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대규모 횡령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 잦아
하나·신한·NH농협·KB국민 등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

서울 역삼동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 ⓒ우리금융그룹
서울 역삼동 우리은행 선릉금융센터. ⓒ우리금융그룹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경찰이 우리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 직원 횡령 사건의 여진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일 오후부터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건물과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씨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본사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2년과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들어 대규모 횡령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보안이 생명인 은행에서마저 이 같은 사고가 나오면서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위기에 놓여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해마다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은행에서는 총 15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13억 1000만원(6건), 2017년 2000만원(2건), 2019년 5억 8000만원(2건), 2020년 4억 2000만원(3건), 2021년 4억원 2건 등이다. 이 기간 동안 사고액은 모두 27억3000만원으로, 2018년 발생한 사고를 제외하고도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유용 사고는 16건(67억6000만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건(35억9000만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고, NH농협은행(2건·25억7000만원), 우리은행(2건·4억원), IBK기업은행(4건·8000만원), KB국민은행(3건·2000만원), SC제일은행(1건·2000만원) 등이다.

2016년부터 집계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기간 동안 6년 동안 가장 많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은행은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각 22건)이었다. 이어 신한·우리은행(각 16건), 기업은행(14건), KB국민은행(13건), SC제일은행(7건), 산업은행(2건) 순이었다. 횡령 총액은 190여억원으로, 매해 30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신한·농협은행에서는 6년 연속으로 횡령 사건이 일어났고, 국민·기업은행도 각각 2018년, 2017년을 제외하고 5년 동안 횡령 사고가 난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수시검사에 들어간 금감원이 검사를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다른 은행에 대한 검사가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정은보 금감원장은 오는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약 6개월 만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권 리스크 관리가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은행의 횡령 사태도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 책임론에 대해 “검사와 감독을 통해 그런 것까지 밝혀지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왜 그 부분이 감독을 통해서 밝혀지지 못했느냐하는 부분도 이번에 같이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형사처벌보다 금융회사 내부통제에 어떤 허점이 있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근본적 문제를 조사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수시 검사를 중점적으로 내부통제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이원덕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이와 관련해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우리은행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나가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공적자금의 멍에를 벗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참으로 있어서는 안 될 횡령 사고가 발견됐다”며 “한 사람의 악한 마음과 이기적인 범죄로 모두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신뢰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주고 키워줘야 하는 은행원”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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