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후폭풍에 민주당 내부서도 지적
폄하 발언에 “혹시 마음 상한 게 있다면 유감”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치욕” 발언도 도마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연이어 논란을 자초하면서 세간에 자신의 존재감은 분명하게 각인시켰으나 ‘설화’로 인한 여진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보니 정작 당내에서 혁신위의 처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 김은경 ‘설화’에 민주당 곤혹…두둔하던 양이원영도 결국 고개 숙여

김 위원장이 앞서 지난달 30일 2030 청년 좌담회에서 ‘왜 나이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남은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자신의 아들 발언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선 1인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1 표결을 해야 하나”라고 발언했다가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지난 1일 오후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 행사 마무리 발언에서 “전혀 폄하 발언으로 생각하지 않고 말했지만, 혹시 마음 상한 게 있다면 유감”이라며 “오해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결국 유감을 표명했다.

그나마 이 유감 표명이 나오기 불과 3~4시간 전만 해도 같은 날 혁신위에선 윤형중 대변인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힌데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국민의힘은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해온 여당에 도리어 역공을 가했을 만큼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었는데, 그래선지 ‘별도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느냐’는 취지의 질의에도 김 위원장은 이날 “그냥 아이의 이야기를 한 것이고 그 뜻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 유감스럽다고 한 것으로 된 것”이라며 따로 사과문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내년 총선에 승부를 걸고 있는 민주당에선 자칫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운 채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비판적 반응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박주민 의원은 1일 밤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솔직하게 말하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이 전문적인 정치인이 아닌 (탓인지) 발언할 때 굉장히 주의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게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21대 총선을 앞둔 20대 국회 말 당에선 굉장히 입조심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현재 본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기대되는 역할을 감안해 말을 좀 더 진중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박광온 원내대표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듯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세대 간 갈등 해소와 노년·장년·청년의 조화를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아왔다. 기초연금 도입과 확대, 치매 국가책임제 도입, 노인일자리 확충,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 확충 같은 많은 노인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강화해왔다”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모든 국민의 말씀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대할 것이며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위원장을 겨냥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하고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혁신위의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게 혁신의 내용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제시되고 있지 않아 오히려 혁신위 구성원들의 발언이 더 논란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본인도 인정하는 것처럼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이 많고 국민적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인 만큼 본인도 유감의 표시를 했지만 보다 명징하게 사과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심지어 대체로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던 친명계에서도 파장이 커지자 김 위원장 발언을 지적하는 입장을 내놨는데,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인용한 것 자체가 당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충분히 그 점에 대해선 잘못했다고 보고 있다. 밖에서 논평하고 비판할 때는 쉬울지 모르지만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라며 “본인도 사과를 했지만 혁신위에서도 ‘잘못된 발언’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의원은 또 다른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이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란 글을 올려 김 위원장 발언을 두둔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그 발언을) 지운 데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그래선지 양이 의원도 결국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 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 혁신위원 “논란 될 거라 생각 안했다”…대한노인회 “직접 사과하라”

하지만 혁신위 소속인 서복경 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그 자리에 같이 있었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 이분이 말했을 때는 이렇게 논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 그분이 학교에 계신 분이지 않나. 아무래도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표현은 다른 것 같다”며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는 여당을 향해 “혁신위를 하면서 굉장히 의아했던 게 남의 당에 관심이 많더라. 그 당도 문제가 많던데 그 당 일은 알아서 하고 민주당 일은 민주당에서 알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정치적 의도로 혁신위를 공격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국민의힘에선 연인 ‘김 위원장 발언’을 꼬집어 민주당 혁신위에 대한 공세수위를 한층 더 높였는데,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무량판 공법 부실시공’ 기자간담회에서 “적반하장인 걸 보면 실수가 아니며 노인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니까 폄하해도 된다는 게 민주당의 본심 아닌가”라고 꼬집은 데 이어 “민주당이 청년의 적극적 정치참여를 원한다면 청년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먼저 민주당이 무엇을 잘못해 청년들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남은 수명 가지고 투표권 주자고 하는 것은 병원에서 건강 나빠서 치료 받는 사람한테는 주지 말자는 것 아니냐. 노인 폄하 발언 정도가 아니라 앞 세대의 희생으로 또 다음 세대가 먹고 사는 이런 데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는 패륜적, 차별적 발언”이라며 “김 위원장 이분은 혁신이고 뭐고 간에 당장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된다. 양이 의원도 마찬가지로 의원직 사퇴해야 될 일”이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김행 전 비상대책위원까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60세 이상이 대한민국 인구의 25% 가량 된다. 대한민국 선거의 4대 기본 원칙이 보통선거(에 따라) 만 18세 이상은 모두 한 표씩 행사하게 돼 있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은) 대한민국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김 위원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김기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은 그 자리가 그리도 탐나는지 똥배짱으로 버티고,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개점휴업 중인지 쥐 죽은 듯 고요하다”고 꼬집었다.

