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발 가격 인하, 보조금 수혜 감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전기차 구매 회의감
비싼 배터리보다 LFP 배터리 채택 성향, 자동차 조세 정책 개편 영향도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있다. 가격경쟁력이 감소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LFP 배터리 등을 탑재하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 장면 ⓒ시사포커스DB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있다. 가격경쟁력이 감소와 인프라 부족 등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LFP 배터리 등을 탑재하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 장면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전기차 시장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의 넓은 내부 공간, 긴 주행거리 경쟁에서 가성비 혹은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경향성이 강화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테슬라의 중저가 정책이 전기차 시장 전체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충전 인프라 환경이 완비될 때까지는 전기차 구매를 꺼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친환경에 대한 고민이 있는 소비자여도 하이브리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1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총 7만8466 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13.7% 늘었지만 작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 2021년 대비 증가율 63.8%인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 판매량이 줄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2487대로 작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지만 작년 판매증가율은 61.2%, 지난 2021년엔 115.5%였다. 지속적으로 판매증가율이 감소하고 있고 올해는 판매증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

전기차 판매증가율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하향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충전요금상승, 충전 인프라부족, 높은 차량가격, 보조금 축소 등 혜택 감소 등이다.

지난 3월 EV 트렌드 코리아 사무국이 국내 성인남녀 21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여전히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대한 우려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꼽혔다. 2%p 차이인 24%로 차량가격이 뒤를 이었다. 충전소 설치는 19%가 망설이는 이유로 응답했다.

지난 4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에너지정책연구소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 전기차 구매가 꺼려지는 이유라고 응답해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단순히 소비자 취향 문제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어졌다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서울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고 출고한 차량이 올해 지원키로 한 78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타지방 지자체 전기차 구매 보조금도 여전히 실적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6일 전자신문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주요 협력사에 판매가 저조한 일부 전기차용 부품 생산량을 최대 20% 감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부품업체에 지속적으로 증산을 요청했지만 감산 요청은 이례적이라고. 감산 요청은 판매 침체가 가장 큰 이유라고 알려졌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가 꺼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배기량 중심 자동차세 개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기차 보급이 주춤할 요소가 추가된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정부 구상대로 전환은 탄소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데 친환경차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다만 정부는 내연기관 중심 조세 정책을 운영하다 보면 향후 친환경차 점유율이 늘어나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또 전기차 이용자들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내지 않고 있어 일반 국도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이 세금은 도로 유지·보수 비용으로 일부 사용되고 있는데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할 때 리터당 정해진 금액을 내고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전기차 이용자들은 무료로 도로를 사용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내연기관차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경우가 많아 공공 인프라 무임승차 논란은 지속 제기돼 오던바 이번 조세 관련 정책을 손볼 때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모두 동의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산업 성장 속도가 둔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가 시작한 차량가격 대중화, 배터리 시장 변화, 보조금 감소 등 모두 가격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데 이와 관련해 미래전략을 면밀히 세워야 할 때”라면서 “충전 인프라 확충과 친환경차 관련 조세 정책 등 보다 내연기관 차량을 운행하는 것에 비해 큰 불편함이 없는 시장을 만드는 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완성차 업체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천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G모빌리티 전기차 플랫폼 LFP배터리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히팅 시스템이 탑재돼있다. (사진 / 강민 기자)
KG모빌리티 전기차 플랫폼 LFP배터리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히팅 시스템이 탑재돼있다. (사진 / 강민 기자)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달라지는 트렌드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에 대해 검토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경차 캐스퍼, 레이 전기차 모델을 공개한다. 여기에 LFP배터리를 탑재해 2000만 원대까지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차량 크기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배터리 탑재 공간과 LFP 밀도 등을 고려하면 1회 충전거리가 기존 현대차그룹 내 전기차와는 차이가 클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오는 9월 토레스 전기차 모델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LFP배터리를 사용한 통합 플랫폼을 사용하며 낮은 온도에 취약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플랫폼 내부에 열선을 깔았다. 알려진 바로는 1회 충전 거리는 420km이며 보조금을 탔을 경우 3000만 원 후반대로 현재 출시된 경쟁사 모델과 주행거리를 비슷한 수준에 가격은 확 낮춘 본격적인 중저가 경쟁이 시작된다.

최근 스텔란티스 자회사인 시트로엥과 피아트는 내년 각 전기차 모델을 출시한다. 가격은 2만5000 유로(약 3646만 원, 2023년 8월14일 18시 기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은 유럽에 2만800유로(약 3034만 원, 2023년 8월14일 18시 기준)수준의 다치아 스프링(중국 생산)을 판매하며 점유율을 높였고 내년엔 2만5000 유로 수준 소형 전기차 르노5를 선보인다. GM은 볼트 전기차 단종을 선언했다가 번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기차가 비싸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신기술을 비싼 값을 내고서라도 경험하려는 소비자는 다 구매했다는 의견도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되려면 인프라 확보 등의 요구가 있지만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격 인하 질서와 LFP 배터리 사용이 글로벌 완성차,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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