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나서 후보 지원하는 이준석…긴장한 경쟁자들, 대응방식은 제각각
신평 “현실적 정치세력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한 이준석...포섭하면 좋겠다”
이준석, 책을 정식 출간하면 전국에서 독자와의 만남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이준석 전 대표의 존재감이 점차 부각되고 있어 그의 영향력이 차기 지도부 선출 경쟁에 어떤 여파를 일으킬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준석계 ‘선전’ 속 SNS부터 방송까지 적극 보폭 넓히는 李

그동안 잠시 숨고르기 해오던 이준석 전 대표가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3·8전당대회에서 이준석계 후보들의 선전을 계기로 다시 정치권 전면에 적극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마련해가는 모양새다.

특히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천하람 당 대표 후보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4명 전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반면 이들을 직격하던 이용 의원 등은 오히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은 적잖은 당심이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돼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는데, 그래선지 이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일정을 본인 SNS로 소개하며 “천하람, 김용태, 허은아, 이기인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항상 벌어지는 고질적 구태인 동원과 버스떼기를 하지 않고 자발적 지지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최대한 많이 오셔서 이들의 도전을 응원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더구나 당원 100%로 경선 룰을 바꿨음에도 당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던 이준석계 후보들이 선전했다는 의미는 이 전 대표를 몰아낸 이들보다는 이 전 대표가 다시 힘을 얻기를 바라는 당원들이 적지 않다는 뜻으로 비쳐지고 있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계의 컷오프 전원 통과는 사실상 이준석의 승리”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도 SNS 뿐 아니라 방송 출연 등 적극 보폭을 넓히면서 다시 특유의 소신 발언에 시동을 걸었는데, 지난 1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 선거하는 방식으로 총선하면 망한다.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지난 3년 동안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해서 김종인-이준석 체제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전에 계속 선거를 왜 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봐야 되는데 우리 당 의원들이 선거하는 것을 보면 그냥 감이다”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뿐 아니라 친이준석계 후보와 맞서는 경쟁주자들을 향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견제구를 던지는 모습도 보였는데, 지난 12일 친이준석계 후보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그는 “전당대회에서 하듯 소거법 정치나 집단린치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나”라며 “지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에서 각 후보들이 어떤 전략으로 지휘할지를 보여주는 경연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아래 후보를 꼭 투표해주시고 갑, 을, 병 지역별 일반최고위원을 분산해 투표하여 한쪽 쏠림에 방지하고 분탕자에 표 단속을 해야 될 것으로 사료 된다’ 등 내용이 실린 문자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원이 핫바지로 보이나. 갑을병 지역구별로 누구 몰아주게. 분산투표 해주면 오히려 고맙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그는 안철수 당 대표 후보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는데, ‘친이준석계 후보들은 구체적 안 없이 말로만 개혁을 말한다’고 한 안 후보 발언에 대해 지난 12일 이 전 대표는 “천하람 당 대표 후보의 경우 완전한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안 후보는 자꾸 시스템 공천이란 말만 되풀이한다”며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에서 막후 실력자로 있으면서 바미당 공천 자체를 흩뜨려버린 적이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를 할 때는 광주시장 공천 등에 있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에 혼란을 초래했다. 안 후보는 자신의 과거 전적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는지 알고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심지어 이 전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전 당 대표 정무실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의 ‘시스템 공천’ 공약을 꼬집어 “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외풍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를 의지를 갖고 말해야 한다. 대통령의 명단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안 후보에 한 목소리로 일침을 가했는데, 급기야 이 전 대표는 황교안 전 대표까지 겨냥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만 주구장창 말씀하시다가 왜 천하람 후보가 부정선거에 대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는데 회피하나. 혹시 부정선거 의혹을 본인도 안 믿고 있으면서 사람들 선동하려고 한 거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 李 ‘전방위 공세’에 ‘포용’·‘맞불’·‘모르쇠’…정치권 반응 제각각

신평 변호사(좌), 배현진 의원(중),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평 변호사(좌), 배현진 의원(중),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이 전 대표가 친이준석계 후보들을 위한 지원사격에 적극 나서자 정치권에선 여러 반응이 쏟아져 나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실적 정치세력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한 이준석 세력에게도 발탁의 기회를 주어 그들을 국정 테두리 안으로 포섭하면 좋겠다”며 이 전 대표 측을 포용하라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스스로 12일 MBN 인터뷰에서 “제가 끌어 안김을 당할 사람이 아니다. 제 방향성과 윤 정부가 일치한다면 칭찬하지만 지금은 제 생각하는 방향성과 윤 정부가 나가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반면 이 전 대표가 지도부를 이끌던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정면충돌한 바 있는 배현진 의원은 ‘윤핵관 후보 측에서 특정 후보에 투표하라는 문자나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전 대표가 공개한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출처 확실하면 윤핵관 누가 돌렸는지 이름을 공개하라. 저희 지역까지 거론되니 파악해야겠다. 조작이 아니라면 수신인이 번호 갖고 있을 것”이라고 이 전 대표에 공세를 폈다.

