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나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판한 洪, 왜 그랬을까?
‘洪-李 대구 만남’에 발끈한 국민의힘, 野와 엇갈린 반응
홍준표, 이재명에 이용당한 건가, 이재명을 이용한 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좌)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좌)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 소속의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날(10일) 대구시청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을 가져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여야는 홍 시장과 이 대표의 만남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하면서 극과 극의 온도차를 보여줬다.

◆ 홍준표-이재명 회동에 이목 집중, 여야 반응과 희비 엇갈려

홍 시장과 이 대표의 만남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 대표의 각종 범죄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이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이 대표와 회동을 하지 않았기에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이 대표와의 만남을 갖지 않고 있는 이유는 국정운영에 있어 협치를 빌리로 사법적 거래를 해올 수 있기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치권의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홍 시장과 이 대표가 만남을 가진 것인데, 문제는 홍 시장과 이 대표의 회동에서 나온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희비가 갈리며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평가가 쏟아졌다.

앞서 홍 시장은 이 대표와 전날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약 35분간의 환담을 나눴는데, 홍 시장은 이날 가감없이 여야의 정치적 갈등 상황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소신 발언과 쓴소리를 펼쳤다.

특히 홍 시장은 여소야대 정국의 국회 상황과 관련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도와줘야 나라가 안정된다.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으로 국회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도 ‘▲대부분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대통령의 사람으로 있다’, ‘▲민주당은 문제 되는 사람들이 즉각 탈당해서 당의 부담을 더는데 우리 당은 그러지 않고 욕심만 가득 차 있다. 당에 대한 헌신이 없다’, ‘▲김기현 대표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등의 정부·여당도 함께 작심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서슴치 않은 솔직한 홍 시장의 소신 발언에 대해 이재명 대표도 흠칫 놀라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반색을 표했는데, 특히 이 대표는 홍 시장의 지적에 대해 “합리적 선의의 경쟁이 정치의 본질인데, 제가 봐도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아니라 ‘정쟁’을 넘어서 ‘전쟁’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정부와 여당의 비판에 맞장구를 치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 與의 싸늘한 반응, 유상범 “李, 회심의 미소”·하태경 “洪, 분별력 떨어져”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홍 시장과 이 대표의 만남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 부정 평가를 쏟아냈는데, 실제로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대표가 홍 시장과 짧은 시간 대화하고 나오면서 아마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았을까 싶다”며 “홍 시장이 이 대표가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다 달성해 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홍 시장을 너무 잘 알았던 것 같다”며 “홍 시장이 협치가 안 되는 것이, 지금 대화가 안 되는 게 국민의힘과 대통령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했다. 그렇기에 홍 시장이 이 대표가 의도했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 준 것”이라고 꼬집으며 사실상 홍 시장이 이 대표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 역설한 셈이다.

아울러 하태경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대통령을 적대시하는 야당 당대표 앞에서 ‘대통령실 정치 잘 모른다’, ‘여당 당대표가 옹졸하다’는 식으로 자기 소속을 비하했다”며 “홍준표 시장이 어떨 때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똑똑한데 어떨 때는 굉장히 모자라다. 정치를 너무 오래 하시다 보니 사리 분별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저도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이 대표는 지금 윤석열 정부를 거의 적대시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 앞에서 꺼낼 얘기는 아니지 않느냐”고 따져 물으면서 “똑같은 말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고 그게 정치다. (그런 점에서 홍 시장은) 자기 면상에 오염물을 퍼붓는 거다. 본인 얼굴에 지금 먹칠하는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또한 이용호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어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날이었는데, 우리 당을 경계하는 정당의 대표와 만나서 흉보는 것 같아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홍 시장의 말한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런 내용을 이재명 대표와 한다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또 홍 시장은 이 대표에게 ‘정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김기현 대표는 옹졸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재명 대표는 정치를 잘 하는가. 이 대표의 품은 그렇게 넉넉한가”라고 반문을 던지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더 나아가 성일종 의원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홍 시장은 때로는 참 독특한 언행으로 주목을 받는 분이기 때문에 그 말씀의 의도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아무래도 여야 영수회담 때문에 아마 그런 것을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범죄 혐의자로서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분을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아니냐”고 반문을 던져 사실상 홍 시장의 행동을 에둘러 비판했다.

