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직격한 한동훈…김의겸 사퇴 촉구한 與…MBC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한 尹

윤석열 대통령(좌), 한동훈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 한동훈 법무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거나 조작·왜곡해 선동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의혹 제기나 보도에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던 윤석열 정권이 말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 전용기에 MBC 탑승 불허한 대통령실 “왜곡·편파 보도 반복된 점 고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오는 11~16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위해 이용될 공군 1호기에 출입기자단 중 MBC 출입기자들에 대해서만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인데,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대통령실이 주장한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란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 일정 중 국제회의장을 떠나며 윤 대통령이 했던 발언에 MBC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자막을 달았던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당시 ‘바이든’이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실은 MBC 측에 해당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고 심지어 여당은 지난 9월 말 MBC 방송국을 찾아가 ‘자막 조작 사과하라’며 항의시위를 한 데 이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MBC사장과 기자 등 4명을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11일 ‘논문저자 김건희’란 제목으로 방송된 MBC PD수첩에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9조에 따라 ‘재연’이란 표기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채 대역배우를 출연시킨 방송을 했다가 여권의 지적이 쏟아지자 사과하기에 이르렀고, 이태원 참사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엔 PD수첩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고 관련 현장 목격자, 실종자 가족, 당국의 사전 대응 관련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기다린다’는 공지를 올렸다가 도마에 오르자 같은 날 오후엔 ‘사고 관련 현장 목격자, 실종자 가족 및 관계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린다’로 수정하는 등 논란에 휩싸여왔다.

다만 MBC만 겨냥해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내리자 방송기자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피디연합회 등 6개 단체는 10일 오후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권력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며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언론계 전체가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긴급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MBC 아나운서 출신이었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가을,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 출발 한 시간 전에 문재인 정부는 조선일보의 탈북민 출신 기자를 청와대 풀 취재단에서 배제하라고 일방 통보했다. 북한의 선 요구도 없었으므로 당시 문 정부가 알아서 북한 눈치를 보고 강행한 일이냐는 비판이 거셌다”며 “이런 경우가 명백한 언론통제다. MBC는 이번 순방에 전용기만 안 탈 뿐 취재의 길을 전과 다름없이 열어뒀으니 민항기를 이용해 국익을 위한 대통령 외교순방지에 잘 다녀왔으면 한다”고 반박에 나섰다.

특히 배 의원은 “전용기 탑승하는 타 언론사들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간다. 전용기에 자리가 부족할 때는 취재진끼리 추첨을 통해 민항기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런 가운데 한겨레 등 일부 언론은 이번 대통령의 해외 순방 취재에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입장을 내놓는 등 속속 MBC와 함께 공동대응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급기야 여당 내에서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에 대해 “이걸 갑자기 발표하면 국민들은 ‘보복하는 것 같네? 저래도 돼?’라고 생각하게 되고 모양새가 좀 빠진다”고 지적했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의총을 마친 뒤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거기에 대한 의견은 보류하겠다.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을 아끼는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부담을 느꼈는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총리도 해외순방할 때 국익 침해 행위를 한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할 방안을 생각하고 있나’란 질문에 “저는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며 윤 대통령의 방침에 대해선 “대통령의 국외 출장과 관련된 것이기에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용산 쪽에 확인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라고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이날 오후 브리핑에 나서서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과 관련해 “대통령실을 비판했다고 해서 이런 조치를 한 게 아니다. 문제는 가짜뉴스”라며 지난 9월 미국 순방 당시 보도를 꼬집어 “MBC는 전문가도 확인이 어려운 음성을 자막으로 가장 먼저 기정사실로 했고 (윤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국민에게 그게 사실인 것으로 확정했다. 특파원이 본인들의 왜곡된 보도를 재보도한 외신을 인용해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에 윤 대통령이 미 의회를 향해 ‘F’로 시작되는 욕설을 했다며 반응을 물었고 이 모든 절차는 취재윤리와 상반된, 국익과 외교성과 훼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MBC에 가짜뉴스, 허위보도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했는데 MBC는 두 달 가까이 팩트를 체크하고 검증, 개선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조치를 했을 뿐 취재 제한은 전혀 아니다.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판단 속에 결정 내린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취재 제한이나 출입 정지, 기자실 폐쇄 같은 조치가 아니다. 막대한 국민 세금 들어가는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게 옿으냐는 고민 속에 취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기자단은 이날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유 불문하고 특정 언론사의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다른 언론사에 대한 유사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하면서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고 입장문을 내놨는데, 이날 논의 과정에서 순방 일정 일부 취재 거부 등의 보이콧 방안도 거론되었으나 적지 않은 매체의 반대로 이는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 “가짜뉴스 책임 물어야” 외쳐온 한동훈도 김어준 등 겨냥 맹공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어준씨 모습.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김어준씨 모습.

