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을 두고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과 국내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CP들이 법안 통과 반대 운동, 화질 제한 등으로 국내 통신사들을 압박하자 이통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전날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윤상필 KTOA 대외협력실장은 “법에 대해 누구나 찬반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구글은 공개적으로 입장 등을 설명한 바가 없다”며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크리에이터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직접 나서서 제기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용자를 볼모로 여론을 왜곡하지 말라”며 “사회적 약자들도 요금을 내고 쓰는 인터넷을 그들만 무상으로 쓸 수 있다는 법적 규정이나 권한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앞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1심 판결을 근거로 들며 CP들이 망 사용료법 입법을 반대하면서 펼치고 있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게 되는 발언이 나오게 된다.

이통 3사가 공동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상필 실장은 “망 이용대가는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본인들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잘 모르는 선량한 국민들, 특히 20대 30대 남성분들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와 관련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통신사에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것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었으나 어찌 보면 국민 모두가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사안에서 성별과 연령대를 특정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실언에 가까웠다. 최근 정치권만 봐도 성별과 연령대를 가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발언은 즉시 ‘박제’돼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만만한 게 2030 男’, ‘아직도 갈라치기를 하려 하나’, ‘문제 제기를 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설득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여성 이용자가 대부분인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하지 못한 ‘성별 대통합’을 통신사가 이루어냈다는 웃픈 글도 올라왔다.

질의응답 시간을 포함해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였지만 해당 발언 한마디로 오히려 이용자들의 반감만 사게 된 모양새다. 이미 인터넷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통신사의 만행과 횡포라는 글이 돌아다닐 만큼 분위기는 좋지 못하다.

현재 국회에는 망 이용계약 체결 및 이용대가 지불과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7건이 계류 중이다. 당초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법안들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최근 이를 보류했다. 여기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려를 표하고 있어 제동이 걸려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국민들, 특히 20대 30대 남성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간담회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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