이런 반응도 있다면 안 후보는 이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시기 공천 개입 논란을 꼬집은 데 대해 13일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 대표가 되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절대 공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저도 그렇고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다만 안 후보 캠프의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앞서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준석계 후보 전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데 대한 평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거기까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많이 나선 것의 역풍이라고 본다”고 에둘러 견제구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영향력, 지분이 있다. 당의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준석계 후보들을 꼬집어 “아직 대안으로까지는 성장하지 못한다. 그 후보들은 아직 홀로서지는 못했고 천하람 후보도 훌륭한 청년정치인이지만 결국 이준석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전 대표와 이준석계 후보들에 분리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이준석계를 겨냥한 이런 공세는 13일 열린 국민의힘 첫 합동연설회에서도 이어졌는데, ‘친윤’ 후보임을 내비쳐온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13일 오후 ‘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 지도부가 자기 정치를 한다고 윤 대통령을 흔들고, 당원권도 정지된 전직 대표 뒤나 졸졸 따라다니고, 윤 정부가 일을 못하게 막아버리면 민간공항도, 미디어특구도 미래산업 뭐하나 제주에 들어오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를 등에 업고 정치하는 것이 보수진영 정치에서 두고두고 좋지 않은 낙인으로 남을 것 같다. 훌륭한 후보들이 이 전 대표 그림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李 존재감 속 이준석계 후보들, 일부 차별화 노리기도

이준석계로 꼽히는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좌), 천하람 당 대표 후보(중),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계로 꼽히는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좌), 천하람 당 대표 후보(중),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지적에 이준석계 후보들은 온도차를 보였는데, 제주도민이 겪는 비싼 배송비 문제 해결을 공언한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약속들이 이준석 지도부에서 가볍게 여겨지지 않았듯 이기인은 반드시 최고위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이 전 대표를 긍정적으로 거론한 데 반해 천하람 당 대표 후보는 지난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원들은 새 대표가 이 전 대표처럼 대통령과 싸워 불협화음 내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 전 대표처럼 혼자 셀럽 정치할 생각 없고 세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고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이 전 대표처럼) 혼자 정치하게 되면 언젠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천 후보는 “한동훈 장관에 영입 제안할 생각이 있다. 한 장관 뿐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정치하고 싶은 분들이나 대통령께서 ‘원내 진출했음’하고 희망하는 분들은 미리 준비하라”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13일 합동연설회 이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4명의 개혁 후보가 모두 당선되고 당 대표로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지명하면 최고위원회를 안정적인 다수 구도로 이끌 수 있어 그러면 이 전 대표 시절의 과도한 최고위 다툼이 줄어들 것이다. 대표 취임 즉시 함께 할 현역 의원 10명 이상 확보해서 원내에서 정치도 훨씬 안정적으로 하겠다”고 이 전 대표와는 온도차 있는 행보를 보였다.

이는 경쟁자인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몇 달 전 당 지보부 불협화음이 생겨 난리법석이 났다. 이번에 뽑는 당 대표는 불협화음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같은 날 합동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가 천 후보인지, 이 전 대표인지 헷갈린다”라고 지적하는 등 이 전 대표와 한데 묶어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자신의 존재감에 후보가 가려질 것을 의식한 듯 이 전 대표도 앞서 지난 12일 친이준석계 후보들과의 간담회 직후 “이들이 개성을 버리는 순간 후보로서의 확장력을 잃는다. 제가 너무 부각되는 상황은 최대한 지양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표 체제 시절 함께 했던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조수진 최고위원 후보를 겨냥 “저는 저에게도 가해진 수많은 권력의 핍박과 협박에도 끝까지 지도부를 지켰고 당원 여러분들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지켰다. 당시 권력과 야합해 사퇴한 일부 최고위원들이 다시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어떤 명분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러자 격앙된 조 후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유가 당 대표 때문에 발생해 당시 최고위원들은 피해자”라며 이 전 대표를 향해 “당원 선택에 대한 배신”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듯 이 전 대표와 이준석계 후보들은 결국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친이준석계 후보 4인방이 오는 18일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는 데 이어 “내년 총선에서 노원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던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 결과 발표 엿새 전인 내달 2일에 ‘거부할 수 없는 미래’라는 책을 정식 출간하며 전국에서 독자와의 만남도 가질 것으로 알려져 전당대회 최종 발표를 앞두고 더더욱 확장되어가는 이 전 대표 측 행보가 새 지도부 선출 결과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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