한편 그동안 가짜뉴스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은 윤 정부 인사로는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도 한 장관 역시 MBC가 최초 보도(2020년 3월 31일)했던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약 2년 동안 수사 받았을 뿐 아니라 좌천을 거듭하는 등 속앓이를 하다가 지난 4월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고 무혐의를 받은 직후 한 장관은 “어용 언론 등을 총동원해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려 한 검언유착이란 거짓 선동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비록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보도했다가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발된 MBC 관계자 7명도 ‘혐의 없음’ 또는 각하 처분을 받았지만 한 장관은 이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상대로도 명예훼손 소송을 해 1심에선 법원이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유 전 이사장에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한 장관은 그간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지난달 24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김의겸 의원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자 허위사실이라며 맞받아쳤고, 그럼에도 김 의원이 지난 7일 예결위에선 “여러 언론에서 경찰의 마약범죄 문제 대응 때문에 참사를 못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한 장관이 지난달 검찰에 마약범죄 대응을 강조해 경찰이 여기에 집중 대응하게 됐다는 취지로 추궁하자 한 장관은 “(지난 2일) 김어준씨가 운영한 곳에서 했다고 말씀하셨죠? 당연히 허무맹랑한 유언비어 아니냐”라고 쏘아붙인 데 이어 “매번 어떤 걸 던져놓고 언론에서 받게 하고 주워 담지도 못한다. 사과도 없다”고 재차 청담동 술자리 의혹제기를 꼬집어 김 의원에 맞불을 놨다.

한 발 더 나아가 다음 날인 8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한 장관은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했으며 “가짜뉴스를 퍼뜨린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묻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칼이나 다름없는 거짓으로 사람을 찌르고 난 다음에 ’아니면 말고, 안 죽었으니 그만‘이란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을 지목해 직격한 한 장관의 발언에 격앙된 황 의원은 같은 날 서울경찰청에 한 장관을 명예훼손 등 이유로 고발했으며 김어준씨도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마약과의 수사 때문에 경찰 경력 배치 우선순위가 바뀐 것 아니냐’ 이게 무슨 음모론인가. 이 말도 못하면 세상에 어떤 질의를 하고 어떤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가? 음모론이라고 하는 자체가 책임 추궁을 피하려는 음모”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다만 김씨가 라디오방송 출연 중인 TBS의 이강택 대표이사는 내년 2월까지 임기임에도 10일 목디스크 치료 등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는데, 오는 15일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간 TBS에 대한 정치편향 논란과 서울시의회의 TBS 지원 중단 조례안 논의 등으로 회사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던 만큼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EU대사 발언 왜곡에 “김의겸 사퇴하라” 요구한 국민의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사실이냐'고 물은 것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저도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시사포커스DB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사실이냐'고 물은 것에 법적 책임을 지우겠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저도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정부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부 야당 의원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은 바 있는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이 지난 8일엔 이재명 대표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유럽연합 대사 면담 뒤 “(페르난데즈 대사가) 윤 정부와 북한과의 대화채널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이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가 도마에 올랐다.

김 대변인이 밝힌 내용대로면 EU 대사가 윤 정부의 대북정책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인데, 이에 페르난데즈 대사는 “제 말이 언론에 의해 반대로 오용되고 왜곡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의했고 결국 김 대변인은 9일 “비공개 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 대사께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했다. 이 대화 중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사과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10일 주호영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제1야당 대변인이 거짓과 왜곡의 대변인이 되고 말았는데 도대체 EU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볼지 걱정이다. 외교적 결례를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제1당이 비공개 접견 브리핑을 거짓말로 꾸며 국민을 속이려다 항의 받고 공개 사과하는 참상이 바로 외교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국민의힘은 앞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제기했던 김 대변인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한 바 있어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윤리특위 구성결의안도 처리돼 정상가동을 앞둔 만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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