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당 지도부가 자신에게 전당대회 출마 자격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저를 영입했던 민주당은 지금 저를 계륵 취급하고 있다"면서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필요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서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려고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을 하는 이 정치판에 남아 있는 것이 옳은지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봤다"면서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그는 "어젯밤 '손정우 기사'(웰컴투비디오 사건)를 보며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새겼다"면서 "처음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법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저는 N번방 취재를 시작으로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저는 정치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정치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이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제가 막겠다"면서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는 그날까지, 저는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민주당을 향해 "그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약속도 토사구팽의 길에 들어섰다"고 강하게 원망하면서 "이 소중한 약속들이 휴지조각처럼 버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은 "솔직히 요즘 저도 많이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번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하며 한숨을 쉰다"면서 그간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하면서 "불과 6개월 전 저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가끔씩은 여행도 다니는 그런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 그냥 다 포기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민주당 당내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반발음에 대해 촉각을 세우면서도 여전히 당내 분위기는 박 전 위원장에게 냉담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에 당내에서 박 전 위원장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오기는 했는데, 실제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의 결정은 조급했다"면서 "박 전 위원장은 대선 당시 대표적 영입 인사 중 한 명이었다. 비록 패배한 선거였지만 박 전 위원장의 공은 크게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으면서 그가 2030세대 여성들의 표층을 확보했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도 여전히 제기하고 싶은 핵심적 단어는 '토사구팽'이다"면서 "난 민주당에서 박지현만큼 화살을 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조차 쉽사리 당기지 못한 활시위였다. 박지현이 겨냥한 지금은 온전히 당이 아니라 당의 잘못된 문화, 구태, 내로남불이었다. 당의 혁신이 '승리'를 위한 선결과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당이 청년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존재로 여기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민주당의 청년정치가 갖는 함의가 이 안에 있다"고 강조하며 당을 향해 "청년 박지현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지 않은가"라고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