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서 검수완박 중재안 수용하자 사의 표명한 김오수…대검 “중재안 반대”

22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 관련 합의문을 들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우측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22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 관련 합의문을 들고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우측은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수용하면서 여야 대치 국면은 극적으로 해소됐지만 해당 법안 처리로 영향을 받게 되는 당사자인 검찰 측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어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검찰 “중재안, 검수완박 시기만 유예하는 것에 불과”

박 의장이 최후통첩 격으로 내놓은 중재안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받아들여 검수완박 정국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검찰 측이 이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인데, 대검찰청 22일 오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검 측은 절차상 하자도 꼬집어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 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역설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등 4개를 삭제하고 부정부패와 경제범죄 등 2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완전히 폐지되게 해놓은 내용이어서 사실상 검수완박을 지연시켜놨을 뿐 결국 민주당 안대로 가는 것이라 봐 검찰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기존의 6개에서 절반인 3개로 특수부서를 감축한데다 특수부 검사 인원도 제한하고 경찰 송치사건 등의 별건수사 제한까지 담겨 있으며 유예기간은 민주당이 제시한 3개월보다 1개월 늘려놓은 4개월에 불과해 당장 검찰 내부에선 총장 책임론부터 분출했는데,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총장께 묻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그간 외쳤던 검수완박의 위헌성은 거짓말인가. 국회의 상황을 알았나, 몰랐나. 답변해 달라”고 김오수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박 부장검사는 박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며 “총장의 아침 출근길에 ‘국회와 여론이 원치 않는 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 모른다’고 한 의미가 개별사건에 대한 언급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중재안이 나왔고 총장이 얘기한 ‘수사를 안 한다’는 게 결국 개별사건 수사 자제가 아니라 검찰 수사권 박탈이 맞냐, 아니냐”라고 김 총장을 추궁했다.

이 뿐 아니라 정희도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도 “검찰의 직접수사에서 공직자 범죄를 삭제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에 대한 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으로 정말 어이가 없다”고 댓글을 달았으며 박철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도 “강도가 힘이 세다고 강취 금액만 줄여서 강도 행위를 인정하자는 제안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부터는 이 중재안 내용에 대한 검토와 대응방안 마련에 우리 역량을 집중하자”고 댓글을 달았다.

◆ 김오수 총장부터 고검장 전원 등 檢지휘부 총사퇴 나서

김오수 검찰총장이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 관련해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실에서 검수완박 법안 관련해 면담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다만 정 부장검사는 김 총장을 향해서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총장님이 ‘국민이 원치 않는 권력수사를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라도’라고 발언하시는 것은 누가 봐도 ‘민수완박’(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수사권 완전박탈)에 동조하는 발언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며 “전국의 평검사, 부장검사들이 모두 나서 총장님을 비롯한 수뇌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지난 17일에 이어 닷새 만에 다시 사퇴 의사를 표명했는데, 앞서 사표를 반려했던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그와의 면담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며 사실상 임기를 채울 것을 당부했으나 결국 안팎의 압박 속에 벼랑 끝으로 몰리자 재차 사퇴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만일 사의가 수리될 경우 김 총장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10개월 만에 물러나는 것이자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중도하차한 15번째 총장이 되는데, 이미 지난 19일 전국평검사회의에서 “위기 상황을 만든 분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었고 전국 부장검사들도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 이후 “검찰총장님과 고위 간부들께 건의드린다. 형사사법 붕괴를 막기 위해 다시 한 번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사퇴를 주문한 바 있어 결국 22일 여야의 중재안 수용을 계기로 사퇴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단 김 총장 뿐 아니라 함께 책임론의 중심에 선 검찰 고위 간부들 역시 이날 줄줄이 항의성 차원의 사의를 표명해 대검찰청 박성진 차장검사를 포함 현 정부에 적극 한 목소리를 내온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물론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 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등 7명이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처럼 검찰 지휘부가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사표를 던진 지난 2011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특히 검찰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 출신임에도 국민의힘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모양새인데, 실제로 국민의힘에선 ‘윤핵관’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협상이라는 게 일방의 요구를 다 수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보다 먼저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같은 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인수위는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공직자 범죄 수사를 삭제함으로써 현 정부의 여당인 민주당과 새 정부의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정치적 야합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검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김예인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장의 중재안을 꼬집어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 중재안이다. 중재안이라고 내놓은 게 1%도 안 되는 권력형 범죄만 딜의 대상이고 99% 서민·민생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통제 방안은 전무하다”고 이번 중재안의 허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 국힘, ‘중재안’ 수용 이유? “檢, 사건 총량 중 0.1%만 수사 못하게 된 것”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장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 원내대표 등 3인은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검수완박 관련 합의문에 서명한 데 이어 박 의장은 “극한 대립에서 극적 타협을 이뤘다. 법 개정은 합의 정신에 따라 충실하게, 속도감 있게 처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자평했으며 권 원내대표도 “박 의장과 박 원내대표의 양보지심으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부여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초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해 반대해온 국민의힘의 반응이라기엔 이례적인데, 본인이 특수부 검사 출신이기도 한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에 합의한 이유에 대해 22일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특수부 이외의 검사들은 기존의 수사권한을 그대로 갖고 있고 업무방식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아무런 혼란이 없다. 일선 검사들은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권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업무 수행에 아무 지장이 없다”며 “전체 사건의 0.7%가 6대 범죄인데 그 중에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가 0.6% 정도 된다. 사건 총량을 따지면 0.1%의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개시를 (검찰이)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보완 수사권은 100% 살아있고 그 대상은 전체 범죄의 99.3%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찰 단게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어 강력하게 싸웠고 민주당이 6대 범죄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를 없애려 해서 싸웠다”며 “(중재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민주당 내에서도 어마어마했다. 국회의장이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민주당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일선 검사들은 그대로 잘된 합의안이다. 본인들이 만족하는 합의안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뇌부가 줄사표를 낸 데 대해서도 “수뇌부는 수사권 일부가 제한 받으니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정작 검찰에선 권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헌법소원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상반된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정치권 내 합의가 이뤄졌어도 여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검찰청 예세민 기획조정부장은 22일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의장의 중재안을 여야가 전격 합의한 데 대해 “이렇게까지 여야가 함께 검수완박을 강행할지 몰랐다”며 “선거범죄 같은 사회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는 소추권 가진 검사가 전문성, 법률적 능력으로 수사하는 게 필요한데 (여야의 중재안 합의로) 중요범죄에 대한 대응역량이 현저히 약화되고 불법 비리가 판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예 부장은 6대 범죄 수사권 중 4개는 없애고 2개만 남긴 ‘기준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전혀 없다”고 동의하면서 당장 오는 6월 1일에 있을 지방선거를 들어 “(지방선거) 이후 공소시효가 6개월인데 공소시효 중 변화가 생기니 여러 영향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으며 “최종 법안 통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를 설득할 것이고 새 정부 차원에서 관심 있으니 호소하겠다”고 밝혔는데, 헌법소원심판이나 대통령거부권 행사 요청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엔 “위헌성 문제가 남아있기에 위헌 여부에 대해선 가능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헌법재판소를 통해 다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야는 오는 28일이나 29일께 본회의를 소집해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광주지검 검사들까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형사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검찰 제도의 변화가 한 달도 채 안 되는 단기간에 타협적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며 숙의를 거쳐달라고 촉구하는 등 정치권을 향한 검찰 측 반발은 계속되고 있어 정치권이 중재안 그대로 이달 내에 의결 강행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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