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사범위 원위치 시킨다면 국회와 전면전” vs 한동훈 “개정 검찰청법 무력화 아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법무부가 11일 검찰의 수사권한 축소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대통령령 개정을 공식화함에 따라 앞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통과시켰던 더불어민주당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이번 사안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법무부, ‘부패·경제범죄’ 폭넓게 해석해 檢 수사 가능하도록 나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및 시행규칙 폐지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열고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는 공직자·선거 범죄 중 부패·경제범죄와 연관된 죄목을 폭넓게 해석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하는 등 검찰의 수사권한 축소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대통령령 개정을 오는 29일까지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대통령령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죄목을 열거하는 방식이어서 규정된 죄목이 아니면 검찰 수사가 불가능했던 데다 내달 10일부터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그마저도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대폭 축소되다 보니 법무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법무부도 “지난 5월9일 통과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으로 검사의 수사개시 관련 조항이 개정됨에 따라 법체계에 맞게 그 하위법령을 정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 장관이 발표한 법무부 개정안에 따라 부패·경제범죄의 개념 정의 및 재분류를 규정한 제 2조 제 1호 및 제 2호 내용이 바뀔 경우 당초 공직자범죄로 규정된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이나 선거범죄에 포함되어 있는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도 부패범죄로 분류돼 일부 공직·선거범죄에 대해서도 사실상 검찰 수사가 가능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현대 부패범죄의 전형적 유형이고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는 금권선거의 대표유형이므로 부패범죄로 규정했다”고 설명했으며 이밖에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나 서민을 갈취하는 폭력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도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고, 무고·위증죄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무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현행법상 검사가 수사할 수 없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규정했다.

특히 한 장관은 ‘사버질서 저해범죄’ 대상으로 무고·위증죄를 분명하게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무고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마음껏 거짓 고소와 정치적 선동의 고소로 쓰인다”고 밝혔으며 개별법률에서 이미 국가기관이 검사에게 고발·수사의뢰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범죄도 포괄적으로 ‘중요 범죄’로 묶어 범인, 범죄사실 또는 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미 별건수사 제한 조항 때문에 검사의 수사권 남용 가능성은 충분히 막을 수 있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인데, 이 뿐 아니라 ‘중요경제’에 대해서도 검사 수사개시 범위를 뇌물죄의 경우 4급 이상 공무원, 부정청탁 금품 수수금액 5천만원 이상, 외국공무원 뇌물죄 수수금액 3천만원 이상, 전략물자 불법 수출입 가액 50억원 이상 등으로 제한한 법무부령을 폐지해 검찰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검사가 5천만원짜리 사건이라고 생각해 수사에 착수했는데, 해보니까 오백만원이면 이런 경우는 그냥 털어버려야 하느냐. 아예 50억원이 안 되면 따라가지 말라는 것은 필요성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얻을 수 있는 공익도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개정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으며 방위사업 범죄도 경제분야에서 기술 유출 등으로 초래한 범죄가 많다는 점을 들어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을 경제범죄로 규정함으로써 검찰수사 배제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한 장관은 대통령령 개정으로 사실상 검수완박법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시행령을 만든다는 것은 법률에 집행을 투명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라 하겠다는 의지”라며 “해석은 누가 봐도 대통령령에 구체화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게 명확하다”고 맞받아쳤는데, 이번 개정안은 검수완박 입법안 시행일에 맞춰 적용되는 만큼 당장 민주당에선 한 장관 성토에 나섰다.

