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반발 거세지만 국무회의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 의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경찰의 반발이 거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26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을 끝내 심의·의결해 사실상 배수진을 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윤 정부, 경찰국 신설안 통과 강행…경찰들, 전체회의 ‘맞불’ 예고

앞서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21일 차관회의까지 마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이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내달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인데,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이후 31년 만이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을 비롯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현 직제상 ‘국’을 장관 직속으로 둘 수 없기에 차관 아래에 뒀으나 실질적으로는 장관 직속으로 운영할 방침이며 수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진 않는다고 하나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나 경찰 고위직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하지 않을 경우 수사 지휘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와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돼 과별 5명씩 총 16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고 이 중 경찰공무원은 12명, 기존 행안부 소속 일반직 공무원 4명으로 구성되게 되는데, 특정 업무 수요를 고려해 추가로 2~3명의 경찰 인력 파견도 고려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해당 안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관장하던 실질적인 경찰청에 대한 통솔을, 내각인 행안부장관이 좀 더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관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령안”이라며 “행안부장관은 이 조직개편에 따라 경찰청과의 업무 통솔과 모든 관련되는 행정 문제를 조속히 해결되도록 잘 설득하고 소통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는데, 이상민 행안부장관도 이날 국무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신설안에 대해 “기존 잘못됐던 관행을 법에 맞춰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이 위법하다는 점에 합리적 명분이나 이유를 하나라도 댄다면 즉시 수정하겠다”고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경찰에선 오는 30일 예정됐던 경위·경감급 팀장 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 추진하기로 하는 등 반발이 더더욱 거세지고 있는데, 경찰대 출신인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이날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당초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고 했지만 여러 현장 동료들의 요청으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 특히 경찰국 반대여론을 특정집단이 주도했다는 음모론을 듣고 전체 경찰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국민들에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회의참석 대상을 확대하게 됐고 이번 회의는 무기와 관계없는 수사과 경제팀장인 저 혼자 추진하는 토론회로 쿠데타와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윤 정부가 내정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겨냥해 “현장참석 총경들에게 했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할 것인지 저와 회의참석자 수천명을 대상으로 직위해제 및 감찰조사를 할 건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는데, 윤 청장 후보자가 불과 하루 전에 “경찰 모임을 금지한다. 위반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는 점에서 양측 중 어느 한쪽도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이 쳐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광주·전남지역에선 벌써부터 일선 경찰관 700여명이 오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박정수 광주경찰직장협의회장은 “참여 여력 있는 경찰은 1000여명 수준이며 이 중 실제 참석 의사를 밝히는 경찰은 10~20% 가량인데 참가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협의회 차원의 버스 대절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전남경찰직장협의회에서도 관서별 30~40여명의 일선 경찰이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경찰에 힘 실어주는 민주당, 대통령실까지 몰려가 尹 압박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등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등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 국방부 정문까지 소속의원들이 몰려가 ‘윤 정권 경찰장악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집단행동 징계 조치 철회와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등 경찰 측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는데,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당 경찰장악 저지대책단, 민주당 소속 국회 행안위 위원들은 손팻말까지 들고 윤 정부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특히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경찰들의 집단적인 목소리를 놓고 국가 기강문란이라고 했던데 진정 국기문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냐, 윤 정부 아니냐. 경찰들이 12·12 하나회 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행안부장관이야말로 정말 행정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행령도) 보통 40일 입법 예고기간을 갖는데 4일만에 전광석화 같이 전쟁 치르듯 경찰국 신설하고 있다. 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 경찰국 신설이라는 잘못된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경찰장악저지대책단장인 서영교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 개정안을 다룬 데 대해 “엄연히 정부조직법 위반이고 직권남용이다. 이에 대한 법적 책임 관련 조치를 모두 국회에서 취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으며 회견문을 통해서도 “경찰개혁을 진정 원한다면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법개혁 특위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회견 후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법은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시정요구를 할수 있고 (국회) 결의가 이뤄지면 정부는 국회에 마땅히 (시정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법적인 시행령을 확인해 시정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는데,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은 이날 오후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경제 분야가 아닌 경찰국 관련 질의를 한 총리에게 이어가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이상민 행안부장관이 경찰의 반발을 ‘쿠데타’라고 표현한 점을 꼬집어 표현이 과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답변을 요구했고, 한 총리가 결국 “표현이 과하기는 했지만 사안의 절실성과 중대성을 위해 행안부장관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한 총리는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행안부 장관이 잘못했다, 경질 요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 경질을 권해줄 것을 주문했다.

다만 민주당은 원내 과반 의석을 앞세운 ‘힘자랑’으로 비쳐질까 우려한 듯 당장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데에는 아직 신중한 자세를 취했는데, 경찰 출신인 권은희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무회의에서 경찰청 신설안이 의결된 상황을 꼬집어 “전체 국회의원에게 경찰국 신설의 문제점 및 국회 대응에 관한 친서를 보내 뜻을 전했다. 위헌·위법 권한을 행사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그 문제가 결정돼 있지 않다. 먼저 국회 내에서 따져보고 단계적으로 대응수위를 높여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찰·민주당 겨냥한 공세에 초선까지 나선 국민의힘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여기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도 이날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시작한지 약 5시간 만에 8만명을 돌파했는데, 국회법상 국민동의 청원이 제기된 지 30일 이내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정식 회부돼 입법 심사 과정을 거치게 되고 상임위는 회부된 난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는 만큼 여론을 통해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의 위원장직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에선 이런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경찰의 반발을 ‘불법적 집단항명’으로 규정하며 윤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끝까지 힘을 보탰는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은) 군과 마찬가지로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다. 그 어떤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 데 이어 일선 경찰들이 경찰국 신설 대신 국가경찰위원회 격상을 통한 통제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현재 국가경찰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닌 민변의 통제”라고 일축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 앞에서 경찰국 신설 항의 회견을 한 데 대해 “과거 민정수석을 통해 경찰을 장악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마자 안면몰수하고 있다. 무책임한 선동정치”라며 “일부 경찰들도 민주당에 부화뇌동하며 조직질서를 위협하고 있는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처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경찰 뿐 아니라 민주당도 함께 싸잡아 이들에 강경 대응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61명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문 정부 하의 경찰이 얼마나 권력에 도취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기적 행태를 일삼고 있는 일부 정치경찰들은 지금도 민생 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13만 경찰분들의 희생과 노고에 먹칠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경찰국 신설에 집단반발하고 있는 경찰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다선 의원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대 어느 정권이 경찰 장악을 하지 않고 정권 운영을 한 적이 있느냐. 경찰 장악이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를 장악해야 정부 운영이 되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 “자기들이 집권했을 때는 온갖 수단·방법 동원해 검경 장악하려고 패악을 부리더니 경찰국 신설을 경찰 장악 기도로 몰아간다. 딱한 견강부회”라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일단 오는 30일 열릴 ‘14만 전체 경찰 회의’에 과연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느냐에 따라 여당 주장대로 ‘일부 정치경찰의 반발’일지 아니면 야당 주장처럼 ‘전체 경찰 여론’일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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