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차기 당권경쟁, 윤곽 드러난 경선룰 '결선투표제' 도입
유불리 셈법에 바빠진 주자들, 기선 제압 위한 포석 두기 움직임?
김종혁 "후퇴 아닌 개혁...최적의 후보 선출하기 위한 고민인 것"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100% 당원투표제'와 '결선 투표제' 도입의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박차를 가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놓여 있는 상황인 가운데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정치셈법으로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기선 제압을 위한 포석 두기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 나경원 "이미 결정된 이상 더이상 룰에 대해 왈가왈부 안해...제가 1등일 것 같아"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YTN '뉴스 라이브'에 출연하여 '당심 100%' 전대룰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룰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혀 사실상 찬성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나 부위원장은 차기 당대표 조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 성공이 총선 승리의 가장 큰 동인으로 윤 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런 당대표가 나와야 된다"며 "누가 어디를 간다 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여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전대룰을 100%로 바꾸는 걸 본인 배제, 죽이려고 한다'는 표현을 쓰는데 지금 룰대로 해도 제가 1등일 것 같다"며 "(최근 여론조사의 동향을 관찰하면) 민심 30% 룰 여론조사도 민주당 지지자를 제외하게 돼 있는데, 그러면 유 전 의원보다는 제가 (지지율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해 기선 제압에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나 부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진짜 출마할 것이냐는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 유승민, 당내 비윤 세몰이? "유승민 하나 죽이기 위한 폭거...승부조작 같아" 맹폭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당심 강화 전대룰 움직임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 내면서 불만을 표출했었는데, 그는 전날에도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하여 "축구 하다가 골대 옮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골대를 옮겼다"며 "저 유승민 한 사람을 잡으려고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한다"고 불만을 내비치면서 당내 '비윤'(비윤석열계) 성향의 당원들의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듯 했다.

특히 그는 "이번 룰개정 결정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유승민 하나를 죽이기 위한 폭거"라면서 "지난 대통령 경선 과정에 앙금이 남아서 저를 배제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핵관) 그분들 목표는 당을 100% 윤 대통령 1인의 사당(私黨)으로 만들어, 총선 공천에서 소위 말하는 '진윤 감별사'들이 설쳐 가지고 '진실한 윤석열의 사람들'로 공천하겠다는 것"이라며 "(룰 개정에 앞장 선 자들이)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뿐만 아니라 유 전 의원은 이날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당심 100% 전대룰에 대해 "승부조작 같다. 공천권 때문에 윤 대통령이 뒤에서 감독하고 조정하는 거라고 본다. 당을 완전히 100% 공천을 장악해서 당을 윤 대통령의 1인 독재사당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맹폭하면서 "유승민을 배제하려고 별별 수단을 다 쓸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100대 '빵'(0)을 할 거라 생각 못했다. 농담이었는데 제 말을 들을지 몰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권 도전과 관련해 "저렇게까지 유승민을 죽이려고 하는데 출마를 해야 하느냐가 고민이지만, 제 머릿속에서 이제까지 한번도 어떤 선거, 중요한 선거에 나가면서 계산기를 두드려 본 적이 없다"며 "저 보고 십자가를 지라면 질 것이고 저를 밟아 죽이겠다고 밟으면 밟혀 주겠다지만, 결코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더군다나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오는 21일에 예정된 자신의 언론 인터뷰 일정을 공개하며 자신의 정치력을 확대해 나갈 요량임을 엿보였다.

◆ 하태경 "원래 핍박받고 공격받는 사람들이 뜨는 법, 유승민만 띄워준 것 같아" 

이렇듯 유 전 의원이 당심 강화 전대룰에 반발음을 내면서 '비윤' 색채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그간 온라인 당원 모집을 끌어 모은 지지세를 온전히 자신에게 흡수시키겠다는 유 전 의원의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더나아가 유 전 의원은 만약 오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상황이 된다면 차기 대권 구도에서는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감지했다. 

실제로 하태경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당심 강화 전대룰에 대해 "원래 핍박받고 공격받는 사람들이 더 뜨고 인기를 끄는 게 정치의 본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랬다.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핍박하고 징계하려다 보니 더 인기가 올라가 부각되고 결국 대통령까지 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갑자기 룰을 바꾸면서 유승민 전 의원만 띄워주는 것 같다"고 상황을 짚기도 했다.

◆ 친윤-비윤 색채 모호했던 안철수 "경선룰 바뀌어도 이길 자신 있어" 기선 제압? 

