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기반 ‘호남’서도 압승한 李…일각선 낮은 투표율 지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제주를 찾아”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언제나 승리했다“며”제주에서 확실하게 이재명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사진/김종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제주를 찾아”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언제나 승리했다“며”제주에서 확실하게 이재명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사진/김종필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압승이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까지 이어지며 사실상 이제는 판세가 뒤집히기 어려울 정도로 당권가도가 굳어진 모양새지만 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의 낮은 투표율이나 강성 지지자들을 바탕으로 한 사당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전당대회가 끝나기 전부터 민주당에 여러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 전국 평균보다 전대 투표율 낮은 호남, 민주당 지지 흔들리나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 즉 전북·전남·광주에서 이 후보는 거의 80%선에 육박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세론을 재확인시켜줬는데, 정작 호남 출신도 아닌 이 후보와 경쟁하는 호남 출신의 박용진 후보나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윤영찬 의원 등 비이재명계 인사들은 자신의 고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호남에서의 최고위원 선거까지 친이재명계 후보 4명 모두 당선권 내에 들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친문’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되는 게 확실시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으나 정작 호남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30%대에 그쳤다는 점은 이런 해석을 퇴색시켜버렸고 오히려 민주당 권리당원 투표율이 과반을 기록한 곳은 국민의힘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이나 부산 등 영남권이어서 전당대회가 ‘확대명’으로 끝나더라도 정통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북·전남·광주 등 세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인 36.43%보다도 낮았으며 자동응답전화를 제외한 인터넷 등을 통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의 경우 세 지역의 평균이 전국 최저 수준인 17.3%로 나와 호남의 권리당원 수(42만명)가 민주당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후보가 이번 전대에서 압승했더라도 대표성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장 박용진 후보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조한 호남 투표율을 꼬집어 “지금까지 분위기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 감정적으로는 실망감이고 분위기상으로는 절망적 체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셀프 공천’과 서울시장 차출론 등이 당 안에서 제대로 평가되고 해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이 후보의 당권) 출마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박 후보는 앞서 전날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전남도당 합동연설회에선 보다 노골적으로 이 후보 측을 직격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의 투표율,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호남 투표율이 바로 민주당의 위기”라며 “민주당은 30% 남짓 소수 당원들만 참여하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내로남불·소탐대실이라고 비판 받는 정치를 해왔다. 한쪽 계파가 대표도, 최고위원도 다 먹고, 당헌·강령도 마음대로 뒤집는 일, 그래서 당 밖에서 한쪽 계파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싹 다 독식한다는 그런 비판을 들으면 우리 민주당은 민주주의 위기 그 한가운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윤영찬 의원 역시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나온 투표율이 참 충격적이고 무서운 숫자다. 당원이 당을 냉소하고 전당대회를 외면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두렵고 걱정스럽다”고 지적했으며 당내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의 일부 소수, 일부 강성 그룹이 과다 대표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전통적으로 뒷받침해왔던 당원들이나 당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뒷전에 밀려나는 부분도 있다”고 한 목소리로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당원들이 가장 많은 호남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매우 큰 경고음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절박성과 간절함을 갖고 당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하며 이번 전당대회가 그런 계기로 활용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텃밭이 흔들리면 다른 데는 더 볼 일이 없다. 대다수의 국민·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적 또는 이탈자적 마음으로 있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이후에 당 운영 동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강성 그룹 득세? ‘타협·조정’보다 ‘충돌·배제’의 갈등 정치로 가나

(좌측부터) 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와 민형배 무소속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좌측부터) 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와 민형배 무소속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다만 한편으로는 권리당원 선거인단 수가 2년 전보다 40% 이상 급증한 117만명인 만큼 전체 투표자 수는 늘어도 모수가 커져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란 반박도 없지 않은데, 현재까지 투표한 권리당원이 이 후보와 박 후보를 합쳐 26만1090명으로 마지막 남은 서울(20만6918명)과 경기(23만3599명) 순회경선에서 전국 평균 투표율인 36.43%만 나와도 역대 전당대회 권리당원 최대 투표수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꼭 투표율만으로 대표성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를 비롯해 친이재명계가 대거 포진한 차기 지도부가 구성되면 그간 ‘개딸’ 등 적극적이고 강성인 지지층에 힘입어온 특성상 당내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사당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곳곳에서 높아져가고 있는데, 강성 당원들이 비대위의 중재안 의결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는 ‘당헌 80조’ 논란만 해도 그 대표적인 사례로 친이재명계인 정청래 후보는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서 “당헌 80조는 폐지돼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장경태 후보는 “기득권 정치 검찰, 수구 언론이 (이재명) 단 한 사람만 공격하고 있다.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동지를 지키는 게 책임이자 의무”라고 한층 불을 붙였다.

