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형 토큰 발행(STO) 허용 이후 관련 협의체 속속 결성
문화금융, 건강한 생태계 조성 앞장선다는 평가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형 토큰 발행(STO)을 허용하면서 조각투자 업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증권사들은 핀테크·블록체인 업체는 물론 통신사·금융사와 연합해 영토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화금융’이 가지는 가치가 재차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과 미래에셋의 토큰증권 협력 방향. ⓒSK텔레콤
SK텔레콤과 미래에셋의 토큰증권 협력 방향. ⓒSK텔레콤

■ 토큰 증권 시장 선점하자…증권사들 속속 STO 동맹 결성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 토큰 증권을 전자증권법 제도상 증권발행 형태로 수용하고 일정 요건을 갖춘 발행인의 경우 토큰 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토큰 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발행한 증권으로, 비트코인 등의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실물(부동산, 미술품 등) 가치에 근거해 발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STO 시장 공략을 위해 각자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금융위의 발표 직후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과 SK증권은 한국해양자산거래(KMAX)와 해양자산 관련 토큰증권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KB증권도 토큰증권 협의체 ‘ST 오너스’를 구성했다. 주요 구성원으로는 스탁키퍼, 서울옥션블루, 펀더풀, 하이카이브, 웹툰올, 알엔알, 오아시스비즈니스 등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 함께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했다. NH투자증권도 ‘STO 비전그룹’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토큰증권 활용 확대를 위한 포괄적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여기에는 투게더아트, 트레져러, 그리너리, 서울거래비상장, 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 한국기업평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과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양측은 또 ‘NFI’에 국내 대표기업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NFI’ 참여기업의 역량을 활용해 토큰증권 발행 희망기업 및 프로젝트에 대한 인큐베이팅 및 엑셀러레이팅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 문화 생태계 기틀 마련하는 문화금융…‘원타임 딜’과 차별화

문화금융은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등 글로벌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K-콘텐츠를 기초자산으로 금융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단순 조각투자와 차별화를 이룬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시점 속에 문화금융이 특별한 투자로 자리 잡은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문화금융이 조각투자와 차별화되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수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문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이색적인 자산에 대한 일시적 수익 창출의 목적이 이뤄지면 끝나는, ‘원타임 딜’에 기반하는 일반 조각투자와 다르게 문화금융은 아티스트가 정당한 가치를 바탕으로 예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문화금융을 상징하는 서비스로는 뮤직카우가 대표적이다. 뮤직카우는 음악 수익증권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일반 개인도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세계 최초로 개척했다.

대다수의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담보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는데, 뮤직카우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음악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을 고안했다. 먼저, 저작권으로부터 발생되는 금전적인 권리를 권리자로부터 양도받아 투자자가 직접 가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옥션(경매)을 통해 공개한다.

이로써 원저작권자는 미래 저작권료 가치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목돈 마련의 길이 열리고, 음악팬들은 옥션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투자 수익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뮤직카우는 옥션 시작가 대비 상승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원저작권자에게 창작 지원금으로 제공한다. 수익 창출을 위해 투자에 참여한 사람도 문화금융을 통해 창작 생태계에 실질적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뮤직카우 홈페이지 캡쳐
ⓒ뮤직카우 홈페이지 캡쳐

■ 시장을 키워 나가는 선순환 구조 구축

문화금융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문화산업과 금융산업이 보다 유기적으로 융합돼 각각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유동화하기 어려웠던 IP 자산에 대한 유동화가 이뤄짐에 따라 시장의 파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발표한 음악 저작권료 징수액은 사상 최대 금액인 3500억원을 넘어섰다. 해당 징수액을 포함해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음악 저작권료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시장이 금융과 만나면 비약적으로 성장해 15조원 정도의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형성된 자금이 문화산업에 다시 유입 및 결합되는 방식으로 20조, 30조 시장이 형성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된다. 실제 뮤직카우가 만들어낸 문화금융 시장의 성과로 약 2000억원의 자금이 문화 시장으로 유입됐으며 코로나로 힘든 아티스트들의 창작 환경 지원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회 스타트업 의원 연구모임 유니콘팜에서 문화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번 법안은 문화금융의 정의와 지원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월 유니콘팜이 주최한 문화금융 스타트업 간담회에서는 문화금융이 가진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반 투자와 동일한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한 한계점이 지적됐다. 이번 법안은 해당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전문가들은 문화금융 진흥을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