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사퇴’ 요구 높아지고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李 “힘 모아 달라” 호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부적으로는 수사 압박, 내부적으로는 당 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위기 돌파를 위해 지지층 결집 호소에 나서고 있다.

◆ 검찰의 정진상 공소장, 사실상 이재명 소환 노렸다?

법무부가 지난 19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정 전 실장이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로부터 428억원의 뇌물을 약속 받는 대가로 제공한 5가지 특혜를 적시했는데, 여기서 이 대표를 모두 81차례나 거명하면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이 대표 간 연관성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소장엔 이 대표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면서 결재해야 하는 보고서나 문건을 “모두 피고인 정진상의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고 적시되었으며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고도 강조했고 지난 2013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받을 때 “민간업자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이재명 시장도 당선시키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시장 당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도 담겨 있는 등 구체적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검찰은 이들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여론 조성에도 나섰었다고 주장했는데,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 2014년 4월께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형수 욕설’ 파문을 진화하고자 남 변호사에게 “댓글부대라도 만들어서 이재명의 욕설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라”고 요구했으며 남 변호사는 본인 회사 직원들까지 동원해 성남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에 ‘이재명 심경이 이해된다’는 취지의 댓글도 수차례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 전 실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검찰은 이 대표의 범죄 관련성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에 특혜를 제공한 내용 등을 인지했는지 여부가 규명되지 않는 이상 이 대표가 윗선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속영장청구서 때 있었던 ‘이 대표의 승인을 받았다’는 부분은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 등 현재 구속되어 있는 이 대표의 최측근들은 검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김만배씨가 이 대표의 관련성에 대해 진술토록 만들고자 검찰이 김씨의 측근인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를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구속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최 이사와 이 공동대표를 구속한 뒤 김씨의 은닉 지시 여부 등에 대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장동 수익 260억원 은닉에 도움을 줬다고 지목한 김씨 측 변호사에 대해서도 앞서 지난 12일에 12시간 이상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변수가 최근 발생했으나 그렇다고 이게 수사 동력을 떨어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사업 관련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조력자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공범 김만배씨가 자해를 시도한 데 대해선 구체적 경위를 떠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도 김씨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중환자실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내놨고, 정 전 실장의 공소장에 있는 표현이 구속영장 때와 일부 달라진 데 대해서도 “표현이 정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앞줄 가운데)이 출석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앞줄 가운데)이 출석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이밖에도 해당 공소장엔 ‘이 대표의 승인을 받았다’고 표현한 부분 뿐 아니라 대장동 수익을 정 전 실장 등에게 주겠다고 하니 정 전 실장이 ‘저수지에 보관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유동규 전 본부장이 뇌물 전달할 때 CCTV를 피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등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내용이 적잖이 빠졌는데, 수사 내용이 바뀐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이나 결과는 동일하다. 일일이 바뀐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고 향후 재판과정에서 설명하겠다”며 “공소사실이란 정제된 표현으로 정리해 법원에 공소 제기하는 것이기에 영장과 내용, 형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20일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입장문을 내고 ‘유 전 본부장이 뇌물 전달할 때 CCTV를 피해서 계단을 올라갔다’는 내용이 빠진 이유에 대해 “(영장 내용과 달리) 아파트의 동 출입구 바로 앞에 CCTV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계단을 이용할 경우 2층부터 자동으로 센서등이 켜져 계단 이용 시 동선이 외부에서 더 잘 보이는 구조”라면서 “범죄혐의자들의 주장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엉터리 조작수사”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 ‘김문기 유족’ 증인 신청까지 한 검찰, 李 압박 본격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압박을 그치지 않았는데,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발언했다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고 김 전 처장의 유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대표 측이 공개적으로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최근 유족 측을 만나려고 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데다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과 교류해온 만큼 그를 몰랐다는 발언을 허위로 보는 검찰 측에서 보다 수위 높은 카드를 꺼낸 셈인데, 그러자 이 대표 측에선 방어권을 내세우며 검찰의 증인신문 사항을 사전에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검찰 측에선 대장동과 백현동 수사가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 없는 증거기록 등에 대해선 알려주기 어려워 증인신문 전에 증거기록 중 본 사건 관련 부분만 변호인이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변호인 측과 검찰 간 설전이 격화되자 결국 재판부는 “신문사항을 미리 줄 게 아니고 반대 신문을 따로 진행하겠다”고 정리했으며 증인 채택 여부도 이날 결정하지 않고 내년 2월2일에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열어 정하기로 했는데, 다만 여러 혐의로 법정공방을 이어가야 하는 이 대표로선 좀처럼 사법리스크를 벗어나기 어려운 모양새다.