◆ 홍준표의 반박 “나라도 정치복원 살펴야...편가르기에 끼고 싶지 않아”

반면에 홍 시장은 이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당내 부정적인 시선을 감지한 듯 즉각 해명하는 글을 페이스북을 통해 올렸는데, 홍 시장은 “대통령은 사법절차를 관장하기 때문에 중요 범죄로 기소된 야당 대표를 만나줄 수 없지만, 나라도 찾아온 야당 대표에게 덕담을 해주고 따뜻하게 맞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나까지 야당 대표를 내쫓아서 되겠느냐. 정치가 실종된 지금 나라도 정치복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편가르기 패싸움에만 열중하면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나도 한때는 그랬지만 이젠 그 편가르기 패싸움에는 끼어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홍 시장은 “당을 살려낸 대선후보,당대표를 두번이나 지낸 나를 자기를 비판 한다고 한낱 대구시장으로 폄하한 당대표가 옹졸한 사람이 아니고 뭔가. 그리고 대통령실이 정치력이 부족한 것도 팩트 아닌가”라고 따져 물으면서 “(그리고) 이런건 쓴소리가 아니고 바른소리라고 하는 거다. 바른 소리는 새겨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그는 당을 향해 “그래도 보수진영에 제대로 싸우는 사람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 눈에 띈다”며 “참여연대를 시민단체가 아닌 특정 진영 정치단체라고 일갈 하는 거 보니, 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맛깔나게 잘 싸우는 한동훈 장관의 반만 해도 저리 밀리지 않을 껀데”라고 몰아붙이면서 사실상 국민의힘 지도부를 질타했다.

또한 홍 시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신이 ‘대통령실의 정치력 부족은 팩트’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정치인은 진짜 나쁜 놈하고도 만나야 되고 사기꾼하고도 만나야 된다. 그게 정치인이고 정치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평생 법만 해가지고 솔직 담백하고 이중성 없고 그리고 자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면 절대 상종 안 하고 그런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남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나와 윤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 대통령은 사법절차를 관장하고 있는 사람이다. 영수회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중범죄로 기소된 사람을 어떻게 만나나. 만나면 범죄 ‘딜’한다고 할 건데, 그러니 절대 만날 수 없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어 사실상 윤 대통령이 불통이어서 안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표의 개인적인 사법리스크 때문에 못 만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洪-李 회동에 야권 극찬, 박지원 “역시 홍준표는 큰 정치인, 제대로 된 사람”

한편 ‘정치9단’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소속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홍 시장과 이 대표의 회동에 대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간 야당을 한 번도 안 만났는데, 홍 시장은 ‘그래도 나는 만난다’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켰다”며 “역시 홍준표 시장은 큰 정치인이고 참 제대로 된 사람이다”고 극찬했다.

더욱이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전날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홍 시장과 이 대표의 회동을 두고 “일종의 B급 영수회담이 된 것”이라면서 “(홍 시장의 속내는) 플랜 B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싶었을 것이고, 결국은 나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어야 된다는 이런 메시지도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진 교수는 “지금 (홍 시장과 이 대표)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명확하게 일치한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만나려고 하는데 안 만나주니 홍 시장이 대체재가 딱 된 것이다. 일종의 B급 영수회담이 되어 줬기에 자기도 좋았고, (홍 시장 입장에서도) 제1야당 대표가 방문해 자기를 만나줬기에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확 올라갔기에 두 사람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 떨어져서 기분 좋은 장면이 연출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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