◆ 격앙된 민주당 “법기술자의 시행령 쿠데타…韓, 尹‘돌격대장’ 자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당장 민주당에선 같은 날 오후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왔던 역사성 있는 내용이고 지난번에 그 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됐다고 해도 이전에 논의됐던 내용 자체가 무효화된 것이 아니다”라며 “만약 법무부가 국회에서 통과된 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또다시 대통령령으로 주요 수사 범위를 원위치시킨다면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 위원장은 “더구나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내용 중에도 이 문제는 굉장히 주요한 합의사항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걸 무력화시키기 위한 우회 통로로 또 대통령령을 활용하겠다고 하면 국회가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제가 여러 번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그래서 휴가 중에 국정운영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심사숙고하고 복귀했을 것이라 기대했고, 또 그런 당부를 드렸는데 그런 국민의 바람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계속 이런 정책을 강행해 나가겠다고 하면 야당의 협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재차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대통령이 이 문제 대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식의 국정운영 기조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질문 드리고 싶다”고 윤 대통령까지 직격했는데, 구체적 대응방안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 위원장은 “검찰개혁 법안이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지금 진행 중인 수사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검찰 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문제를 우회할 방법으로 그런 꼼수를 부린 것 같다. (검찰개혁 법안 시행) 기간이 이제 한 20일 남았는데 이런 식으로 우회해 지금 진행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보이고 지도부와 상의해 대처방안을 고민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민주당에선 이수진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오늘 법무부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중요범죄를 자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검찰 정상화를 위한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이고 국회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법문을 해석한 법기술자들의 꼼수”라며 “(윤 정부가) 수사권을 무기로 정치권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검찰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함이다. 윤 정부가 시행령 쿠데타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입법으로 불법행위를 중단케 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맞불을 놨다.

즉, 민주당이 원내 과반인 상황을 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의미인데, 이 원내대변인은 이날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한 한 장관 뿐 아니라 최근 경찰국 신설을 강행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까지 싸잡아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반헌법적 위법행위로 윤 정부의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측근 장관, 동창 장관을 임명 강행한 목적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직격해 결국 민주당 단독으로 추진 가능한 장관 탄핵 등을 경고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민주당 의원들은 법무부 발표에 맞서 오는 1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이번 사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검찰에선 11일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가 대검 월례회의를 통해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이어 9월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없도록 대비해주기 바란다. 공소시효를 한달여 앞두고 있으나 대선 선거사범 처리율이 60%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관계기관과 협력해 신속히 처리해주기 바란다”고 우선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한동훈 발표 ‘나비효과’? 당헌개정 역설한 이재명 측 ‘수혜’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제주를 찾아”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언제나 승리했다“며”제주에서 확실하게 이재명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사진/김종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제주를 찾아”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언제나 승리했다“며”제주에서 확실하게 이재명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사진/김종필 기자

한편 민주당을 뒤흔든 한 장관의 이번 발표는 이재명 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뜻밖의 나비효과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개딸 등 이 의원의 지지층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민주당 당헌 8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와 당권경쟁 중인 비이재명계 후보들은 물론 당내 친문계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방탄용 개정 시도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이 의원 측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친문계 핵심 인사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10일 “당헌 80조는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의결된 당 혁신안”이라며 당내 당헌 개정 요구에 대해선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라고 사실상 이 후보를 꼬집었고, ‘비이재명계’ 당 대표 후보인 박용진 후보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사당화 논란을 자초하고 자충수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당헌 개정을 공론화하려는 이 의원 지지층에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친문계인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까지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 이슈 자체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후보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하는 것이다. 만약 개정하겠다고 하면 ‘이 후보를 위한 방탄용’이라고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개정을 안 하겠다고 하면 ‘이 후보를 버릴 것이냐’고 이야기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이미 이런 당내 지적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전날 오후 TJB 대전방송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 조항(당헌 80조)은 뇌물수수,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우로 저는 아무 해당이 없다. 저는 의견을 낸 일도 없고 어떤 의사를 가진 바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법무부에서 검찰 수사범위 축소를 최소화할 수 있게끔 시행령 개정에 나서자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 의원 측 주장은 힘 받을 수 있게 됐는데, 당장 우 위원장도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하면서도 당헌 80조 개정 이슈와 관련해 “야당이 지금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정치보복 수사에 노출돼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을 보면 친명·비명계 할 것 없이 모두 수사대상이 돼 있어 이 문제는 친명·비명의 문제가 아니고 정치보복 수사에 대해 우리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냐는 문제도 연동돼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다보니 그간 당헌 개정 요구에 긍정적 자세를 취해온 이 의원 측에선 한 장관의 이번 발표를 고리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하고 있는 친문계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도 ‘어대명’ 구도로 기우는 모양새여서 이번 법무부 발표가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의 입지를 더 위축되게 만들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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