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중 갈등 봉합 ‘급선무’…윤 대통령 ‘3대 개혁’ 뒷받침과 對野 관계도 주요과제

김기현 의원이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결선 없이 새 당 대표로 최종 선출됐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의원이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결선 없이 새 당 대표로 최종 선출됐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4일부터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최종 투표율이 역대 최고인 55.1%(83만7236명 중 46만1313명)를 기록했을 정도로 여당의 새 사령탑에 대한 당원들의 뜨거운 관심이 확인된 가운데 8일 김기현 의원이 결선투표 없이 단독 과반 득표함에 따라 새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이 같은 표결 결과의 의미와 앞으로 어떻게 당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無 결선’ 金 당선에 힘 받는 尹…‘전통적 지지층’ 강세 확인돼

이번 전대는 이준석 전 대표가 힘을 실어준 청년 정치인들을 비롯한 이준석계 후보들과 자신이 ‘친윤석열’임을 내비쳐온 후보들 간 대결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우선 김기현 의원이 결선 없이 52.93%(24만4163표)의 과반 득표에 성공해 당심이 친윤 주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고 안철수 후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만7803표(23.37%)였으며 ‘이준석계 돌풍’의 선봉에 섰던 천하람 후보도 6만9122표(14.98%)에 그쳤다.

심지어 김 후보에 울산 땅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내내 거세게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다가 마지막엔 “대여투쟁” 발언까지 했던 황교안 후보는 아예 한 자리수대인 8.72%(4만222표)에 그친 것으로 나와 당원들은 진흙탕 공세에 오히려 표를 주기보다 김 후보에 한껏 힘을 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투표에서도 전통적 지지층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TK지역에서 3선 의원을 지낸 검사 출신의 ‘친박근혜 핵심’ 김재원 후보가 17.55%(16만67표)로 수석최고위원 자리에 올랐으며 정진석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지난 대선에선 윤 대통령 캠프에서 최장기 대변인을 맡았던 김병민 후보가 16.10%(14만6798표)로 그 뒤를 이었고 이 전 대표와 지난 지도부 당시 정면충돌했던 조수진 후보가 13.18%(12만173표), 탈북민 출신으로 윤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해온 태영호 후보가 13.11%(11만9559표)를 얻어 지도부에 입성했다.

