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의 ‘국민투표’ 주장, 민주당 “불가능”·이준석 “지원”·권성동 “논의된 적 없다”

(좌측부터)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판단 받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 선을 긋고 나섰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제동을 걸자 윤 당선인 측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국민투표가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인수위 반응이나 국민의힘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실제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민주당 “국민투표? 헌법72조·명부작성 헌법불합치 등으로 불가능”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도 시작 당일 임시회 단축안 통과시켜 종료되게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더 이상 저지할 방도가 없자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띄우기 시작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안한 국민투표 주장을 일축하며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제시한 국민투표 주장을 꼬집어 “윤 당선인이 검찰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선언적 발언이다. 검찰의 도시락 지키기, 뒷마당 텃밭을 지키려고 인수위까지 나서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투표는 외교, 국방 등 국가안보의 중요사항에 대한 것으로 돼 있는데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국민투표는 지난 2014년 7월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거소투표 문제점이 있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2016년부터 효력이 상실돼 실시할 수 없다는 이유와 함께 윤 위원장도 거론했던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는 헌법 제72조를 들어 “이런데도 법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겠다면 NSC를 비롯한 각종 1급 보안문서들이 있어 국가안위와 직접 연관돼 있는 청와대 이전부터 국민투표에 부쳐라”라고 윤 당선인 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법사항은 (국민투표 대상에) 해당 안 된다. 입법이 아닌 행정부의 외교나 통일, 안보 관련 정책을 투표에 부쳐 국민 의사를 물어보겠다는 취지”라며 “요건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현실적 가능성은 없다. 만약 대통령이 입법에 대해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고 국민투표에 부쳐서 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이 정말 막강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현재 국민투표법 14조, 투표인 명부 작성과 관련된 규정이 효력을 상실해 투표인 명부를 작성할 수 없으면 투표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국민투표 주장은) 현실적 가능성이 없다”며 “아무래도 국민의힘 측에선 현재 검찰개혁 관련 입법 과정 자체가 정치적으로 본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길게 가져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국민투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렇게 해석했다.

이 뿐 아니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2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은 헌재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고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느닷없이 헌법상 요건충족이 안 되는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는데 수사권을 사수하고자 대통령, 인수위, 검찰 한 몸이 돼 똘똘 뭉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이 자리에서 국민투표를 주장한 장 비서실장을 비판한 뒤 “국민의힘은 2020년 7월 우리 당이 발의한 국민투표법 개정안부터 우선 통과되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투표, 대통령 고유 권한…전폭 지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여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검수완박법 국민투표 부의에 대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사무처 직원들이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러자 장 비서실장은 28일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는 합의제 기관이다. 정식으로 중앙선관위에 안건 상정해서 결론 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월권 아닌가”라고 선관위 측을 직격했다.

비록 장 비서실장은 “아직 윤 당선인께 보고는 안 드렸다”면서도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법적으로 보완하는 게 가장 빠르다. 투표인 명부 문제만 정리하면 입법이 어려운 게 아니고 민주당이 통과 안 시켜주면 국민투표가 두려운 거라고밖에 볼 수 없다. 3년 동안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지금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으며 윤 당선인에게 국민투표에 대해 보고하는 시점은 국민투표법이 개정된 이후라고 밝혔다.

이처럼 재차 장 비서실장이 국민투표 주장에 힘을 싣자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국민투표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지난 27일 양금희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국민들께서 검수완박의 악법 저지를 위해 시민 필리버스터를 열고 대학생, 시민단체 등이 릴레이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외치고 있다”며 “법률이 허락하는 모든 합법적 수단과 국민이 부여한 정당한 권리와 책임으로 법과 원칙을 무시한 민주당의 입법독재로부터 끝까지 국민을 지키겠다”고 ‘국민투표’를 거론했다.

이때만 해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투표와 관련해 “검토도 안 해봤다.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힌 데 이어 28일 자정 직후 본회의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 당직자로부터 고육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 아닌가. 국민 뜻과 배치되게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가 마치 검찰개혁인양 포장하고 국민을 호도하니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직접 물어보자(는 뜻 아닌가)”라고 입장을 내놨고 국민투표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해서도 “한번 상의해보겠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 발의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만약 그게 이뤄진다면 여당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인수위 측과 소통해서 당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즉각 국민투표에 있어서 재외국민에 대한 부분은 즉각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국민투표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드러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뜨뜻미지근한 권성동과 인수위, 어떤 의미?

(좌측부터)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김형동 국민의힘 공동 수석대변인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대통령직인수위 당정협의 회의 결과를 백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좌측부터)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김형동 국민의힘 공동 수석대변인이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대통령직인수위 당정협의 회의 결과를 백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다만 권 원내대표는 여전히 이날 당정협의를 마친 뒤에도 “전혀 그런 논의를 한 적 없고 저는 그 얘기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오늘 회동에선 인수위가 마련한 국정과제에 대해 의원들께서 지적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거쳤지 국민투표방안이라든가 민주당에 대한 대응방안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이미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 부분은 헌법불합치 부분이고 하니 당연히 헌법에 합치되도록 개정 노력을 해야 된다”고 원론적 입장만 내놓는 등 이 대표와 온도차를 보였다.

여기에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당정협의에서 국민투표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음을 밝힌 뒤 “(국민투표 제안은) 아직 당선인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지 않다.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필요하다 생각하면 당에서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윤 당선인에게 공을 넘겼으며 김형동 수석대변인도 “저희가 필리버스터까지 하면서 검수완박이 위헌적 법률이기 때문에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의지 표명으로, 다양한 대안으로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국민투표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인수위에서도 28일 신용현 대변인이 이날 국민의힘과 당정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검수완박 법률에 대해 국민투표로 부치거나 하는 것은 당선인 대변인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인수위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고 “당에서, 국회에서 처리할 문제이기 때문에 인수위에서는 정무사법행정분과 외엔 입장 표명을 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검수완박법 중재안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서부터 온도차 있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민주당에서 국민투표 제안을 겨냥해 “직을 걸라”고 윤 당선인까지 압박하기 시작하자 ‘아직 당선인에게도 보고 안 된 사안’이라며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민주당이 원내 다수인 상황에서 국민투표를 추진하기 위한 법 개정 역시 뜻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가 뒤집혔을 때처럼 윤 당선인 측과의 신경전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권 원내대표나 국민투표를 처음 언급한 장 비서실장 모두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윤핵관’으로 꼽히는 인물이기에 검수완박 사태를 계기로 누가 더 윤심에 가까운지 이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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