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문제점 지적하며 민노총 등 직격한 尹, ‘강경 대응’ 천명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도 제21회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대통령실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도 제21회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앞서 지난 16일 “정부 교체한 이유는 국민이 나라의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로서 매우 주요하다”고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려는 듯 지지율 상승세를 탄 이래 전 정부를 지적하면서 민노총 등의 불법 행태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역설하고 있다.

◆ 文 정부 비판하면서 민노총 지목한 尹…‘개혁 드라이브’ 본격화?

윤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주 1박2일 동안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서울 도심 집회를 꼬집어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 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과 도로 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까지 정당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행위도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앞으로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는 민노총을 강하게 압박하는 동시에 전 정부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에둘러 비판하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비단 이 자리에서 민노총 집회 문제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탈원 정책도 꼬집어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황폐화 직전에 있던 원전 역량을 다시 구축하고 있다. 이념이나 정치 논리가 시장을 지배해선 안 된다”고 재차 문 전 대통령에 일침을 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제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며 공개 행보에 나섰는데, 최근 들어 평산책방 개소와 SNS를 통한 서적 추천, ‘문재인입니다’ 영화 개봉 등 문 전 대통령이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현 정권에서도 전 정부 실책을 지적하면서 맞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지지율 상승을 계기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전 정권과 다른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공약인 3대 개혁에도 노동개혁을 필두로 다시 시동을 거는 모양새인데, 당장 23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노동개혁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행정포털에 회계 공시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 오는 9월부터 운영하기로 했으며 회계 공시를 하는 1000명 이상의 대형 노조에 대해선 조합비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유인책도 내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이날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와 회의한 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노사 관계가 정립되도록 노동부를 비롯해 관계 부처는 관련 법 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공정한 노동시장을 위해 노동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노조법 개정에 앞서 시행령을 예고했고 적용 시점에 대해선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전날 국민의힘에선 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계기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처럼 여당에 이어 이날 윤 대통령까지 강공을 펴자 민노총에선 논평을 통해 “오로지 전 정부의 탓이고 민주노총의 탓이다. 그냥 윤 정부는 ‘민주노총이 싫고 전 정부가 싫고 야당이 싫고 나를 비판하는 모든 세력이 싫어. 당신들은 나의 적이야’라고 선언하는 게 어떤가”라며 “경찰과 공무원에게 과잉 대응을 유도하고 합법화시킨다고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 민주주의마저 제한하려는 윤 정부의 기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윤 정부 표적, 민노총·전교조 넘어 시민단체 전체로 확대되나

19일 민주노총과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3) [사진 / 오훈 기자]
19일 민주노총과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3) [사진 / 오훈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민노총은 이날 전교조 등 노동·시민단체들과 함께 전교조 강원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이 전교조 강원지부 사무실과 지부장 자택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는데,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건설노조 다음은 전교조라고 예상했었고 언제쯤 시국 선언할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게 될 줄 몰랐다”며 ‘공안 탄압’이란 주장을 펼쳤고 “전교조는 시국선언과 정부 퇴진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렇듯 민노총, 전교조 등 여러 단체를 상대로 윤 정부는 전 정부와 완전히 다르게 대하고 있는데, 이런 노동·교육 관련 단체 외에도 윤 정부는 앞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사업을 윤 대통령 특별지시로 감사해 일부 부처는 민간단체의 보조금 리베이트와 부정 수급을 확인한 뒤 횡령·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고, 강대식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에서 “보조금은 전 정부 5년간 연평균 4천억원씩 늘어났지만 정부가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 횡령 저지른 시민단체들을 처벌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범죄집단”이라고 해당 단체들과 문 정부를 싸잡아 성토했다.

특히 여당에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의 ‘지급 약정 계약’ 논란을 고리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는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미쓰비시중공업 징용 피해자 5명이 지난 2012년 10월 23일 ‘이 사건(징용) 관련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돈 중 20% 금액을 일제 피해자 인권지원 사업, 역사적 기념사업 및 관련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모임에 교부한다’는 내용으로 맺은 약정 내용을 공개한 조선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소위 시민단체라는 권력집단의 신종 수익창출 모델, 그 행태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해당 시민단체는 “정당한 활동을 해온 시민사회와 단체들을 표적 삼아 불온한 색칠을 가하려는 수작”이라고 반박했으나 김 대표는 “건설현장의 건폭들은 월례비 명목으로 노조원들의 금품을 갈취한다. 시민단체마저 강제징용 피해 어르신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보상금을 빼앗아 간다면 이게 조폭들의 보호비와 무엇이 다르겠나”라며 “이번 강제징용 뿐 아니라 시민단체란 이름으로 국가보조금을 빼먹어 도둑질하고 피해자에게 돌아갈 보상금을 빼먹는 짓이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 문 정권 내내 자행된 시민단체들의 특권과 반칙을 발본색원해 그 악의 뿌리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에선 강민국 수석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이날 “징용 배상 판결을 받아들이는 피해자에게는 수용 의사를 철회하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회유 편지를 보냈다고 하니,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윤 정부의 노력에 사사건건 반일 선동으로 반대를 일삼았던 이유가 결국 본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이었단 말인가”라며 “시민단체의 탈을 쓰고, 뒤로는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웠던 윤미향 의원의 파렴치함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더 이상 역사의 희생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단체의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野 “지금 민주주의 퇴행…정권 바뀌면 손바닥 뒤집듯 엎어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이 같은 정부여당의 행보에 더불어민주당에선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갈등을 조정, 중재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야 할 정치가 거꾸로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을 격화시키기 일쑤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의 장기적 의제들이 손바닥 뒤집듯 엎어져버리는데 이래서야 국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겠나”라고 윤 정부를 직격했다.

또 민주당에선 정부여당이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이날 김한규 원내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자유’냐. 법과 경찰을 앞세워 국민들의 분노를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은 반드시 무너졌고 그게 대한민국의 역사다. 윤 정부가 시민들의 입을 막으려 들었던 이전 정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무소속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의 일방적으로 짜여진 정치수사에 맞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했으나 한편으로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본인은 앞으로 무리한 검찰의 야당 탄압용 기획수사, 총선용 정치수사에 맞서 당당히 싸워나갈 것”이라며 윤 정부가 정치 탄압을 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강선우 대변인이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관용이 대화의 전제라며 상호 존중과 타협을 중시했던 노무현의 정신은 그저 소비될 뿐 실천되지 못한지 오래다. 윤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화를 보고 두 시간 동안 울었다고 하지만 제1야당과는 단 20분도 마주 앉아 대화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윤 대통령 개인에게 사유화된 법무부와 검찰, 감사원 등은 야당을 사냥하고 노조와 국민을 공격한다. ‘불통 대통령’에게 위협받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윤 대통령에 날을 세웠다.

하지만 야당의 이 같은 공세에도 흔들림 없이 윤 정부는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코인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23일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서울지역 상황실장 이모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서울남부지검은 김 의원의 가상자산과 관련해 지난 대선 기간 코인 거래, 입출금 내역도 수사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져 여러 시민단체 등 당 지지기반부터 해서 현재 전방위적으로 압박 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이런 상황에 한층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