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노웅래 기소·대일외교부터 이태원 참사 사과 요구까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정부질문 첫날인 3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러 사안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는데, 급기야 정치·외교·통일·안보와 거리가 먼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언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일어났다.
◆ 한동훈 장관이 ‘정치인’? 민주당 “정치적으로 하지 마” 견제구
이번 대정부질문 첫 날, 여러 차례 불려나간 장관 중 단연 이목을 모은 이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인데, 한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검수완박 개정 법률에 대해 심의·표결권을 침해했지만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입장을 묻자 “문제가 많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존중하고 그 취지에 맞춰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김 의원이 ‘존중하나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검사 수사권에 대해 아주 강경한 발언을 하셨는데 지금하고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다. 그 이후 헌법은 안 바뀌었고 의원님 직함만 바뀌었는데 완전히 다른 말씀을 하고 계신다”라고 응수했다.
또 대장동 및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쌍특검 도입을 묻는 질문에 한 장관은 “맞불 놓기 식으로 운영되면 국민이 그 제도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으며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를 ‘뭉갠 것 같다’고 김 의원이 주장하자 이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맞대응했다.
심지어 김 의원은 한 장관에 대해 “한 장관에 대한 차기 총선 차출론 이야기가 나와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총선 차출론’을 거론했는데,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고민 전혀 없고 저와 무관한 얘기다”라고 일축했지만 그럼에도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김 의원이 지적하자 한 장관은 “떠날 때는 그냥 떠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한 장관의 말과 처신을 보면 이미 마음은 콩밭이 아니라 여의도밭에 와 있다”며 한 장관의 총선 출마를 전망한 데 대해서도 국회 출석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 의원이 매일 다음 날 시사 라디오에서 말씀하시는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주 뵈니 거기서 말하면 좋겠다”며 ‘국회에서 발언이 직설적이어서 정무감각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도 “그런 충고는 대부분 공직자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잘 봉사할 것인가에 대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지 정치적 처세술에 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한 장관이 정치활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은 끊이지 않았는데, 김병주 의원은 법무부 교정시설에 대체복무요원이 몇 명인지 질문했다가 한 장관이 “사전에 제게 질문요지를 주지 않았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해서 보고드리겠다”고 하자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에 한 장관이 “왜 호통 치나. 지금 장학퀴즈 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응수하니 “대체복무요원을 자기가 관리하는데 얼마인지도 모르는 게 말이나 되나. 법무부장관이면 정치적으로 하지 말고 본업에 충실하라”고 ‘정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한 장관을 겨냥 “답정기소, 정치적으로 기획된 부실한 정치 수사로 노 의원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모르지만 이번 수사가 한 장관이 주도한 너무 티나는 정치 기획 수사”라며 “노 의원 사건은 국회에서 부결 후 기소까지 보통 열흘이나 한 달 걸린 다른 의원 사건과 다르게 무려 91일이 걸렸다. 엄청나게 자신 있어 했는데 왜 석 달이나 걸렸나”라고 한 장관이 정치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녹음까지 있고 6천만원 뇌물 부분에 대해선 이미 증거가 탄탄한 상태에서 추가 수사를 하는 것이고 국회가 3·1절까지 끼어서 연속으로 방탄할 것이란 게 상식적으로 예상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반박하면서 “3·1절까지 끼어 방탄한 것에 대해 반성할 문제다. 국민께서 박 의원의 말을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고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맞불을 놨다.
◆ 민주당 “대일외교 ‘참사’” vs 한덕수 총리 “국민 오도해”
한편 외교·안보 등 분야를 다루는 만큼 이날 가장 쟁점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을 놓고도 민주당은 외교참사라는 기존 평가를 재확인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는데, ‘국민들 60%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는 김상희 의원의 질의에 한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문제라든지 안보문제 있어서 협력하고 또 국제적인 상황에서 기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봤을 땐 참 어려운 일이었지만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악화한 한일관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대통령이나 정부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가장 편하겠지만 국가 관계라는 게 그렇게 갈 수 없다”고 강조했는데, 김 의원이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에 한일 간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고자 한국 정부도, 국민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그 악화된 관계 속에서 우리가 가졌던 불이익이 상당부분 많이 해소되고 어느 정도 얘기가 되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하자 한 총리는 재차 “대부분 해결됐다? 거기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제가 파악하는 한일관계는 최악이었다”고 맞받아쳤다.
