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개영식 강행, 대통령실 관여된 것 아니냐”…與 “정쟁으로 변질되는 일 없어야”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기록적 폭염 속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코로나19 환자까지 나오는 등 대회 관리·운영에 대한 우려가 외신에서까지 쏟아지고 있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와 관련해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선 책임 공방 등 정쟁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 준비기간만 6년인 잼버리대회, 운영 미흡 지적에 대책 분주

지난 2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개막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참가자들이 자비를 지불하고 참석한 행사임에도 ‘곰팡이 달걀’이나 부족한 식사량부터 화장실, 숙소부지 등 열악한 환경에다 온열질환자가 늘고 코로나19 환자까지 발생하면서 운영 미숙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잼버리에는 1인당 900달러라는 참가비를 낸 159개국 4만3225명이 참석하고 있는데, 개막 당일 섭씨 32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상황이었음에도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쏟아졌고 결국 개막 이후 지난 3일까지 13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급기야 대회 현장에서 28명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단체 퇴소 사례는 없지만 현재까지 2명의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가 개인적 사유로 퇴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각국 정부에서도 자국 청소년의 안전을 우려해 현장에 주한 외교관을 파견시키고 미국 청소년들의 경우 폭염과 야영장 배수 문제 등으로 아예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1박한 뒤에야 캠프장에 합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잼버리 행사 운영에 불안감을 가진 참여국들로부터 여러 문의가 솟구치자 급기야 외교부는 오영주 외교부2차관을 반장으로 하여 24시간 체제로 가동하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TF’를 구성하고 4일 주한외교단을 초청해 23개국 주한공관 외교관들을 상대로 홍석인 외교부 공공외교대사가 현재 정부 조치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소통 지원에 들어갔고 잼버리 현장에 외교부 과장급 직원까지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휴가 중 개영식에 직접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4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 대회 운영 문제와 관련해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고 현장의 문제점들을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각 해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세계잼버리 조직위 공동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참가자 전원에 냉동 생수 500리터를 5병씩 매일 제공하고 쿨링 마스크와 모자, 자외선 차단제, 아이스팩, 염분 알약 64만5000정 등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냉방시설과 침상을 갖춘 버스부터 의사도 추가 배치할 뿐 아니라 잼버리 허브 클리닉 운영시간도 연장해 의료 물자와 인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고 불결하다는 지적이 나온 화장실 등 청소 인력도 수백명대로 대폭 늘려 투입했다고 발표했는데,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잼버리 폭염 대응을 위한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심의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오후엔 직접 전북 부안군 잼버리 행사장을 찾아가 현장상황을 점검했고 국방부에서는 군 인력과 물자까지 투입해 지원에 나서는 등 정부 전 부처가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6년의 준비기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던 데다 이미 폭염 등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 바 있음에도 결국 ‘사후약방문’격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부안구를 지역구로 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세계잼버리를 10개월 앞뒀다. 올해 8월 첫째주, 둘째 주 사이에 잼버리 예정 부지에 장마가 와서 배수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폭염이나 폭우, 비산먼지, 해충방역과 감염 대책, 편의시설 등을 점검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전세계가 바라보는 대회가 역경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민주당 “윤 정부 난맥상 드러나” vs 與 “무리한 주장 없어야”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민주당 박광온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원택 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과 지역 언론은 이미 지난해 폭염과 침수 피해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소방당국의 행사 중단 요청에도 개영식 행사가 계속된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당시 윤 대통령 부부도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의혹 제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위기였는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가 많았던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라. 대회 기간을 축소할 것인지, 나아가 중단할 것인지도 비상하게 검토하면서 대응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장경태 최고위원은 “국제적 망신이 될 위기에 놓였다. 무능하고 안전을 경시하는 윤 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잼버리가 현실판 오징어게임이란 비판에 직면하는 등 대한민국 국격이 폭염과 함께 녹아내리고 있다. 국내외 학부모의 원성과 안전사고 우려로 인한 주한 외교관 급파, 자국민 참가자 미군기지 이송 등 역대급 나라 망신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지경”이라며 “작년 국감에서 이 의원이 지적했음에도 윤 정부는 1년 간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안전한 잼버리를 만들고 있다는 행정안전부와 안전을 논의했다는 고위 당정은 정녕 무엇을 한 것이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같은 야당의 공세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만금 잼버리는 전라북도의 숙원사업이고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하고 윤 정부가 개최하는 행사인 만큼 여야와 국민 모두가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벌써부터 일각에서 새만금 잼버리를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응수했다.

