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로 예산안 일방 처리 열어둔 민주당…압박에도 양보 일축한 정부여당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모습(위),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민주당의 기자간담회 모습.(아래).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모습(위),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민주당의 기자간담회 모습.(아래).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여야 신경전 속에 별 다른 진척도 보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는 실정인데, 최종 처리 시한까지 하루 남은 만큼 양당 간 ‘벼랑 끝 전술’ 끝에 어느 누가 승기를 쥐게 될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민주당 “초부자감세 안 돼…양보 안 하면 수정안 단독 처리”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남기고 여야가 핵심 쟁점인 법인세를 놓고 끝까지 샅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데, 원내 단독 과반인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도 가능하지만 또다시 일방통행하기보다 여론을 의식하다보니 ‘내가 양보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반대로 국민의힘에선 ‘우리더러 양보하라는 주장 아니냐.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 예산안 관련 최대 핵심쟁점은 법인세 부분인데 국민의힘에선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의 25%에서 22%로 내리려 했으나 민주당에선 ‘대기업 세금 깎아주는 초부자감세’라고 반대해왔고, 결국 김진표 국회의장이 먼저 법인세 인하안을 통과시키고 시행 시기는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에선 이조차 수용할 수 없다며 초부자감세가 아니라 서민감세에 방점을 둔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면서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최저구간을 현행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상향하고 월세 세액 공제 비중을 정부안인 12%에서 15%로 높이는 ‘국민 감세안’을 맞불로 내놨는데, 지난 13일 협상에서 국민의힘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되 민주당의 국민 감세안을 절충하는 방안으로 타결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주당이 끝내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되고 있다.

다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기업 기조 차원에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듯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과세표준 2억~5억원 구간의 5만4천여개 중소·중견기업의 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낮춰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법인세 감면 이행에 협조해주겠다는데도 정작 이익을 많이 내는 초대기업의 세금 깎아주는 데만 혈안인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단지 영업이익 3천억원을 초과하는 103개 법인에 집중된 0.01%를 위한 감세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수정 예산안도 윤 정부가 제출한 639조원 규모의 예산안 중 예비비 등 약 4조원(0.7%) 정도만 순감시켰다면서 여당에서의 대선불복 주장이나 정부 발목꺾기 프레임에 대응하는 한편 이런 ‘양보’에도 정부여당이 끝내 불응하면 오는 15일에 민주당 단독 수정안을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

