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 지키기’ 공방 된 국정감사…국정 무관한 사안으로 파행까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인숙, 김승범, 박법계, 기동민, 김남국, 박주민 의원. ⓒ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위원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인숙, 김승범, 박법계, 기동민, 김남국, 박주민 의원.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정감사가 진행될수록 곳곳에서 여야가 충돌하며 정부기관에 대한 고발까지 벌어지는 등 내내 극으로 치닫고만 있어 정치권 상황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예고대로 고발 나선 민주당 “유병호 등 공수처 고발”

1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중간보고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사, 외교, 경제, 안보 참사에 결국 민생 참사까지 역대급 참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꼬꼬무 국정감사다. 꼬꼬무 국정감사는 대통령실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김건희 여사에 관한 특검, 대검 게이트 고발로 귀결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윤 정부의 비정상적 국정운영을 하나씩 바로잡겠다. 이번 국정감사가 분명한 바로미터”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 대감게이트와 관련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 국정기획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다”고 예고했으며 같은 날 박범계, 기동민 등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경기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있는 공수처를 직접 찾아가 유 사무총장과 이 수석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보호위반 등으로 고발하는 고발장도 제출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장동혁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감사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 것은 문재인 정부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4대강 사업 감사를 대놓고 지시했으니 문 전 대통령부터 고발하라”며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 서면조사에 대해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발언한 것에 이어 감사원 사무총장의 문자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오늘의 고발을 지시한 것이냐. 아니면 공수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 공수처에 창과 방패를 주기 위한 것이냐”고 맞불을 놨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이 나올 것을 예상한 듯 앞서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문 정권을 거론하는 정부여당을 겨냥 “무능과 독선을 지속하며 야당 탓을 거둘 생각이 없다. 대통령, 장관, 당 대표 누구 하나 사과할 줄 모르고 언성을 높인다”며 “잘못은 본인들이 해놓고 기승전 전 정부 탓이고 국민 탓이고 언론 탓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막말 폭언 퍼레이드와 회의 진행 훼방은 충격적이다. 국정을 견제하고 바로잡을 국회의 책무를 방기한 것은 물론 정부 무능과 실정을 덮기에 혈안 된 집권여당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 “與, 정쟁만 해” 비판한 민주당, 국세청장 고발 압박까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신 50년 군사독재 청산 실천대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중도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자기 지지층을 결속시키기 위해 안보, 전 정부, 그리고 이 대표를 정쟁으로 가져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야당이 계속 발목 잡는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며 “대통령 집무실부터 시작해서 정쟁에만 집중하니 (국민이) 제정신으로 보겠나. 마냥 정쟁이라고 국민의힘이 현수막을 붙였던데 본인들이야말로 정신 차려야 한다”고 현재 정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온전히 여당 탓으로 규정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은 감사원 고발에 그치지 않고 국세청에도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는데,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을 향해 “감사원이 윤 정부 출범하고 나서 안하무인의 감사원이 됐다. 국세청에 기타소득에 대한 7천명의 자료를 보내라는데 무슨 근거로 감사원에서 보냈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냐”라며 “국회의원이 요구하는데 공개를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감사원에서 국세청에게 보낸 공직자 7천명에 대한 기타소득 자료 요청 공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고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산하기관 국감에선 박상혁 의원이 “감사원은 코레일과 SR, 한국도로공사의 차량 및 철도 이용과 관련해 심각한 법 위반 정황이 있다”며 감사원이 지난 8월 공공기관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 실태 파악을 이유로 공공기관 임직원 7131명에 대한 열차 탑승 기록, 도로 이용 내역, 의료 정보 이용 등 개인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점을 꼬집었고, 특히 사임한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의 민간인 시절까지 포함된 기록을 요청한 점을 들어 민간인 사찰이라 주장하면서 “증인 신청 안건에 최재해 감사원장을 포함해야 한다”고 국토위원장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이날 국토위 국감에서 국토부가 소속·산하기관의 문 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에 대해 먼지털이식 감사를 해 내쫓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국토부가 특정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정당한 사유 없이 4단계나 올려준 특혜에 대해 형사고발을 예고하고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에 대한 추가 종합감사까지 나서면서 지난 5일 권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도 꼬집어 조오섭 의원은 “특정인 찍어내기 감사”라고 비판하고, 장철민 의원도 “이걸 배임이라고 매도하고 확정적으로 말해도 되나”라고 지적하는 등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압박했다.

