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빈손 외교’ 주장에 대통령실서 직접 반박…‘정권 흔들기’로 인식?
대통령실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 외교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동남아 순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가진 한일 정상회담(좌)과 첫 한중 정상회담(우). ⓒ대통령실
동남아 순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공식적으로 처음 가진 한일 정상회담(좌)과 첫 한중 정상회담(우).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아세안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 4박 6일 동안 첫 동남아 순방을 마무리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외교 행보에 대해 정치권 평가가 여야 간 극명하게 엇갈리자 16일 대통령실까지 직접 대응에 나서 그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빈곤 포르노’부터 ‘굴욕외교’ 주장까지 尹 순방 비판 일색인 민주당

윤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순방 성과를 놓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성과가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혹평만 퍼부었는데, 고민정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의 치열한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윤 대통령이 남긴 것은 굴욕 외교, 균형·실용 외교 폐기, 보복성 취재제한”이라며 “한미일 3국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보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것은 일본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사과도 받지 않고 사실상 지소미아 부활 수순으로 접어든 것이기 때문에 굴욕 외교”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고 최고위원은 “보복성 취재 제한에 대해선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마음에 들지 않는 MBC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게 하고, 만인이 보는 데서 따로 특정인 불러 만나는 행위를 뜻한다. 한미정상회담엔 취재진이 접근 못했고, 질의응답을 요구했지만 이동시간을 이유로 질의응답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밝혔는데, 사적으로 1시간 동안 친분 있는 기자 만날 시간은 있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작정하고 ‘나한테 선택받고 싶으면 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선 한민수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순방에서 MBC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시키고 기자단의 취제를 제한한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언론탄압인데도 윤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이관섭 수석은 ‘특별히 사과할 일 아니다’라며 오만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 기자만 따로 불러 면담해놓고 ‘평소 인연’이라고 강변했다”며 “전용기가 사적 공간인가. 윤 대통령은 ‘자유’를 외치며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모순을 당장 멈추라”고 한 목소리를 냈고 고 최고위원은 아예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언론자유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날 오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진행했다.

비단 윤 대통령 외교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의 순방 행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는데, 같은 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의 캄보디아 환아 방문을 꼬집어 “국위선양인지 국제망신인지 답은 모두가 안다. 그런데 김 여사의 ‘오드리 햅번 코스프레’는 국민의힘 모 의원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한 게 얼마나 자랑스럽냐고 한다. 자랑스럽나”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전날 김 여사를 겨냥해 ‘빈곤 포르노’라고 직격한 장경태 최고위원도 “국격 실추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 국가이미지 쇄신을 위한 외교 행사에도 불참하고 가난한 국가를 대상으로 화보 촬영에 나선 것은 참사”라고 역설했다.

이밖에 김 여사가 캄보디아 프놈펜 앙두엉 병원 방문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상태였다는 점도 꼬집어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면역에 취약한 소아 입원 환자와 얘기하는데 노마스크에 문제없느냐”라고 지적하는 등 김 여사에 대한 지적도 연일 매섭게 쏟아졌는데, 반면 국민의힘에선 상반된 평가를 내놓으며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을 뿐 아니라 공세까지 나섰다.

