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성공” 외친 羅, 본심? 반격?…安 “羅 출마했으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최대 변수인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그 판세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대통령실에 반박하면서도 “윤 정부 성공” 외친 나경원, 왜?

나 전 의원은 11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윤 정부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해보겠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이 신년인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윤 정부의 성공이다.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 모두 절대 화합, 절대 단합, 일치단결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자는 뜻에서 오늘 이 잔을 들고 건배사를 하겠다”고 ‘윤 정부의 성공’이란 표현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그는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의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장에 입장하던 중 자신의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윤 정부의 성공”이란 단어를 3번이나 거론했는데, 이는 자신이 ‘반윤’이 아니라 ‘친윤’ 인사임을 당원을 비롯한 대외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어 이런 행보 자체가 이미 전대 출마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작 윤 정부에선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이 제안한 ‘헝가리식 출산 지원책’을 꼬집어 “나 전 의원이 저한테 그런 안을 보고하러 가져왔다가 다시 가져갔다. 2억원이란 돈을 주고 출산에 따라 탕감하는 안은 효과 면에서나 중복되는 면에서나 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히는 등 나 전 의원을 계속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나 전 의원은 11일 오전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던 ‘헝가리식 출산 지원책’과 관련해 “결혼하면 헝가리는 한 4천만원쯤 초저리로 장기 대출해주는데 우리는 2억원 정도 초저리로 20년 대출해주고 첫째 낳으면 이자 탕감, 둘째 낳으면 원금 일부 탕감, 이렇게 하면 어떨까 구상했는데 이걸 갖고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나경원이 포퓰리즘 하겠나”라고 반박했고, 자신이 맡았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대해서도 “그건 사실 비상근이라 예전에 보면 의원과 겸직하면서 1년에 몇 번 회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자들이 이후 질의응답에서 나 전 의원을 향해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과거엔 국회의원이 겸직했던 자리라고 했는데 대통령실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은 일을 겨냥한 발언인가’라고 질문하자 나 전 의원은 “자꾸만 대통령실하고 저하고 각을 만들지 말라”며 수위조절에 나섰고, ‘대통령실에서 사의를 반려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도 “이게 무슨 대통령실과의 충돌로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책적 논의가 갈등과 충돌로 비쳐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엔 “고민 중이다”라면서도 “윤 정부의 성공”을 거듭 외치는 나 전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1일 오후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여당 당원이라면 자기 정부 성공을 바라는 건데 당 대표까지 나오려고 하는 사람이 삼창한다는 것은 완전히 코미디로 봐달라는 이야기다. 이미 용산과 틀어질 대로 틀어졌는데 삼창이 아니라 삼십창을 한다 해도 (대통령실이) 보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 이재오 “羅, 전대 출마 100%”…대통령실, 여전히 羅 불편?

1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실
1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실

특히 이 고문은 나 전 의원의 논란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친윤이냐 비윤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 전 의원의 처신 때문이다. 장관급으로 임명한지 3개월 다 돼 가는데 어쩌다 얘기한다는 게 정부 방침하고 엇나가는 소리만 하니 대통령실에선 짜증나는 것”이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퇴와 관련해서도 “(나 전 의원이) 문자메시지로, 전화로 했다는데 그런 사의표명이 어디 있나. 사임서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데 사직서가 안 들어오니까 대통령실에서 ‘들은 바 없다’며 엇나간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1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의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과 관련해 “인사권자가 특별한 말씀이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인사 절차는 사직서를 본인이 제출하면 인사혁신처를 통해서 (사직서가) 오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을 뿐 아니라 나 전 의원의 부위원장 직함도 여전히 ‘현직’으로 표현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재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고문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 “지고 못 사는 사람이고 가만히 있고는 또 못 사는 사람, 뭐든지 해야 할 사람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도 하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그만뒀으니까 뭘 안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대표 선거가 눈앞에 왔는데 반드시 나갈 것”이라며 ‘100%’라고까지 단언했는데, 나 부위원장도 당권 행보에 본격 나서려는 듯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갑자기 저출산 문제와 무관한 안보 관련 내용인 ‘문정인, 나경원이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에 영향’이라는 제목의 지난 2019년 3월 13일 기사를 올려 그간 자신의 성과를 알렸다.

