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이어 남욱도 폭로전 가세 "천화동인1호, 이재명 지분 있어"
이재명 최측근 김용·정진상도 구속에 국힘측 '이재명 사퇴' 압박
'친명' 현근택 "플랜B는 희망사항' vs 김근식 "민주당 너무 위험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검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모습(우).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까지 전격 구속되고 심지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특혜개발사업과 관련된 재판에서 진술을 통해 폭로전을 벌이면서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된 기류가 흐르자 야권 내부에서 분열음이 보이며 또 다시 '민주당의 플랜B 요구'의 목소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 유동규 이어 남욱도 폭로 "선거 있어서 겁 나서 사실대로 진술 못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다가 풀려난 남욱 변호사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진행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관련 재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2015년 2월부터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어 그는 검찰측이 지난해 1차 조사에서 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당시에는 선거도 있었고,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공판에서도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지분 중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측 소유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는데, 그는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대장동 사업자의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가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의 지분 비율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바 있다. 

아울러 그는 이날 법정에서 지난 2014년 당시 분양대행업자 이모씨로부터 22억5000만원 정도를 받아 이 대표의 선거자금 용도로 4억원 이상을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급기야 지난 2013년에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3억5200만원에 대해서도 "(유 전 본부장은)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 (여기서 높은 분은)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저는) 알고 있다. 그리고 이 금액 중 본인이 쓰겠다고 한 돈은 2000만원이고, 나머지는 '형들'한테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유동규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에 대해 '형들'이라고 언급하여 사실상 이들의 두터운 친분 사이라는 점을 짐작케 했으며, 남 변호사는 이들에게 현금 전달 이외에도 술값 등의 접대 비용도 수 차례 부담했다는 증언까지 하여 사실상 폭로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사실 이날 남 변호사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직후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 모호한 태도를 보여줬었지만, 곧바로 오전에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한 나선 길에서는 "법정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을 내보여 사실상 유 전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키로 진술 태도의 변화를 보이고 나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특히 그는 앞서 KBS와의 옥중 인터뷰에서도 "대선 후보(이재명)에게 20억원으로 줄을 댄다면 싸게 먹히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서슴없이 밝히기도 하여 더이상 이 대표를 두둔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더나아가 오는 25일 0시에는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도 석방되는데, 일각에서는 '대장동 폭로전'이 시작된 만큼 김만배씨도 입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김씨도 대장동 폭로전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비명계 반발음 다시 시작, 조응천 "무관하다 믿고 싶은 것일 뿐"

그래서인지 그간 침묵을 유지해 오던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기 시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실제로 이날 검찰 출신인 중도 성향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의 구속된 것과 관련해 "구속영장 발부 전제조건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고, 그 이후에 증거 인멸 같은 게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구속영장 발부는)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전제하고 있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더욱이 조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 의혹과) 무관한지 솔직히 알 도리가 없다. 그저 (저희 입장에선) 무관하다고 믿고 싶은 것뿐이다"면서 "(지금과 같은) 최측근 2명이 연이어 구속된 데 대해 (이제 이 대표는) 직접 해명할 때가 됐고, 최소한의 유감 표시 정도의 정치적 제스처는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박용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적용은 어째든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뇌물과 어떤 개인적인 비리 문제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바라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상황을 짚으면서 "(사실)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 친명계는 이재명 적극 두둔 "남욱, 황당한 주장해...삼인성호이자 검찰의 조작수법"

그러면서도 민주당 내에서는 여전히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발음을 내고 있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친명과 비명간의 분열음이 다시 시작되는 듯한 기류가 엿보였는데, 이날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남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대장동 일당의 하나인 남욱 변호사가 오늘 재판에서 말도 되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는데, 이는 삼인성호(三人成虎)로 없는 호랑이를 만들어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야당파괴를 자행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고형곤 4차장검사,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 김영철 반부패수사2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모두 윤석열 사단"이라면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윤석열 검찰 특유의 조작수법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 2, 3부가 모두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야당파괴 조작수사에 달려들더니 이런 황당무계한 시나리오를 짠 것이다"고 맞대응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검찰 수사가 점차 이 대표를 향하고 있음은 분명한데다가 그간 침묵을 유지했던 대장동 사업자들의 진술 내용이 폭로전 형태로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더이상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 행보가 민주당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직감한 듯 '포스트 이재명 체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일각은 감지했다. 즉, 오는 2024년에 열리는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방어 전선이 도움이 안되기에 이 대표가 아닌 다른 참신한 인물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플랜B'로 가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이다.

◆ 민주당 내 분열음, 결정적 증거 나올라 우려...'플랜B' 준비 돌입은 불가피?

그러나 아직까지는 비명계 의원 내에서 비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나온다면 민주당은 순식간에 흔들리는 위기의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사실상 당 내부에서는 조만간 비명계를 중심으로 조용한 '플랜B'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친명'으로 분류되면서 정 실장의 법률대리인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날 방송 키워드로 '민주당 플랜B 준비해야'를 들고 나왔는데, 현 부원장은 "지금 당내에서 말하는 플랜B는 희망사항이다"며 "이분들은 예전부터 당내에서 항상 그러던 분들이라 새로운 상황은 아니다"고 잘라 말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따른 당내 분열음은 없다는 점을 피력하려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반면 같이 출연한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저는 플랜B를 준비하라고 민주당에 권고하지만은 사실 제 속마음은 민주당이 '플랜B' 없이 계속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혼연일체가 돼서 가기를 바란다"며 "왜냐하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나쁠 건 없다고 보기 때문인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말 민주당은 지금 이 대표랑 당이 한 몸이 되어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이어 김 전 실장은 "만에 하나 진짜 소환이 됐을 때 이재명 대표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예컨대 국회 앞마당에서 텐트치고 농성이라도 해 보시라"며 "그러면 민주당은 정말 빠져나올 구멍이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이재명 사퇴 촉구 나선 국민의힘, 정진석 "李 리스크 현실화, 지도자다운 결단해야"

또 다른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하면서 강하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움직임을 보였는데, 특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의 구속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당원들이 우려했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됐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검은 돈이 두 사람에게 흘러 들어가 이 대표의 과거 시장 선거와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며 "이 대표가 지도자다운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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