◆ 文정부와 비교해 尹 극찬 나선 與, 일부 野 의원엔 윤리위 제소까지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16일 국회 의안과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16일 국회 의안과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이번 순방 외교를 ‘심장과 뇌 혈관 곳곳에 혈전이 잔뜩 쌓여 있던 한국 외교의 혈맥을 뻥 뚫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한미동맹이 살아있었나.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핵 포기 결심이 확고하다’란 거짓말을 들고 온세계를 돌아다녔고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는 문 전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에 프랑스와 뉴질랜드의 국가수반은 면전에서 면박을 줬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위원장은 “미국의 유력 언론은 문 전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불렀다. 한미동맹은 허울 좋은 이름 뿐”이라며 “김건희 여사가 팔짱을 끼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할아버지 같은 환한 미소를 터뜨렸는데 복원된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일관계에 대해서 그는 “문 정권의 핵심들이 ‘죽창가’를 부르자고 선동했고 한일관계 개선을 얘기하는 사람을 향해 ‘토착왜구’란 욕설을 퍼부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일관계가 최악이었는데 윤 정부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3년 만에 한중정상회담이 열린 데 대해서도 “문 정권은 김정은 남매의 비위를 건드릴까봐 중국 지도부를 향해 제대로 말 한 마디 건네 보지 못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핵문제와 도발을 정면으로 문제제기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나토와 영국 방문, 유엔 순방 외교에 이어 아세안과 주요 20개국을 만나 한국 외교 전반의 문제를 한 바퀴 다 점검했다. 김정은의 눈치나 보던 한국 외교가 이제 당당히 국제사회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극찬했으며 ‘외교참사’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선 “누가 그런 엉터리 공세를 수긍하겠나. 김건희 여사 스토킹 전문당인 민주당은 이번에도 김 여사의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패륜적인 용어로 공격했지만 실패했다”고 역공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의 장동혁 원내대변인과 태영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를 찾아가 ‘빈곤 포르노’ 발언을 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주한유럽연합 대사의 발언을 왜곡, 전달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까지 묶어 국회의원 품위유지위반 등 사유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는데, 장 원내대변인은 장 의원 등에 대한 징계안 제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를 모욕하고 외교성과를 폄훼하는 발언”이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여당이 적극 대응에 나선 데에는 출범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정권 흔들기에 나섰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 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가 해외 순방에서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찾아 위로한 것은 역대 어느 정부의 대통령 부인도 다 했던 소외계층 돌보는 봉사활동인데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시신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까지 김 여사의 행보를 비난했다. 오로지 윤 정부에 흠집 내고 말겠다는 광기의 일념뿐이고 하는 짓이 다 막말 아니면 가짜뉴스, 거짓말에 대선불복 선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정권 퇴진용 공세’로 판단? ‘빈손 외교’ 지적에 반박 나선 대통령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성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동남아 순방 성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뿐 아니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여사의 순방 행보를 민주당이 비판하는 데 대해 “이 모든 것이 대선 불복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김 여사를 공격함으로써 결국 윤 대통령의 위신을 더 추락시키고 하는 그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어떻게든 윤 대통령을 공격해서 불복종 운동, 정권 퇴진 운동을 할 마음 속의 하나의 동기에서 이 모든 게 빚어진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런 해석을 증명하듯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이미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를 연 적이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전국집중대회 계획 발표, 당면 시국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9일에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국장은 “이번 집회에는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해 ‘대통령실 에워싸기’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선지 대통령실에서도 이번 순방을 평가 절하하는 야권의 공세에 맞서 적극 반박에 나섰는데, 캄보디아 병원에서의 김 여사 ‘노마스크’를 지적한 민주당의 비판에 “김 여사의 모든 현지 행보는 캄보디아 정부 안내에 따라 이뤄졌고 김 여사가 병원 방문했을 때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것도 정상 부부는 행사 시 마스크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캄보디아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국가나 병원에선 김 여사의 방문에 무척 고마워했으며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고 맞대응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실은 16일에도 순방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야당의 비판에도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가진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양 정상 모두 강제 징용 문제 해결책에 관해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극이 좁혀졌으니 빨리 해소 방안을 모색해 문제를 속히 매듭짓자 그런 분위기였고 상당히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의기투합”이라고 평가했으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브리핑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성과로 일본 총리와의 첫 정식 한일 정상회담을 꼽았을 뿐 아니라 한미, 한중,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와 우리 정부의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한-아세안 연대구상 발표 등을 순방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우리 외교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평했는데, ‘윤 대통령이 순방을 통해 미국, 일본과 밀착한 반면 중국과 외교적 공간을 지나치게 줄인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갑자기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한다고 보기 힘들다.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중국 등 여타 국가들과 협력의 폭과 기회를 확대해가는 외교를 지향하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는 양자 현안을 넘어 기후변화, 공급망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 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많이 마련돼 있다. 한미일이 중국에 초점을 맞춰 과녁을 겨눈다는 식의 해석은 피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응수했다.

아울러 그는 시 주석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북한의 선 호응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선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잘 설득하고 북한이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었다”고 해석했는데,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윤 대통령은 오는 17일 방한하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도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져 현 정부 외교를 비판해온 야권의 공세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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