◆ 환노위, 김문수 놓고 파행…농해수위, 野 ‘법안 일방처리’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비단 이들 상임위 외에도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이 자리에 출석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대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과 말로 반미·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지적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철회하지 않은 채 “저런 점도 있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놨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감사가 중지됐는데, 급기야 김영진 의원은 “국감 증인과 증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김 위원장을 거짓 증언에 따라 우리 위원회 의결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국회 모욕”으로 규정한 뒤 김 위원장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지 협의하라며 감사를 중지했는데, 김 위원장이 결국 오후 진행된 환노위 국감에서 “제 과거 발언과 오늘 국회 답변 과정에서 제 발언으로 인해 위원회 회의가 순조롭지 못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과 입장을 내놨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고 진성준 의원은 “과거 윤 의원에 대한 발언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정당과 정권을 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김정은 기쁨조’, ‘총살감’이라고 한 데 대해 사과하고 인식 개선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심지어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극우주의 한 명 때문에 국감이 파행되고 중단될 이유는 전혀 없다. 김 위워장을 명예훼손 모독으로 고발을 의결하고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원장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기에 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진 의원도 “김 위원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해달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했는데, 보다 못한 국민의힘에선 임이자 의원이 “오늘 국감에서 여러 가지 정책 질의를 해야 함에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무엇을 더 이상 사과하냐”라며 “작정하고 할 거면 차라리 파행하라. 그게 국민들이 보기에 깔끔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처럼 김 위원장 발언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해지자 전 위원장은 “김 위원장 발언은 구체적이어서 위원들이 모욕죄로 고발하겠다는 것에 공감한다. 감사를 계속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며 감사 중지를 선언해 환노위 감사는 불과 개의 40분 만에 다시 파행을 맞았는데, 정작 경사노위 위원장을 검증하고자 노동 관련 국정 질의가 아니라 이와 무관한 김 위원장의 과거 정치적 발언 전력을 놓고 민주당이 사과만 받아내려다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모양새다.

아울러 같은 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끝내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사실상 민주당 단독 처리로 통과돼버렸는데, 쌀값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개정안에 대해 반대한 국민의힘에선 이견 조정 필요가 있는 안건을 논의하는 안건조정위에 회부됐으나 지난 3일 민주당은 자당 윤준병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한 뒤 9일 만에 회의를 열고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안건조정위 재적 위원 6명 중 민주당 윤준병·신정훈·이원택, 무소속 윤미향 의원만 참석해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위원장인 윤 의원은 “안건조정위 상저을 요청한 여당이 2차에 걸쳐 참석하지 않았다. 안건조정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발목잡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이런 상태로는 건설적 대안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는데, 다만 민주당 지도부가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던 만큼 당초 일방 처리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렇듯 다수의석을 통한 야권의 강행 처리 기류를 염두에 뒀는지 이미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참석한 같은 날 국민미래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민주주의에도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다수결의 원리가 마치 민주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위기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이 대표나 문 정부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가며 민주당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국세청에 대한 이날 기재위 국감에서 김상훈 의원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나서 쌍방울 김모 회장,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모 대표, 이재명 대표 사이에 석연치 않은 커넥션이 있어 보인다”며 의혹 제기에 나섰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한 데 대해 “연임 실패는 예고된 일이었다. 북한 손 한 번 잡아보겠다고 인권과 자유의 연대를 내팽개쳤다”고 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해 이번 국감이 끝까지 정쟁으로만 치닫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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