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거취 놓고 내홍 지속…단일대오 호소하지만 여론조사에선 민심 ‘싸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인사의 죽음이라는 악재에 직면하면서 당내 일각에서도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반대로 조기 퇴진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내홍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 ‘이재명 책임론’ 힘 싣는 비명계…일각선 사실상 퇴진 압박

비명계에선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고 전형수 씨 사망을 계기로 다시금 이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에 나섰는데, 윤영찬 의원은 앞서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관련한 일로 수사 받거나 고발인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고인이 되신 분이 네 분이고 네 분 모두 이 대표를 충직하게 모셨던 사람들”이라며 “이 대표 본인이나 주변에서 고인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있었다면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이 대표에 책임을 물었다.

또 다른 비명계인 신경민 전 의원도 지난 10일 ‘모색과 대안’이란 유튜브 채널에 ‘신경민의 정면 돌파’란 코너를 만들어 “5월부터 재판의 홍수가 시작될 텐데 모든 당무를 법정에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재 이 대표 체제에 우려를 표했으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는 김해영 전 의원도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 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이 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이정미 대표 등 정의당 인사들에게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표를 던진 점을 꼬집어 지난 11일 집회 당시 야유를 보내고 폭언을 퍼부은 일부 강성 지지층의 행태에 격앙된 정의당이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실상 침묵한 가운데 정작 비명계로 꼽히는 송갑석 의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분들이 우리 당원이라면 지지하는 민주당에게도,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정의당에 대신 사과하는 입장문을 올려 이 역시 이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이 ‘대선 후 1년의 대한민국, 민주당의 모습과 나아갈 길’을 잠정 주제로 오는 14일 토론회를 재개할 예정이어서 여기서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앞서 지난 8일 토론회 대신 열린 만찬에선 이 대표에 대한 공식 사퇴 요구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기 소속인 윤 의원이 고 전씨 사망 이후 이 대표에 이미 거취 압박을 가하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인 만큼 비명계 모임에서 다시 이 대표 거취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좌측부터) 민주당 윤영찬, 전해철, 고민정, 박범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윤영찬, 전해철, 고민정, 박범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지난 9일 비명계이자 ‘민주당의 길’ 소속인 김종민 의원도 KBS라디오에 나와 “상반기 안에 어느 정도 정리가 안 되고,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 정당’이란 국민 인식이 심어지면 총선까지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안 부재론’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없다고 민주당이 무너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개인한테 의존해 당을 끌고 가고, 선거에 임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 李 사퇴엔 반대해도 ‘대표 권한 분산’ 위한 쇄신은 외친 친문

다만 친문재인계에선 이 대표 퇴진엔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문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냈던 박범계 의원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인위적인 그런 퇴진은 반대한다. 이 대표를 그렇게 물리적으로, 인위적으로, 공학적으로 물러나게 함으로써 있을 수 있는 효과와 부정적인 것 중 부정적인 게 훨씬 더 크다”며 “그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무질서라든지 여러 가지 당의 사태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뚜렷한 대안, 훨씬 좋은 대안들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을 떠나 지금의 문제는 포지티브하게 더 나은 길, 더 좋은 길을 찾기 쉽지 않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동대표 체제’설에 대해서도 “공학적이다. 오히려 저는 지금이야말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다만 분업구조는 필요한 것 같다. 당 대표 권한과 당헌, 당규상의 여러 가지 직위를 둘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시도하고 있고 원내대표의 역할, 사무총장을 비롯한 제대로 된 권한, 그리고 상설위원회 등을 통해 여러 대표 권한을 좀 분산시켜 그 부분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던 전해철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영찬 의원이 ‘이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책임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 동의한다 말씀은 어렵다”고 거리를 두는 한편 이 대표를 향해선 “총선 등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많은 분이 참여하는 탕평인사를 하면 당내 화합과 통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 대표가 많은 것을 내려놨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의 탕평 인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해 박 의원처럼 이 대표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인적쇄신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또 다른 친문 인사인 최재성 전 의원도 앞서 지난 9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선된 뒤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명계로만 움츠려서 축소형 인사를 했었던 (데서 벗어나) 통합·확장적 인사를 해서 돌파해야 한다”고 인적쇄신 필요성을 주문한 바 있는데, 다만 이 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당직 개편 얘기가 나오는데 전략기획위원장이나 대변인 등 일부 당직 교체를 고려하고 있나’란 기자들의 질문에 “하라는 얘기냐”라고 응수했으며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당직 개편에 대해 “논의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당직개편을 놓고도 온도차가 감지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현 지도부 내 유일한 비명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장 대표를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또 가결 혹은 무효를 만든 의원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저는 양쪽 다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밟고 가선 안 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해서 우리한테 얻어지는 게 무엇인가. 저는 지는 싸움이란 생각 밖에 안 든다”고 단결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고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지키자는 의견과 이 대표로는 선거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지만 추정컨대 양쪽 의견을 다 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더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선 의원들도 지켜보고 이쓴ㄴ데 지금은 그것을 판단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아직 총선이 너무 많이 남아있고 변수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에 지금 예단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진행자가 구체적 판단 시기를 묻자 “초가을 정도 되면 총선을 몇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총선 전략을 무엇으로 짜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최근 당내 ‘2024 총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에 비명계 의원을 대거 배치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이재명 지도부를 비판하는 분들 마음이 달라지겠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관측해 여운을 남겼다.

