상까지 엿보여 관심을 끌었다.

특히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검찰 대응 행보를 두고 “(이 대표가 발송한 서한문 등을 볼 때) 이 대표가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이다. 향후 재판에 자신 있다는 것이다”고 해석하면서 긍정 평가했다.

반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검찰 대응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는데, 특히 김 의원은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검찰 출석 현장에) 나와서 정치적으로 옹호한다는 느낌을 주면, 국민한테 ‘야당 대표라고 하는 직위 때문에 정치적으로 보호, 옹호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주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그렇다면 그건 이 대표한테 별로 도움은 안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 이재명 검찰 가는데 호남 행보 나선 이낙연도 눈길···“DJ시절로 돌아가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중간)가 지난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설훈 의원. 오른쪽은 윤영찬 의원. 사진 /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중간)가 지난 5월27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설훈 의원. 오른쪽은 윤영찬 의원. 사진 / ⓒ뉴시스

한편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한 대응 행보를 두고 민주당의 계파 갈등 양상이 심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와 정치적 앙숙 관계에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날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자 텃밭인 광주·전남의 호남 행보에 돌입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18일까지 광주·전남 지역에 머물면서 각계 인사들과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전 대표는 16일 광주·전남 전직 농협조합장과 광산동우회 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의 대외 정책이 매우 어렵게 돼 김대중 대통령(DJ)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면서 “DJ 시절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주변 4강국과 모두 관계가 좋았다. 상인적 현실 감각과 서생적 문제 의식을 가지고 DJ 시절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혁신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이고, 그 혁신을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로 해야 하는데 그쪽으로 가지 못하고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이 바람직한 혁신 방향을 잃었다’고 지적해 관심이 모아졌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출범했던 김은경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도 “가야할 곳을 가지 않고, 엉뚱한 길에서 헤맸다. 혁신위가 도덕적 권위를 잃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이 민주당다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당이 돼야 한다. 도덕성과 유능함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호남 행보에 나선 이 전 대표는 오는 17일 오전에는 광주에서 종교계와 학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며, 오후에는 전남 순천으로 이동해 순천만 국제습지센터에서 지방자치학회 초청으로 ‘미·중 전략경쟁 시대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14주기인 18일에는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해 추도식에 참석한 후에 하의도 주민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며, 같은 날 오후에는 목포로 이동해 자신과 함께 일했던 전남도청 간부들과 만찬 시간을 가진 후 서울로 복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 등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 다지기에 나선 행보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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