아울러 친윤과 비윤 사이에서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던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룰이 바뀌어도 이길 자신이 있는데도 '민심을 반영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총선 승리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기 위해서이지 제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저는 경선룰이 바뀌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돌연 목소리를 높이며 기선 제압에 나선 태도를 보였다.

이어 안 의원은 최근 시행한 당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12월 3주 NBS 전국지표조사)를 언급하면서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 결과는 제외하고 면접원 (전화조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제가 1위였다. (그래서) 룰을 바꾸건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이 저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들을 향해 "(제가 100% 당원 투표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던 이유는)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이번 당 대표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도 여론,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우리한테 유리하다는 뜻에서 그런 주장을 계속해온 것"이라고 거듭 해명하며 당심 잡기에 나선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당 정통성' 강조 나선 김기현, 안철수에 견제구 "심각한 인지부조화" 맹폭

그래서인지 친윤을 꾸준히 외쳐 왔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의원을 겨냥한 듯 "당원은 못 믿지만 당 대표는 되겠다는 무모함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리며 "책임당원 80만 명에 달하는 공당의 당 대표를 골목대장이라고 폄하하고, 80만 명이나 되는 정당을 친목회라고 칭하며 신뢰하지 못하겠다면서도, 그 당의 대표는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 이것은 누가 보아도 안타까운 심각한 인지부조화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저는 당 지도부의 내부 분열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파국을 맞아야만 했던 고난의 시기에도 당을 지키며 대선·총선 승리를 이끌어 낸 자랑스런 책임당원들의 충정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풍찬노숙을 마다않고 먼지 뒤집어쓰며 불온한 세월에 맞서 함께 싸워오신 당원동지들의 그 거친 세월을 잊을 수 없다"며 "우리 가족 같은 당원들이 그 누구보다 자랑스럽다. 파산의 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며 당의 재건을 위해 싸워온 우리 당원들의 노고, 그 깊은 정통성의 뿌리를 저는 끝까지 지켜나가겠다. 언제나 변함없이 함께 가겠다"고 말해 사실상 당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견제구를 날렸다.

다만 안철수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강력한 친윤 후보군에 있는 김기현 의원을 겨냥해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경선 룰을 변경해 50대 50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셨고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선전을 하자 '당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리고) 4.7 재보궐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으로 선출했을 때는 '공직 후보자를 뽑을 때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현 정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만 우리 당의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맞대응을 펼치며 당심을 잡기 위해 김 의원과 은근한 신경전이 벌이기도 했다. 

◆ 늘어난 당원에 전대 예측 불가, 김종혁 "1위와 2위 후보 누가 될지 알수가 없어"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한 국민의힘 당원들의 성향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가 전대룰이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 도입되어 사실상 차기 전대의 방향이 도무지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관측했는데,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권에 도전하는 후보군이 많음에 따라 모든 후보들이 '2등 목표 전략'을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에 출연해 "굉장히 (후보가) 난립할 수 있기에 사실 1위와 2위 후보가 누가 될지 알 수가 없다"면서도 “결선투표가 도입됐기 때문에 중간에 후보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당심 100% 전대룰에 대해 "거의 100만명 당원 시대면 당원에게 권한을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것은 후퇴가 아니고, 당연한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오히려 개혁인 것"이라고 치켜 세웠고, 급기야 유승민 전 의원이 전대룰 전환에 반대음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민심을 얘기하는데 민주당의 마음이 민심인 건지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사실 유 전 의원은) 골대를 옮기는 게 아니라 골대가 세워지지도 않았다고 보는데, 골대를 옮긴다, 만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니냐"고 꼬집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당심 강화 전대룰에 대해 친윤 후보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들에 대해 친윤계 의원들은 불편한 심경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을 이끌고 있는 '국민공감'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특정 후보들의 난립 때문에 결선투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의심도 하시는데, 100만 명 가까운 분들이 모여서 선거를 하게 되면 집단지성이 발동하게 된다"고 강조하면서 "최적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하나의 고민의 결과로 생각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 의원은 친윤 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서도 "친윤 후보 단일화라는 말 자체도, 후보들이 선거에 나갈 때, 특히나 당내 선거는 늘 생각이 같은 분들끼리 단일화도 이루고 또 합종연횡을 하게 되는데 그걸 가지고 마치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단일화를 강제하고 조종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시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당심을 읽고 (선거운동을) 쭉 하다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고 또 생각이 비슷한 주자를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걸 인위적 단일화처럼 표현하는 것은 듣기 거북하다"며 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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