또 그는 윤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2018년 판결에 의해서 소위 한국에 있는 그런 기업들의 자산을 강제집행 하겠다는 일들이 진행되면서 한일관계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그렇게 나빠졌기 때문에 그 돌을 치우는 것을 계기로 해서 이걸로 끝난 게 아니고 앞으로 한일관계가 정말 서로 바람직한 그런 관계로 가도록 그렇게 해가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는데,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30년 넘도록 노력해서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그 사법적 권리는 이미 2005년에서부터 민관협의회에서 다 논의해서 이러한 방안, 유사한 방안을 논의했던 거다. 그래서 2007년에 특별법 만들어서 2015년까지 약 7만9천명에 대해서 정부 예산으로 6800억으로 보상해줬던 거고, 그때도 분명히 이런 보상을 일본에게 요구할 수 있느냐 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그게 무리라는 판단을 하신 것”이라고 노무현 정부 때 사례를 내세워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일외교 관련해 민주당의 공세는 끊이지 않았는데, 김병주 의원은 “자꾸 노무현 정부 얘기하는데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났나. 노무현 정부 때 판결 난 게 아닌데 왜 자꾸 노무현 정부 얘기를 돌리나”라고 한 총리를 압박하면서 “일본이 일본안을 가지고 왔다. 사과를 전제로 하고 피고기업을 포함해서 한일양국기업이 배상하겠다, 피고기업을 포함해서 양국기업이 배상하겠다고 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받지 않았다. 윤 정부가 추진한 협상안인 제3자 변제안은 일본이 가져왔던 안보다도 10배, 100배 후퇴했다”고 한 총리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바톤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문 정부 바톤이니까 안 받겠다, 인수하지 않고 새 바톤을 만든 것이다. 왜 윤 정부는 이어달리기를 못해서 이런 참사를 범하는 것이냐”라며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외교부장관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 총리는 “의원님이 말하는 게 국민을 오도하는 발언이다. 그렇게 타결에 간 적이 없고 그게 논의됐다면 지극이 극비리에 논의됐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급기야 한 총리와 평행선을 달리자 김 의원은 박진 외교부장관이 나오라고 했는데, 박 장관은 “한일 사이에 비공식적 제안도 있었으나 마지막에 문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 저희는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밝히자 김 의원은 “과거 문 정부 때 일본이 제기한 안에서 (협상을) 시작했으면 이런 참사가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총리는 윤영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집행하는 데서 한일관계가 점점 더 악화됐다”고 주장했는데, 윤 의원이 “한일관계 악화 주범이 대법원이라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묻자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결이지만 (한일청구권협정을 맺은) 1965년 국제법 학자들의 일관된 입장과 좀 달라졌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하냐, 계속 국내에 있는 (일본기업) 자산 강제집행 통해 한일관계가 파국에 이르는 것을 지켜볼 거냐”라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첫날부터 ‘고성’ 행태도 여전…‘대정부’ 취지 안 맞는 질문도
이 같은 한 총리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는데, 반대로 김병주 의원이 권영세 통일부장관을 상대로 서울 용산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는 여당 의원들이 “여기가 청문회장이냐”라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첫날부터 주위에서 윽박지르고 소리치는 행태도 여전했다.
다만 “국무위원은 지역구 의원이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할 기회를 드려도 못하겠다는 거냐”라고 묻는 김 의원의 질문에 권 장관은 “질문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과는 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는 자리에선 사과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취지에 맞지 않는 질의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김병주 의원이 한 총리와 설전을 벌인 뒤 “지금은 안보 위기, 경제 위기다. 위기 극복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윤 정부는 전 정권 죽이기, 야당 탄압, 야당 대표 탄압에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소속인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급기야 “건방지게”, “그 정도 하십시오”라고 제지해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