급기야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사과는커녕 김은경에 대한 징계를 할 낌새조차 안 보이고 있다. 권력을 위해선 인륜도 깔아뭉개고, 도덕도 없고, 물불 가리지 않는 ‘짝퉁 좌파’ DNA가 이재명 민주당의 본질이라는 세간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윗물인 당 대표부터 형수에게도 욕설을 퍼붓고, 입장 곤란하니 아들마저 남이라며 내버리고 자기 때문에 부하직원 등이 연이어 목숨을 끊어도 ‘나와 아무 관련 없는 일’이라고 안면 몰수하는 판이니 아랫물 역시 도덕실종일 수밖에 없다. 구제불능 막가파 패륜당은 해체 외엔 답이 없다”고 김 위원장을 넘어 이 대표와 민주당에게까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더구나 민주당으로선 설상가상으로 대한노인회마저 2일 “950만 노인 세대들은 김 위원장의 ‘평균 잔여 수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 무시한 발언에 분노한다”는 비판 성명을 내놓은 것은 물론 김호일 노인회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위원장과 양이 의원, 민주당 대표가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달라.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으면 민주당을 규탄하는 행동에 들어가겠다. 전국노인회 조직을 활용하고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 김은경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친 게 치욕” 발언도 논란 자초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중), 김근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중), 김근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김 위원장은 이른바 ‘여명 비례 투표’ 발언 논란에 유감 표명한 전날 오후 ‘인천시민과의 대화’ 중에도 “윤석열 밑에서 통치 받는 게 창피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 받았는데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채질했는데,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 호칭을 붙인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해선 거듭 호칭을 생략해 자당 핵심 지지층만 의식한 언동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륜적 망발이 민주당 혁신인가’란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부원장 3년 임기를 꽉꽉 채웠고 연봉 3억원 가까운 고위직이다. 고위 공직자라면 재직할 때 대통령에 대해선 이름 석 자만으로 부르지 않는 게 기본 도리일 건데도 지금 대통령 밑에서 임기 다 누려놓고 망언으로 입장 곤란해지니 느닷없이 대통령을 걸고 넘어진다”며 “망언으로 1차 도발하더니 무례로 2차 도발한다. 인격파탄, 패륜 근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전 정부 인사지만 점잖게 임기 보장해줬더니 돌아오는 건 패륜적 언행 뿐”이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장예찬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정부에서 임기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던 김 위원장은 솔직해져야 한다. 국민들 눈에는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임기 다 채웠다고 보일 수밖에 없고, 연봉 3억 자리를 끝까지 사수하며 누릴 것만 잔뜩 누린 김 위원장에게 혁신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정치는 매순간 모든 발언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 일이고 혁신을 관철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헌신, 고생한 삶의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온실 속 화초처럼 평생 대접 받으며 꽃길만 걸었으니 ‘초선 비하’ 발언부터 ‘노인 폄하’ 발언까지 망언이 쏟아지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맹폭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근태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망발 이적행위’라며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는 민주당 최락도 전국노인위원장의 비판이 나왔는데 혁신의 방향을 막말로 정한 혁신위에 대한 합리적 내부 비판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선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고 ‘유감스럽다고 한 것으로 된 것’이란 사과 같지 않은 사과로 버티는 한편 난데없이 윤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까지 표출했다”며 “‘임기를 윤석열 밑에서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면서 근거도 없이 선거를 통한 국민 선택을 모욕했는데 부끄러움을 모른 채 치욕과 모욕만 주장할 거라면 그런 혁신위는 해산하는 게 낫다”고 촉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윤희석 대변인도 이날 김 위원장을 겨냥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알박기로 잘 지내다가 이제 와서 그 세월은 치욕이라 분노가 치밀었다니 편리한 인식구조”라며 한 목소리로 혁신위 해체를 요구했는데, 이 같은 파상공세가 이어지는데도 김 위원장 스스로 적극 논란 수습에 나서지 않을 경우 당 밖에서의 압박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혁신 동력은 물론 혁신위의 입지까지 불투명해지는 ‘사면초가’ 형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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