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韓 인준, 새 정부 첫 출발 고려 필요” vs 강병원 “인준 반대, 당 공식 입장 돼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자 검증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출석해 청문회가 파행 개의해 청문회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자 검증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출석해 청문회가 파행 개의해 청문회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인준 여부를 사실상 좌우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윤 대통령 ‘자신감’? “한덕수 표결, 상식 따라 처리해줄 것”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과 관련해 야당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윤 대통령은 전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KTX를 타고 광주로 이동하면서 당 호남동행단 소속 의원들과 함께한 조찬 자리에서도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인준 표결에 대해 “민주당과 더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라 부결시키면 오히려 야당이 손해”란 취지로 발언하며 “큰 문제없을 것”이라고 통과를 낙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가 긍정적이고 정당 지지도에서도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높을 정도로 여론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16~18일 전국 유권자 1011명에게 조사해 19일 발표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평가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48%,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9%로 나왔고 스스로를 중도층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들도 47%가 긍정평가, 30%가 부정평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응답자의 24%가 ‘결단력이 있다’는 점을 꼽은 반면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부정평가 이유로 ‘독단적이고 일방적’(40%)이라거나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내각에 기용했다’(22%)는 점을 주로 꼽았는데, 부정평가 비율이 긍정평가보다 높았다면 부정평가의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는 인사 부분에 대해 윤 대통령도 고심할 수밖에 없지만 긍정평가가 더 높고 이들 여론이 윤 대통령의 ‘결단력’을 좋게 보고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 역시 인사 문제에서 물러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전날 “그분을 인준해주지 않으면 더 이상 좋은 분을 어떻게 모시겠나. 그러면 대행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추경호 경제부총리 대행체제로 계속 갈 가능성까지 열어뒀는데, 이 경우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쳐질 수 있어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으로선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민주당이 가장 반대해온 한동훈 법무부장관 임명을 윤 대통령이 단행한 만큼 더 물러서다가는 정국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아 당내에선 부결론도 힘을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예우를 다하려 노력했지만 윤 대통령은 다음 날 한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존재 의의 없는 정호영 카드가 무슨 큰 비책인양 쥐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나친 욕심으로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며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 인과응보고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 총리 후보자) 임명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민주당 압박 나선 與 “총리 인준, 정치거래 대상 될 수 없다”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관련 면담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관련 면담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한 총리 후보자를 한 장관 임명의 들러리라고도 표현하기도 했는데, 반면 국민의힘에선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장관 임명을 협치 파괴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한 장관의 임명을 야당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을 것이고 한 장관을 임명했으니 ‘우리도 (한 총리 후보자) 부결시킨다’고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며 “내일 있을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 부결할 핑계거리를 삼으려 한다”고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1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회의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자대로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사유가 드러나지 않았고 야당에 건넨 협치 카드이기도 했다”며 “국무총리는 정치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이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인준 표결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당 사전에 협치는 없다’는 오만과 불통으로 비칠 뿐이고 무엇보다 민생 위기를 외면한 정권 발목잡기를 고집하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길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 총리 후보 자체만 보면 문제 나온 게 없다.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계산적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한 총리 후보자를 인준해준다는 상호 교환설에 대해서도 “그런 시나리오가 있다면 민주당은 무조건 한 총리 후보자를 떨어뜨린다. 정 후보자는 여론이 좋지 않아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유도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선 선거 앞두고 좋은 것 아니겠나”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래선지 윤 대통령도 정 후보자 임명 여부 등을 총리 인준안과 연계하는 인사 거래 가능성엔 일단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민주당이 내일 한 총리 인준 표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 총리 후보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 공은 민주당에 온전히 넘어간 상황이다.

◆ 지선 의식? 주도권 우선? 韓 인준 놓고 의견 엇갈린 민주당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민주당 의원, 강병원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우상호 민주당 의원, 강병원 민주당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문제는 본회의를 불과 하루 앞뒀음에도 민주당 내부에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건데, 박지현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한 장관을 임명하고 나서 이제 무조건 한 총리 후보자를 인준하라고 얘기하는데 과연 이게 협치와 얼마만큼 가깝나. 민주당 의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해줄 거라 보고 있다”며 인준 반대에 무게를 실었고,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아예 동료 의원들에게 “한 총리 후보자 인준 반대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는 친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 의원은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 독주에 어떤 쓴 소리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를 만들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 한 후보자 총리 인준 반대는 발목잡기가 아니라 윤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사명”이라며 “한 후보자 인준은 이해충돌 회전문을 우리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이대로 총리가 된다면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자는 국민의 바람과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게 된다”고 자당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방선거를 책임진 상황이기 때문인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부적격하나 어쨌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상황이고 우리는 임명하는 입장이 아니라 동의하는, 역외에 주요 의사결정을 가진 입장이기 때문에 첫 출발하는 단계란 점도 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당 지도부와 온도차 있는 반응을 내놨는데,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같은 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나도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고 이 위원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같은 당 윤건영 의원까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동훈 등 사례 보면 협치가 아니라 한쪽 손으로 악수하고 한쪽 손으로 뺨 때리는 형국이라 많이 (당내 분위기가) 격앙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 초기에 정부가 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배려하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일각에서 있다”고 ‘인준 반대’보다는 일단 이 위원장처럼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우리 의원총회 결의로 정호영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본 연후에 표결 일시를 결정해도 되는 것 아닌가. 꼭 내일 (표결)해야 되느냐”며 “한 번 더 윤 대통령에게 공을 던져놓고 반응 본 후에 국민 여론을 참작해 인준 여부를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윤 대통령도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을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 총리 인준이나 정 후보자 등 국회 상황과 관련해 1시간 동안 독대하며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뒤 윤 대통령이 다음 후보자를 인선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정 후보자를 추천한 인사가 한 총리 후보자이기도 해 결국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오는 20일 있을 한 총리 후보자 표결 결과를 보고 인선 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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