이미 사법리스크 여파는 당 지지율까지 흔들고 있는데,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9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동반 상승해 41.4%를 기록한 데 반해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5%포인트 내린 43.7%로 3주 연속 하락해 양당 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고 그 원인 중 하나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 대표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재명 사퇴 요구 나선 비명계…李 “추울수록 서로 기대야”

이를 의식했는지 민주당 내부에선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19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이 대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 않다. 지금 여권의 의도는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을 민주당하고 동일시, 묶어버려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총선까지 이어지지 않겠나. 그러면 당으로선 최악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민주당 중진 의원인 이상민, 설훈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중진 의원인 이상민, 설훈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일반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으면 사실 당 대표를 하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던 이유가 이것이고 지금 사태가 예견하지 못한 뜻밖의 일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어떤 것이 가장 지혜로운가 정말 냉철하게 계산해 결론 내려야 한다”고 에둘러 당 대표직 사퇴를 주문했는데, 이보다 앞서 지난 16일 SBS라디오에 출연한 이낙연계 5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아예 “지금이라도 당 대표를 내려놓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의원임에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본회의를 열어 바로 처리해달라는 요구에 선을 그은 채 여야 간 예산안 합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장도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현직 민주당 의원 30명과 의장 공관에서 이날 저녁 만찬 회동을 하기로 해 비이재명계 결집 움직임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는데, 정치적 의미의 확대해석엔 선을 긋고 있지만 이 대표를 옭아매는 사법리스크가 확대된 이래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신경전은 더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비록 지도부 내 비명계로 꼽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우리 당 안에서 (이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본다”며 이 대표 체제가 흔들리지 않게 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차기 총선을 의식한 소속의원들이 친이재명계로 계속 자리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 등 친이재명계 의원조차 반대했음에도 끝내 이 대표가 힘을 실어줘 이뤄진 박지원 전 의원의 복당 승인 사례는 단일대오 분위기 조성과 당내 우군 세력 확대가 절실한 이 대표의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 대표는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길고 깊은 겨울이 온다. 추울수록 몸을 서로 기대야 한다.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내자”라며 “세상은 봄바람, 내겐 북풍한설 언제나 그랬듯 이겨나가야죠. 민주당 입당해 힘 모아주세요”라고 글을 올렸다.

또 자신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그는 직접 글을 올린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 “깊고 깊은 겨울이 시작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며 트위터에 적은 글과 유사한 내용을 올렸는데,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당권을 흔드는 내부 기류를 수습하고자 자신을 중심으로 결속해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양금희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자신의 불법리스크에 민주당과 당원들이 함께 맞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또다시 민주당을 방패막이로 세운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 수석대변인은 “대장동 형제들은 이재명 정치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시, 경기도 등 대장동 사업을 직접적으로 진행한 기관들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표의 승인 없이는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비리 사건이 발생할 수 없다”며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지방권력을 사유화한 부패 정치인들이 벌인 희대의 사기극인 대장동 게이트도 이제 결말이 보인다. 대장동 게이트의 정점에 서 있는 최종 보스, 곧 그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는데, 이 같은 ‘사면초가’ 상황을 이 대표가 돌파해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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