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다루다가 비단을 상하게 하다’…무능한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면 일을 그르치게 됨을 비유한 고사성어

최영남 기자
최영남 기자

[전남서부본부 / 최영남 기자]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일에는 노하우(기술), 경험이 중요할 때가 더 많습니다.

우리들의 지식은 모두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 철학자도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할 것으로 보고 ‘구관이 명관’이란 속담으로 꼭 집어 표현합니다.

앞사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부답복철(不踏覆轍)이란 말로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경험을 중시하지 않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많습니다.

"칼을 다루는 재주도 없이 잘못 잡아(操刀) 귀한 비단만 못 쓰게 한다(傷錦)"라는 이 말이 그런 경우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대로 능력이 못 따라 제구실을 못 하면서 함부로 하다가 큰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조그만 정(鄭)나라는 대국인 초(楚)나라와 진(晉)나라 사이에 끼여 기를 펴지 못했지만 공손교(公孫僑)라 불린 자산(子産)이 집정했을 때 정치가 안정되고 대외적으로도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때 재상 자피(子皮)가 젊은 사람에게 자신의 영지를 봉하려 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실하고 곧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될 것이라며 맡기려 하자 그 젊은이가 너무 어리고 능력도 없음을 안 자산이 반대했습니다.

‘이는 칼질이 서투른 사람에게 물건을 자르게 하는 것과 같아 다치게만 할 뿐입니다.
(猶未能操刀而使割也 其傷實多/유미능조도이사할야 기상실다)’

그러면서 ‘고운 비단이 있다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배우라고 재단을 시키지 않을 것(子有美錦 不使人學製焉/자유미금 불사인학제언)‘인데 나라는 비단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피는 이 말이 옳다고 여겨 임명을 중단하는 한편 자산이 현명하고 원대한 식견을 가진 것을 알고 집정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미금학제(美錦學制)도 같은 뜻으로 씁니다.

요즘 민선 8기 1년을 맞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낙하산 인사가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전문지식도 없이 큰 자리에 덥석 앉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사람을 앉히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임명한 즉 자기 사람 인사가 바로 그런 추한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죽어라 앞만 보고 열과 성을 다해 업무에 충실해 승진만 기다리던 선량한 공직자들, 그들을 제치고 힘의 논리로 승진하는 공직자, 그래도 버젓이 웃음 짓고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화가 납니다.

입만 열면 "청렴"을 열창하는 잘못된 지자체장들, 배워서 남 주는 것 아닌데 언제쯤 바른 인사에 집중할지? 내리는 빗줄기가 하염없는 세상을 정화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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