◆ 국민의힘 “민주당, 단독 처리하면 후폭풍 감당 못할 것”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내놓은 최후통첩에 같은 날 주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감액 수정안을 가지고 협상할 여지는 전혀 없다. 우리 생각을 다 말했고 민주당도 했는데 우리 최종 협상안을 내달라는 것은 우리 보고 양보해달라는 말”이라며 “저희가 최종(예산안) 할 건 없고 오히려 민주당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 달라. 민주당이 양보하는 수밖에 없고 그 양보가 나라를 위한 좋은 양보”라고 다시 공을 민주당으로 넘겼는데, 특히 주 원내대표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위기인데 민주당이 수를 앞세워 고집부려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단독 수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부 수립 이후 74번째나 그런 일이 없어 그런 일은 안 생길 거라고 보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정부 예산안이라는 게 완성돼서 오는 것이 아니라 수정을 예상하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일을 모두 삭감한 채 통과시킨다는 것은 갑질, 힘자랑이고 재정,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저 안을 통과시키고 나면 후폭풍이나 후유증을 감당 못할 것이다. 국가 예산체계로도 저것은 최악이고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원내대표는 쟁점법안인 법인세 관련해서도 “법인세를 낮춰서 경제 활성화를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가 법인세 올린 다음에 외국에서 들어오는 투자가 제일 낮게 내려와서 낮춰달라는 것이지 결코 초부자 감세가 아니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기업을 만들고 거기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정권교체해서 윤 정부가 일하도록 했는데 첫해는 들어줘야 한다. 그것도 안 들어주면서 자신들 정권 때 안 했던 예산까지 새로 넣겠다는 것이야말로 억지고 무리”라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같은 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초대기업 위한 감세’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초부자이니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얘기인데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초자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건설한 민족자본인데 민주당은 그 사실을 가리기 위해 궤변에 궤변을 거듭하고 있다. 새해 예산을 인질로 붙잡은 채”라고 직격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사례를 들어 “삼성전자는 법인세와 거기에 따르는 지방세를 포함해 27.5%의 법인세를 물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경쟁업체인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법인세 20%를 내고 지방세는 없다”며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TSMC와 경쟁한다.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여야 협상자에서 ‘현행 법인세를 그대로 두면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린다’, ‘지금 조세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 미래 먹거리를 빼앗긴다’고 우려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좌파들은 1970년대부터 삼성과 현대를 ‘매판 자본’이라고 공격해왔고 지금도 민주당과 좌파 586세대는 골수 깊숙이까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 이런 좌파 정치세력이 발호하는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라는 세계적 기업이 탄생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기적”이라고 비꼬았는데, ‘초부자감세’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한 맞불 성격의 공세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의석수에 밀려도 물러서지 않는 데에는 법인세 문제가 민주당에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수정안을 처리한다고 해도 전체 예산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편성할 수 있다는 계산도 없지 않기 때문인데,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단독 수정안을 꼬집어 “정부가 예산안 제출하면 매년 10% 감액해왔는데 민주당이 얘기하는 1조8천억은 3% 정도 돼 정부로선 받아들일 만하고 아껴서 살림살이하면 된다. 본인들이 1년간 지역 예산 하나도 못 챙기는 자해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렇듯 양당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가운데 대통령실에선 이날 핵심 관계자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정부여당에 예산안 관련 최종 협상안 제시를 요구한 데 대해 “예산안에는 국민과 민생이 담겨있다. 특히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을 두텁게 담아 국회에 심의를 요청한 사안”이라며 “여야가 합의해 윤 정부의 첫 예산안이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이 역시 ‘초부자감세 예산안’이라는 민주당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도 풀이되고 있어 민주당이 결국 단독 수정안 강행 처리로 맞붙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野 단독 가능성도…일단 예산안 통과 뒤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위 야3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위 야3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한편 예산안과 맞물려 여야 간 또 다른 주요 쟁점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경우 민주당에선 여당이 불참해도 야3당끼리 강행할 수 있다면서 압박수위를 높이고 국민의힘은 예산안을 처리한 뒤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합의안 위반이라고 팽팽히 맞서왔는데, 실제로 지난달 23일 주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함께 발표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문엔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직후에 기관보고, 현장검증, 청문회 등을 실시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다만 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사실상 일방 처리한 데 반발해 국민의힘에선 국정조사도 하지 않고 책임부터 물었다며 여당 소속 국정조사 위원들이 전원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는데, 그러자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3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14일부터 본격적인 국정조사에 들어가겠다”고 한층 더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종철 대표)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조특위 위원들은 더 이상의 쇼를 멈추고 조속히 특위로 원대복귀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고 한 목소리로 힘을 실었는데, 이 뿐 아니라 이들은 이태원 참사 비하 발언으로 14일 정의당에 의해 고발된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회 의원에 항의하고자 오는 15일 창원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전해지는 등 대여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 원내대표는 14일 국정조사를 보이콧할지 묻는 질문에 “결정 내린 것은 없다. 국조특위 위원들이 사퇴했기 때문에 (사의를) 수리할지 말지 결정을 안 했다”면서도 국조특위가 공전하는 데 대해선 “예산 처리되고 나서 국정조사하기로 했는데 아직 예산 처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밝혀 국정조사 참여 가능성은 예산안 문제와 연계해 열어뒀다.

당초 이날 오후 국정조사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조사 일정과 증인 명단 등을 의논할 계획이었던 야3당도 국민의힘에서 협의에 나서자 내일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 시작하는 것으로 일정을 잠정 연기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통해 “예산안을 처리한 다음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분명히 합의했는데 예산안에 대해서는 한발도 물러설 수 없다고 버티면서 국정조사만큼은 정해진 시간을 어기고 신호위반을 해가며 개문발차를 하겠다고 야단”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던 만큼 야권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내일까지만 하루 더 기다려주는 대신 단독 강행할 경우의 명분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전망된다.

바꿔 말하면 오는 15일에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단독 수정안 처리도 불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다만 15일이 김 의장이 임의로 정한 기일인데다 국민의힘에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15일 처리와 관련 “(예산안 합의가) 15일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장이 날짜를 못 박은 것은 단독 수정안을 내지 말라는 취지의 압박용”이라고 주장해 이날 본회의 표결에 올릴 것인지 김 의장 뜻에 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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