특히 여러 여론조사에서 상위권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관측됐던 과거 민주당 쪽 정치경력을 가진 민영삼 후보는 득표율이 11.08%(10만1092표)에 그친 것으로 나왔으며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후보와 허은아 후보는 모두 10만 표도 얻지 못한 채 각각 10.87%, 9.90%를 기록해 전통적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친윤 후보의 싹쓸이로 끝난 선거였고 ‘천·아·용·인’으로 대표되는 이준석계 후보들 전원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데 비추어 2030세대를 비롯해 대선 이후 대거 가입한 당원들도 결국 이 전 대표보다 친윤 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자신이 친윤 후보임을 자랑스럽게 강조해오며 이 전 대표 측과 설전을 벌인 ‘윤 대통령의 1호 청년참모’ 장예찬 후보가 단독 과반인 55.16%로 당선된 반면 이기인 후보는 18.71%에 그친 점에서도 알 수 있는데, 이번에 선출된 ‘친윤 일색’인 새 지도부의 임기는 내년 총선을 포함해 2년인 만큼 앞으로 여당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당정일체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 대통령도 한 목소리로 ‘단합’ 강조…金 “‘연·포·탕’ 대통합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다만 친윤계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그간 경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공방 등 과열 양상을 띠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은 새 대표가 당장 풀어나가야 할 과제인데, 비록 당심이 ‘친윤’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지만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인 여소야대 구도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당내 소수더라도 파열음을 일으킬 경우 향후 총선은 물론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이날 전당대회에선 축사에 나선 윤 대통령부터 원내대표, 선거관리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하나가 될 것’을 결과 발표 전부터 한 목소리로 거듭 당부했는데, 윤 대통령은 “새 지도부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 한다. 당내 선거에선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국민만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도 전대 결과 발표 전 축사를 통해 “선거는 치열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우리 모두가 하나 돼 당정대가 일체 돼서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완전한 정권교체는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제1당이 돼야만 윤 대통령이 간절히 바라는 교육·연금·노동개혁을 완수해서 미래 세대의 앞날을 보장할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우리가 하나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으며 유흥수 선거관리위원장 역시 “승패에 관계없이 모두가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우리들은 적이 아니고 다 동지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합이다. 무너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법과 상식이 통하는 반듯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정부와 당이 혼연일체가 돼서 다시 한 번 뭉치고 다시 한 번 힘을 합쳐나가야 한다.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새 지도부와 함께 전 당원 동지 여러분이 한마음 한뜻이 돼 힘을 합치고 화합하고, 통합하고, 포용하는 한마음이 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는데,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도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는 하나다. 함께 하고 계신 안 후보, 황 후보, 천 후보와 같은 뛰어난 지도자들을 잘 모시고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정작 이런 김 후보의 수락연설을 듣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버렸는데, 보통 전당대회에서 선거에 진 후보들이 당선자의 수락연설을 듣는 게 관례인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출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이보다 더 민감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선 안 후보를 비롯한 비윤계에서 김 대표 체제에 대한 견제와 반발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안 후보는 황 후보와 함께 김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울산 KTX 역세권 시세 차익 의혹을 전당대회 이후에도 검증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당직 인선 등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이어질 경우 새 지도부 출범 초기부터 김 대표에 대한 검증 공세를 펼치며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비윤계가 단 한 명도 없는 지도부인 만큼 김 대표가 자신이 임명 권한을 가진 지명직 최고위원 1명과 총선 당무를 총괄할 사무총장, 부총장 등 주요 당직은 물론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비윤계에게 단 하나라도 넘겨줄지는 미지수인데, 그간 김 대표가 공정한 공천 관리를 공언해왔던 만큼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자리를 뜬 안 후보와 달리 황 후보는 이날 전대 직후 ‘안 후보와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과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 관련 연대를 이어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제는 책임자들이 세워졌으니까 책임자를 중심으로 하고 부족하면 제가 보완하고 그렇게 하겠다. 정통보수 정당 재건 또 30년 자유민주주의 정권, 그리고 국민 당원 중심 정당, 국민 시원 정당,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 수호 5가지는 언제라도 변할 수 없는 것이기에 지켜가겠다”며 “무너졌던 당이 되살아난 것을 보고 감격했다. 앞으로 우리가 꿈꾸던 자유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함께 힘 모아가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대통령실에선 이날 전대 직후 김은혜 홍보수석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그간 당 대표 선거운동 과정 중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단체 카톡방에 김 후보 지지 게시물을 올려 전대 개입 논란이 일었던 데 대해 “현재 수사당국이 고발 조치된 사안으로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는데, 그러면서도 전대 결과에 대해선 “대통령 말처럼 당내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소중한 분들”이라며 “모두 개혁 주체로 힘 모아 달라”고 화합을 당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 축사에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과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이권 카르텔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해 경선 내내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해온 새 여당 지도부로선 장차 윤 대통령의 3대 개혁을 필두로 원내 다수인 야권과 대대적인 샅바싸움을 벌여야 될 것으로 관측된다.

◆ 野 “기대 없어” 혹평…金 “여야 협치로 민생 과제 해결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8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8일 전당대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러다보니 윤 대통령과 충돌해온 야권에선 ‘친윤’ 일색의 여당 지도부 탄생에 기대감보다는 벌써부터 우려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의 지속적인 전당대회 개입으로 김 후보의 선출은 윤 대통령의 대리·바지 대표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에서 이제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오늘로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는 완전히 사망했다.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여당, 대통령 눈치만 보는 죽은 여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정의당에서도 김희서 수석대변인이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민은 윤심을 받드는 ‘윤핵관의 힘’을 벗어나 민심을 받드는 국민의힘이 되길 요구하고 있으니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고, 실정에 쓴 말도 하는 집권여당 대표가 필요함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아울러 집권여당 대표로 당선된 만큼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땅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규명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연포탕 정치를 표방했으니 대통령이 국민과 야당과의 소통에 나서도록 충언하는 대표가 되길 바란다”고 시작부터 김 대표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이날 당선 수락 연설에서 “우리 여당은 야당과 다르게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유능한 정당임을 입증해야 한다. 오로지 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챙기는 정당,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년 총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헌신과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그러면서도 당선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야 관계에서 우리가 소수당으로 겪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을 찾아 의견을 구하고 여야 협치 속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협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여당이 갖고 있는 힘은 국민 여론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대야 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겠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결의를 다졌으며 당직 인선 기준을 묻는 질문엔 “연대, 포용, 탕평이란 기본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고 인물 등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실력, 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을 잘해서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그런 분을 삼고초려해 모실 것”이라고 답해 과연 어떤 구상대로 집권여당을 이끌어갈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상취재 / 권민구 기자. 영상편집 /  공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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