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문체위 기싸움도 변수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 vs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각 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각 사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망 사용료’ 공방이 국회에서 재현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처리에 앞서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듣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콘텐츠사업자(CP) 측과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측 진술인이 대신 참석해 각자의 주장을 펼쳤다.

과방위는 20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료 지급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논란과 관련해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과방위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여당 간사로 선임하면서 이날 전체회의에는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이 전원 참석했으나, 공청회에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여당 의원들은 공청회 준비가 여야 합의 없이 이루어졌다며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과방위가 참석을 요청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도 불참, 관련 협회와 학계 등을 통한 진술을 듣기로 했다.

공청회에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 4명이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CP 측 진술인인 박 교수는 망 사용료를 내라는 주장과 관련 법안에 대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은 모두가 데이터 전송을 하면 아무도 전송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상부상조 원리’에 따라 만들어져 모두가 모두에게 무제한 통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체계”라며 “해외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비용은 생각지도 않고, 한반도 내에 조그만 망을 깔고 있다고 해서 전세계에 통행료를 내라 하는 것은 K-콘텐츠를 압살하는 문화적 쇄국이다. 결국 통신사들의 주머니만을 두둑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표도 “망 사용자에 의무를 부과해 불공정행위를 제재한다는 입법 취지 자체에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사업자 간 자율 계약에 따른 사항을 법에 의무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추가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국내 CP 규제 부담만 가중하는 선별적 입법, 집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ISP 측 진술인인 윤 실장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그에 따른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규칙”이라며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일부 초대형 CP들이 우리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거부하고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치하면 다양한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용자를 볼모로 소모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공멸을 막기 위해 망 무임승차 방지 법안을 올해 중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망 사용료 공방은 단순히 특정 ISP와 CP 간 이용료 다툼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체결 의무를 강제하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과방위는 이번 공청회를 바탕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낼 모양새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망 사용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어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방위과 공청회를 개최한 이날 문체위는 ‘K-콘텐츠 산업과 바람직한 망 이용 정책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미국 정부는 우리 망 이용료 법안을 우리나라가 미국 기업에 세금을 매겨 국내 통신사에 이득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 정부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망 사용료 문제 관련 논의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주장이 대세를 이루어왔지만, 이를 콘텐츠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망 사용료’ 법안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 콘텐츠 기업들도 해외에서 막대한 망 이용료를 부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망 사용료 관련 민사소송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1심에서는 원고 넷플릭스가 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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