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文 정부 거론하는 尹, 책임 지적 그치지 않고 ‘文 정책 뒤집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사실상 검찰 출석 초읽기에 들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 함께 손을 맞잡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연일 공세적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北무인기 침범에 ‘文 책임’ 주장한 尹, 9·19 폐기까지 박차?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에도 결국 격추시키지 못해 안보 관련 비판을 받은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군 훈련 규모가 여러 이유로 축소됐던 과거 문 정권의 안보 기조가 원인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도 지난 2일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이 무인기를 개발한 것은 굉장히 오래된 일이고 그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해 2018년 만들어졌다”며 “무인기 대응과 관련해 레이더도 도입하고 상당한 준비를 진행했었다. 한국에 기술력이 부족해 이스라엘에서 장비를 수입해왔고 이번에 무인기 추적도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SSR레이더망으로 한 것”이라고 사실상 반박에 나섰다.

그러면서 자신을 탓한 윤 대통령을 겨냥 “대응을 위한 준비가 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 상공이 뚫린 심각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제대로 안보 상황을 직시하고 내용을 알고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부 안보 능력이 걱정”이라고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하지만 같은 날 군 관계자는 “소형무인기 대응전력도 전력증강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보 중이고 2010년대 초반부터 관련체계에 대한 소요결정 및 도입이 됐다. 특정 시기에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특정 시기’란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미 문 정부 이전부터 순차적으로 대응 체계 도입 등 준비를 해왔다면서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침범을 가장 먼저 포착한 국지방공레이더는 노무현 정부 시기 소요가 신규 결정됐고 이명박 정부 때 중기 소요로 전환됐으며 이후 체계 개발 과정을 거쳐 2020년부터 양산 및 배치가 진행된 것으로 ‘지난 정부에서 대응시스템 준비를 해둔 것’이란 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SSR레이더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기에 소요가 결정되고 2014~2019년에 걸쳐 도입됐으며 드론운용부대도 2018년에 문 전 대통령이 창설했다는 드론봇 전투단은 연구조직 성격의 소규모인 관계로 이번 무인기 사태 이후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한 윤 대통령의 지시는 이보다 한층 강화됐으며 보다 구체화되고 결이 다른 주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실 참모진, 군 지휘부 등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장관에게 감시·정찰·전자전 등 임무를 수행하는 다목적 합동 드론부대 창설을 지시했으며 연내로 탐지가 어려운 소형 드론 대향 생산, 스텔스 드론 생산 등 체제를 갖추도록 개발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고 ‘드론 킬러’ 체계 마련 뿐 아니라 드론 전력 규모 확대를 위해 한·미 공동 대응 태세를 갖추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이같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의 정지를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안보실에 실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날 김은혜 대통령살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 “비단 드론 뿐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 사실상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는 비정상적인 나날이 지속됐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행정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해 향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동·서해상 완충구역 포사격 등에 나설 경우 9·19 군사합의는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與 “尹 비판한 文, 반성하라…尹, 전 정권 ‘비정상’을 정상화해”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결국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북정책 관련 성과로 내세워온 9·19 군사합의마저 북한의 무인기 도발을 계기로 뒤집는 모양새인데, 앞서 지난 3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김미애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군사분계선 기준 서부전선 쪽에선 10km, 동부전선 쪽에선 15km 거리에서 무인기 비행 금지구역이 설정돼 군사분계선 근방에서 우리 군의 정찰 자산 운용 훈련과 북한 무인기 탐지 훈련을 실시할 수 없었던 것은 팩트”라며 “문 전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오지 않을 것이란 북한 김정은의 선의만 철석같이 믿은 것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고 9·19 군사합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같은 당 신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발사체’로 표현하던 본인의 비뚤어진 안보관에 대해선 일말의 반성도 없이, 취임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후임 대통령을 향해 비판을 일삼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당해도 김정은 심기만 살폈던 문 전 대통령이 안보 대응 능력을 말한 자격이나 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작금의 모습은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명령한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임 대통령을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본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모순적 상황”이라고 아예 문 전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신 부대변인은 ‘서로 소통하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지난 1년간 실감했을 텐데 너무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윤 정부에 우려를 표한 문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이념에 함몰된 정책과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라를 5년 만에 나락으로 빠뜨렸던 장본인이 어찌 소통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집권 중에 상대 진영 혹은 본인들과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을 모두 적폐로 낙인찍어 칼춤 추던 것은 문 전 대통령”이라며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문 정권이 양산한 비정상을 정상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후임 대통령을 향한 국민 신뢰가 쌓이고 있는 것에 내심 질투가 생긴다고 고백하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또 ‘윤핵관’이자 여당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을 겨냥 “자신이 들어야 마땅한 비판을 남에게 쏟아낸 꼴인데 참으로 낮이 두껍고, 보는 이는 낯이 뜨거운 행태”라며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서 한 일이 고작 평양온반 먹으면서 현 정부를 비난한 건데 여러 범죄 의혹 당사자끼리 만나 결속 다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폐기를 공식화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4일엔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 원전 생태계 복원에 더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며 전 정부 정책 폐기에 시동을 건 바 있고, 최근 3대 개혁 과제를 내세운 윤 대통령이 우선 꼽은 노동개혁에서도 문 정권 때 만든 주52시간제를 완화할 뜻을 분명히 하는 등 비단 안보 분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 정권 정책과 상반된 기조로 국정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

◆ 대통령실, 교육과정 내 5·18 삭제도 “文 정부 때 한 것” 주장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교육과정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4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교육과정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도 윤 대통령은 문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까지 꼬집어 “정치와 이념에서 출발할 게 아니라 전문성과 과학에 기반 해서 일해야 된다. 정부가 이념 차원에서 접근하면 시장이 왜곡된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급기야 이런 변화 속에 교육 부문에 있어선 새 교육과정에서 빠져 있던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은 포함시킨 반면 ‘5·18민주화운동’은 삭제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에 야권에선 당장 58명의 국회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 점을 꼬집어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된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육과저우 퇴행을 멈추고 개정 교육과정과 이후 추진할 교과서 작업에 5·18 민주화운동을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고 촉구했고, 특히 민주당에선 임오경 대변인을 통해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약속했다. 이제라도 교육과정에 다시 포함하고 국민을 우롱한 처사에 책임 있게 사과하라”고 논평도 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작년 5월 광주에서 5·18 유족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른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광주를 향해 돌아오는 대통령의 진심은 광주시 복합쇼핑몰 국비 예산 0원이었고 이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삭제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다만 교육부에선 이날 오승걸 책임교육정책실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연구진들이 시안을 제출했고 전적으로 연구진의 자율성에 의해 반영됐다”고 해명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윤 정부에서 삭제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2021년 당시 유은혜 교육부장관 시절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을 시작하면서 모든 교과에 ‘학습 요소’라는 세부 항목을 생략했고 이에 따라 서술이 최소화되는 과정에서 빠진 것”이라고 또 문 정부에 책임을 돌려 현 정권과 전 정권 간 충돌은 여러 분야에 걸쳐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