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홍근 원내대표가 했던 교섭단체 연설과 관련해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반응을 비판하면서 “무슨 말인지 잘 경청했다고 하면 될 것을, 야당 정치인 이야기는 안 듣겠다는 취지로 들려서 불쾌하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출근길에 ‘어제 민주당 교섭단체 연설에서 비판이 과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있다’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야당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즉답을 피했는데, 이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화유공자 농성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정치인이 한 이야기는 대꾸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가벼워보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직접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었던 박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국회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 아니겠나. 국회와 입법부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보여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원내 1당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인데 일개 정치인 나부랭이처럼 표현해서 되겠나. 정말 협치를 바란다면 입법부를 존중한다면 있어선 안 될 발언”이라고 윤 대통령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열린 마음으로 국민 여론을 접하고 민의를 전하는 국회를 존중할 때 진정한 협치의 길이 열린다. 저 개인에 대한 평가는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지만 국회, 입법부, 제1교섭단체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해주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국민통합이란 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 소통과 함께 대통령께 국민의 여러 우려, 염려, 쓴 소리에 대해 가감 없이 잘 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대응을 문제 삼기에 앞서 ‘탄핵’까지 거론하는 등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 원내대표의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수위가 오히려 과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0일 밤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육상시라는 것은 결국 십상시라는 프레임을 가져가겠다는 거고, 탄핵 애기를 한 것은 최순실 프레임을 짜는 건데 이것 하다가 망하지 않았나”라며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이런 식의 프레임 까는 걸 보고 ‘이분들 아직 정신 차리려면 멀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민주당을 직격하기도 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한 박 원내대표의 비판수위가 과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로 호응하면서 민주당 비판에 나서기보다 도리어 별 다른 평가를 하지 않은 채 말을 아낀 태도는 감정적 대응하던 과거의 도어스테핑 때 모습과 달리 확전을 자제하려는 행보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일부 조사에선 반등하기도 한 것으로 나오고 있어 과도한 야당의 공세가 자칫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5명에게 실시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긍정평가는 지난주 조사 때보다 3.1%포인트 상승한 35.6%로 집계됐고 부정평가는 동기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50대에선 긍정평가가 14.4%포인트 오르고 대구·경북에서도 지난주보다 11.8%포인트 상승하는 등 그간의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할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그래선지 21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성명서까지 내고 박 원내대표를 겨냥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은 교섭단체 대표 공개연설인지 무책임한 선전선동인지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근거도 없는 문고리 육상시, 영부인에 대한 권력실세 운운은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과 책임감도 저버린 몰상식한 언동”이라며 “국민들이 직접 뽑은 출범 2개월의 합법정부에 탄핵과 경고 운운까지 했다. 의석수만 믿고 탄핵 운운하는 오만함을 버리지 않는다면 엄중한 국민의 심판만이 기다릴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