여기에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청하는 당원 청원도 지난 21일 오후에 당 지도부 답변 기준인 5만명을 넘어섰고 일부 권리당원들은 당원 게시판에 ‘수박 비대위’라며 당헌 80조 삭제가 아니라 중재안을 내놨던 비대위에 원색적 비난까지 퍼부었는데, 오는 28일 중앙위원회 의결 절차만 남겨둔 만큼 이 문제는 당내 계파 갈등을 폭발시킬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로선 ‘확대명’이 분명해져 가는 마당에 당이 내분으로 치달아봤자 향후 자신이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에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를 마친 뒤 “더는 이런 것으로 논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제 자중할 것을 촉구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연설회에선 친이재명과 비이재명계 간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돼 나중엔 이 후보마저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을 통제 못하는 지경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급기야 당선권 내에 안착한 거의 유일한 비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고민정 의원까지 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의 태도에 대해 지난 21일 광주·전남 경선 뒤 “여전히 저를 밀어내려 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일부 유튜브에선 제가 이재명 의원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면서 거짓을 유포하고 있고 의원내각제 찬성, 이낙연 민주당 전 의원 후원회장이라는 허위사실에 이어 또 새로운 화살이 제 등 뒤에 쏟아지고 있다”며 “오늘은 급기야 합동연설회장을 나서자 일부 지지자들이 ‘고민정은 사퇴하라’를 외쳤다. 당내 선거에서 아무 이유 없이 사퇴요구를 하는 그 광경을 보며 너무 놀랐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친이재명계에선 차기 지도부가 이미 확정됐다는 듯 자당 출신 국회의장까지 압박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데, 본래 민주당 중진 중 중도·온건 성향으로 국회의장 취임 일성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고 천명한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국회가 장기 표류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중진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이어 21일 기자간담회에선 “여야 5선 이상 의원들로 구성해 운영만 하면 된다. 동물 국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있을 때 (작동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구체적 구상까지 내놓자 친이재명계 측 의원들은 이 의원을 견제하려는 게 아니냐며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까지 불사할 만큼 강경파인데다 친이재명계 인사로 꼽히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에 하나 중진 협의체가 가동된다면 민주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곧 새로 들어서는 ‘이재명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아예 ‘이재명 지도부’로 전제해 김 의장을 압박했으며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장경태 의원도 SNS를 통해 “5선 이상 의원들의 협의와 중론을 민주주의라고 할 국민들은 없다”고 김 의장을 맹폭했다.

◆ 벼랑 끝 친문, ‘결집’ 시도까지…새 지도부 나와도 계파갈등 불가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윤영찬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도전한 윤영찬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밝혔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이렇듯 이 후보에 ‘방해가 된다’고 비쳐지면 맹공을 퍼붓는 친이재명계의 공세 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비이재명계에선 급기야 ‘중도 사퇴’까지 하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형태로 어떻게든 생존 모색에 나섰는데,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윤영찬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심에 줄 서지 않고 특정 후보에 줄 서는 상황이 참담하고 부끄럽다. 민주당의 사당화를 막아보려 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저지하는 일은 더 이상 의미 없다고 판단했다”며 “저는 오늘로서 최고위원 후보직을 사퇴하고 송갑석 후보를 위해 뛰겠다”고 밝혔다.

광주가 지역구이며 전남이 고향인 ‘친문계’ 송 후보는 누적 득표율 9.09%로 현재 6위지만 5위인 친이재명계 박찬대(9.47%)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다 전날 광주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1위인 정청래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어 당선권도 노려볼 수 있는 만큼 현재 비이재명계 후보라고는 고민정 의원 하나 뿐인 상황에서 중도사퇴를 불사할망정 지도부에 친문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입성시켜보겠다는 윤 의원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이런 속내를 보여주듯 윤 후보는 “송 후보가 지도부에 들어간다면 최고위의 다양성을 확보해서 당내 민주주의를 지탱해줄 것”이라고 역설했으며 회견을 마친 뒤엔 기자들과 만나 “표를 나눠서는 두 사람(윤영찬, 송갑석)이 모두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보다 분명하게 밝혔는데, 한편으로는 ‘희생플라이’까지 감행해야 할 만큼 이제 반이재명계는 생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되어간다는 반증이어서 설령 이 후보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해도 반대파를 배제하는 이런 흐름으로는 당 내부가 온전히 통합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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