특히 윤 원내대표는 전날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문 정부 전북 민주당 정치인들이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려는 정치적 잇속 때문에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잼버리를 유치하려 했다’며 잼버리 행사를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던 점을 꼬집어 “민주당과 일심동체처럼 한 목소리를 내던 민주노총이 돌연 민주당을 비판하는 게 의아스럽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정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듯 새만금 잼버리 역시 정쟁거리로 변질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윤 원내대표는 “준비 미흡에 대한 책임을 따지거나 준비 과정에서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현장의 열악한 환경을 우려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으나 무리한 주장으로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야권에 촉구했는데, 다만 ‘1년 동안 뭐했느냐’는 민주당의 이날 지적 이후 ‘잼버리 준비 기간은 문 정부 때였고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란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이 같은 날 일부 언론을 통해 나오면서 책임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당장 민주당에선 같은 날 오후 강선우 대변인이 즉각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이 준비기간은 문 정부 때였다고 강변했는데 후안무치의 진수다. 전라북도의 대회 연기 건의를 무시하고 개최를 강행해 현재의 사단을 만든 장본인은 윤 정부의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라며 “배수로와 침사지를 통해 침수 문제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예산 투입 계획을 잡지 않은 것은 한 총리고 행사 일주일 전에 현장을 보고도 대책 마련하지 않은 무책임의 주인공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다. 한국 스카우트연맹 명예 총재로 추대되며 아낌없는 지원을 공언한 것도 윤 대통령 본인”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또 문 정권 당시 국정기획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부에서 4년 준비하고 윤 정부는 1년 밖에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 참모를 경질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것도, 준비 기간의 대부분도 이전 정부에서 진행됐지만 문 정부는 그 책임을 미루지 않았다”며 “만약 잼버리 대회가 논란 없이 진행됐다면 그 공은 모두 윤 정부가 잘했기 때문인가. 잘못될 때만 전임 정부 핑계를 만능열쇠처럼 사용하면 그만인가”라고 한 목소리로 대통령실을 맹폭했다.

◆ 전북지사 “불만이란 것은 끊임없이 나올 수 있어…대회 중단? 불가능”

김관영 발언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관영 발언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처럼 민주당이 잼버리 대회 운영 문제를 고리로 정부를 성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정작 이번 행사가 열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부터 도의원 등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일부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데, 박 원내대표가 대회 중단 등 검토를 정부에 촉구한 이날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회 중단이나 장소 변경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근 5만명 가까이 왔는데 지금 새로 한다는 것은 화장실 문제라든가 이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에 진행자가 ‘대회 중단시킬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냐’고 묻자 “낮에 폭염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이고 새벽에는 제가 여기서 매일 자는데 담요 덮을 정도로 굉장히 쌀쌀하다”며 “영외프로그램들은 직접 참관했는데, 하루에 1만 2천명 정도가 밖에 나가서 프로그램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 학생들은 전부 만족해하고 있고 그런 부분도 취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고, 소방이 개영식 중단을 요청했는데도 조직위가 강행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행사를 최대한 단축시켜서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지사는 “모든 사람 마음이 다 한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장에서 만나본 많은 청소년들은 한국 문화와 잼버리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좀 지켜봐 달라”고 역설했으며 민주당 소속인 염영선 전북도의원은 전날 잼버리 관련 글을 올린 김 지사의 SNS에 “잼버리는 피서가 아니라 고생을 사서하려는 고난 극복의 체험이고 대부분 해외 청소년들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지만 해맑았다”며 “제가 보기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문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이다. 귀하게 자란데다 잼버리의 목적과 가치를 몰라 불평, 불만이 많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비판 여론이 커지자 5시간 만에 해당 글을 삭제한 염 의원은 4일 “사려 깊지 못한 글을 올려 죄송하다”며 SNS에 공식 사과문을 올렸는데, 국회에선 대회 운영이 미흡하다면서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반면 대회가 열린 전북 지역의 자치단체장이나 도의원은 정작 큰 문제가 아닌데도 일부의 불만이 많아 문제라는 시각을 보이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어 실상 정치권이 진정 행사에 대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낸다기보다는 서로 정치적 유·불리와 여론만 의식해 정쟁 소재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사안마다 정쟁을 벌이는 극단적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여론 역시 비슷한 기류로 흐르고 있는 실정인데, 한국갤럽이 1~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긍정평가 이유와 부정평가 모두 가장 많이 택한 ‘이유 1위’로는 양쪽 다 ‘외교’를 꼽을 만큼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렸으며 심지어 ‘이유 2위’로는 모름·응답거절(긍정평가 19%, 부정평가 11%)로 나와 유권자들마저 여야처럼 정부에 대해 ‘묻지마’ 지지나 반대하는 식으로 양분된 모양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 공방 속에 이날 오후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관련 정부 입장 발표’에 나선 한 총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으며 배석한 이상민 장관도 “전세계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고 무사 귀가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밝혔는데, 이날 정부가 전면에 나섰다고 공언한 만큼 남은 기간 동안은 운영 미숙 논란이 잦아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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