◆ 여론조사 “총선 위해 당 대표직 물러나야” 48.6% vs “유지해야” 37.8%

(좌측부터) 민주당 정청래, 김남국, 김용민, 박성준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정청래, 김남국, 김용민, 박성준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친명계에선 이 대표 비호에 적극 앞장서며 단일대오 유지를 거듭 강조했는데, 정청래 최고위원은 13일 ‘김대중을 지켜냈듯 이재명을 지켜주십시오’란 글을 통해 “이재명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길이고 이재명 지키는 일이 총선 승리, 대선 승리의 길”이라고 주장했으며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의 김용민 의원 역시 “밖에서 당을 공격할 때 안에서 똘똘 뭉쳐 대응해야지 안에서도 같이 당을 흔들고 있으면 누가 좋겠나. 당원과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당 대표를 안에서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역설했다.

또 김남국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안타까운 죽음을 가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올 연말쯤에 이 대표가 물러나는 질서 있는 퇴진이 논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 없다”고 일축했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이 나와 “지금은 민주당이 선 단결과 통합을 통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정 실정, 잘못된 행태에 맞서야 한다고 본다. 하나된 힘으로 당당히 맞서야 하는 게 당원, 의원으로서 자세”라고 한 목소리로 단결을 강조했다.

심지어 박 대변인은 “윤 정권의 공격을 이 대표가 맞서야만 넘어갈 수 있다. (이 대표가 아니었다면) 당내 분열이 어마어마하게 심각했을 것”이라며 고 전씨가 남긴 유서에서 이 대표가 언급됐다는 데 대해서도 “전체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단어를 가지고 고인의 말을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고 전씨의 유서에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나”라고 쓰여 다고 보도하는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대표를 빼고 총선 치르자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이 대표만으로도 우리가 어려운 것”이라며 “이 대표를 우리 손으로 검찰에 넘겨줘선 안 된다. 안에서 모두 힘을 합칠 때만이 검찰독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추가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더라도 “더 압도적 표결로 부결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게 승리의 길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64명에게 실시해 13일 밝힌 여론조사(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내년 총선과 향후 민주당을 위해 이 대표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6%가 “당 대표직을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으며 “당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37.8%에 그쳤고 “당 대표직은 유지해도 방탄국회는 안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응답은 7.2%로 나왔다.

특히 이 대표가 사퇴하거나 방탄국회를 포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도합 과반인 55.8%란 점에서 사법리스크 대응을 위해 이 대표가 당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온 만큼 비록 친명계를 비롯해 당내에서 단일대오를 외치는 의원들이 있어도 당 지지율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비명계가 이에 설득되기는 어려워 이 대표 체제를 둘러싼 내부 파열음은 잦아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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