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장관, 내일 윤 대통령에 ‘간호법’ 재의 요구 건의 예고
여야 신경전 최고조, 민주당 ‘尹 거부권 행사 저지’ 위해 여론전
거부권에 희비 교차하는 의료계, 의사측 ‘환영’ vs 간호측 ‘단체행동’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1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제정법안의 대통령 공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좌)과 대한의사협회 및 보건복지의료연대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전국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이 1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간호법 제정법안의 대통령 공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좌)과 대한의사협회 및 보건복지의료연대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간호법 폐기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간호법 제정안’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되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오는 16일에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정치권은 물론 의료계까지 대혼란의 충돌이 예고됐다.

◆ 조규홍 장관 “내일 대통령께 간호법 재의 요구 건의할 계획 보고드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안 관련 보건복지부 입장 발표’ 브리핑을 열고 “간호법은 의료 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협업을 깨뜨려 갈등이 확산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저는 오늘 국무위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께 내일(1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거부권)를 건의할 계획임을 보고드렸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의료에서 간호만 분리하면 의료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 외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와 책임 규명이 어렵게 돼 국민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며 “고령화 시대 선진화한 돌봄 체계는 직역 간 역할을 국민 수요에 맞게 재정립해 신중히 설계돼야 하나 간호법은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가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간호조무사협회와의 갈등 문제도 언급하면서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규정이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특정 직역을 차별하게 된다”며 “사회적 갈등이 큰 법안일수록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욱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여러 차례 간호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누차 밝혀왔었는데, 이는 앞서 지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때와 닮은 꼴로 보여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실제로 행사되어 국회로 넘어오게 되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면서 간호사들의 집단 반발로 의료계의 대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면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법안이 재표결을 하게 되는데 이때 국회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과 함께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때문에 여야의 의석수를 고려해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 국민의힘 “간호법은 입법독주법, 의료체계 붕괴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 규정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특히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의료와 간호가 분리된 나라는 없다. 그리고 간호사 처우개선은 간호법안 없이도 가능하다”면서 “간호법안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며,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더해 강 수석대변인은 “당정은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란 점에 공감했다”며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김기현 대표도 같은날 앞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에서 강행 처리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두고 “갈등 조정을 하기는커녕 민주당이 오히려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국가재정을 거덜 내고 사회 각계각층의 갈등을 유발하는데 민주당의 정치활동의 목적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씁쓸함을 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민주당, ‘尹 거부권’ 저지 위해 총공세 “입법부 무시, 국민에 대한 모독” 반발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오훈 기자]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여당과 정부가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 행사 건의를 공식화하고 나서자 간호법을 강행 처리했던 민주당 측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나선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간호법에 대해 당정회의까지 열어 재의요구를 결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해법 내놓는 당정이 아니라 거부권 건의하는 당정이라니 국민 보기 참으로 민망하다”면서 날을 세웠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표는 간호법에 대해 “국민 건강과 직결된 민생 법안”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여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건의 움직임에 대해 “반복된 거부권 행사는 입법부 무시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더 나아가 그는 “간호법은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는데, 대선 공약으로 표를 얻고, 이제는 ‘간호사 이기주의법’도 모자라 ‘의료체계 붕괴법’이라며 압박하고 있다”면서 “간호사의 진심을 왜곡하고 국민을 편가르기하는 분열정치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하며 맞불 작전의 여론전을 펼쳤다.

급기야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부권을 남발하게 되면 (대통령의) 무게가 가벼워진다”며 “거부권은 무겁고 또 신중해야 한다. 내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을 정상대로 공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압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국민의힘이 직접 공약하고 발의했던 사안에 대해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웃지 못할 촌극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끝내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기모순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며, 국회의 논의결과를 무시하고 내 뜻에 맞는 법만 수용하겠다는 독선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압박에 가세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와 국민의힘 측의 거부권 행사 건의 근거 주장에 대해 “반대 단체들이 근거 없이 주장하는 정치적 선동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수준 미달의 내용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가짜뉴스를 근거로 자신들의 공약과 법안을 스스로 부정하는 정부와 여당의 수준이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부터 명확히 파악해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길 바란다”고 쏘아 붙이면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가짜뉴스를 근거로 하여 자신들이 발의한 법률에 스스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 여야 협치 실종에 싸움터로 변한 의료계?, 거부권 행사 예고에 희비 교차까지

 '간호법·면허박탈법'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이필수(가운데) 대한의사협회장이 주먹을 높이들고 간호법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유우상 기자
 '간호법·면허박탈법'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이필수(가운데) 대한의사협회장이 주먹을 높이들고 간호법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유우상 기자

한편 정부와 여당 측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그간 간호법을 반대해 온 의사 및 간호조무사 단체 등의 보건복지의료연대와 간호사단체의 희비가 교차되는 분위기가 엿보이면서 사실상 의료계가 싸움터로 변해가는 모양새가 펼쳐졌다.

즉,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반발음을 내왔던 의사단체 등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반면에 간호단체에서는 크게 반발하면서 급기야 단체행동에 나설 것임을 밝히고 나선 것인데, 일각에서는 사실상 여야의 정치권이 입법 문제에 대해 소통 문제가 생기면서 협치가 되지 않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의료계의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 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날 13개 의료 및 복지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간호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 아니며, 지역사회 돌봄 사업을 독식하려는 기득권 간호사 그룹의 의료 정치 쟁점화의 산물”이라면서 “지난 1년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 보건·의료계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쟁 도구로 악용돼 온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으로 인해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어왔는데,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대통령께 건의하기로 한 당정 협의 결과에 환영과 안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의사협회는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의 정당성마저 없음이 드러난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와 여당에서는 두 법안의 본회의 통과 이전에 중재안을 마련해 갈등을 봉합하려 노력했으나 민주당은 마지막 협치의 기회였던 중재안마저도 거부하면서 입법 독재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협회에 등록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98.6%이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대한민국 모든 간호사들이 압도적으로 적극적인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국민 건강권과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의 명운이 달린 간호법 공포를 두고, 간호사들이 적극 행동에 나서기를 결심한 만큼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그에 따른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이 대통령께서 약속한 공약인 만큼 울분과 분노를 누르고, 허위사실의 실체를 밝히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며 “간호법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간호사들에게 씌웠는데,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잡고, 발언의 책임자들을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예고해 사실상 의료계의 대충돌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흐르는 상황으로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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