또 이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혹시라도 당의 분란과 갈등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 하는 사람은 당 지도부가 될 자격이 없다. 적은 우리 내부에 있고 분열주의야말로 국민의힘의 적”이라며 “3·8 전당대회 주제인 단결과 통합만이 내년 총선 승리로 가는 유일한 관문이다. 단결과 통합 없이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대한민국의 전진도, 대한민국의 내일도 기약할 수 없다”고 역설하자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절대 단합하자”고 건배사를 해 정 위원장으로부터 호평 받기도 했는데, 이런 행보는 나 전 의원이 출마를 염두에 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나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이 내세워온 ‘수도권 대표론’도 띄우려는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승리가 정권교체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승리는 서울과 수도권 승리로부터 시작된다”고 역설했으며 앞서 이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이 ‘출마하면 반윤으로 찍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찍힌다고 찍혀지나”라고 응수하는 등 아직 직접적으로 출마를 공식 확언하지만 않았을 뿐 당권 도전 의사를 적극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대통령실 반응이 탐탁지 않다는 건데, 아무리 ‘당심’ 지지도가 높더라도 자칫 윤 대통령과 관계가 좋은 후보가 아니란 인상을 줄 경우 나 전 의원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무색하게 전당대회에선 당원 표심이 분산되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되기에 나 전 의원은 자신을 직격했던 대통령실과 계속 설전을 벌이는 데엔 부담을 느끼고 일단 자세를 낮추는 모양새다.

◆ 표정 다른 경쟁자들, 安 “羅 출마, 흥행 도움”…金 “역할 잘 판단할 것”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좌),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좌), 안철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미 당권 경쟁에 뛰어든 후보들은 최대 변수인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에게 실시해 11일 공개한 ‘국민의힘 당 대표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나 전 의원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와 관련해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직후 “나 대표는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는 분이고 그동안 책임 있는 정치인생을 잘해왔다. 윤 정부 성공과 당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잘 숙고해 판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김·장연대’를 내세우는 등 일찍이 윤심 후보임을 강조해온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 중 전통적 지지층이 겹치는 만큼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 간 관계가 불편하게 비쳐질수록 이탈표를 흡수할 수 있어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반면 김 의원의 상승세로 오차범위 내 열세를 기록하고 있는 안 의원은 어떻게든 인지도 있는 경쟁자들이 더 뛰어들어 표심을 분산시켜야 김 의원의 상승세를 꺾을 수 있기에 나 전 의원의 출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안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인적인 희망을 말한다면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좋겠다. 출마하면 당의 경선 흥행에 도움 될 수 있다. 다양한 변수들,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경쟁해서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게 되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것이고 누가 당선돼도 우리 당 컨벤션 효과로 상승 폭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나 전 의원과 ‘수도권 연대’를 통해 후보 단일화할 가능성과 관련 “굉장히 높다고 본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비단 안 의원 뿐 아니라 그와 ‘안·윤 연대’ 중인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오후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윤 정부 성공의 전제조건으로 ‘뺄셈정치 타파’를 꼽은 뒤 “우리 당의 최고 보배 중 보배인 나 전 원내대표에게 뺄셈정치 DNA가 발동했다. 자중해야 한다”며 나 전 의원에게 불출마하라고 압박하는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등 나 전 의원의 출마에 긍정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 중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내 경선은 당원들과 접촉하기 위해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역할이 굉장히 큰데 그분들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문제가 있고 당원들 입장에선 대통령과 뜻이 맞지 않는 당 대표가 등장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있을 거라서 이제 잘 설득해야 되는데 이게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출마해도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일단 나 전 의원이 이날 서울시당 신년회 뒤 기자들과 만나 “설 전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