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논설위원
박현주 논설위원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소시민이다. 만일 정부의 정책과 메시지가 우리가 원하는 바를 함축해 담고 있다면 국민에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잘 이해해주고 알아준다 여길 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그 보답은 적극적인 지지로 나타난다. 바로 정부가 국민과 견고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현재 인수위는 '엘리트 인수위' 로 불린다. 뒤를 이어 거론되는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 역시 엘리트위주로,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하여 '서오남'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공감전문가로서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명문대 엘리트주의 인선에 치우치다 보면 국민에 대한 공감력이 크게 결여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엘리트의 시각으로 바라볼 때 국민 대다수인 소시민의 생각과 삶, 애환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잘 읽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당선자는 줄곧 유능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문 정권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각 분야에서 크게 배제되었다는 따가운 시선이 있는 만큼 한쪽으로 치우친 불균형에 균형을 잡아간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균형잡기를 넘어서 '서오남', '엘리트주의'는 또 다른 방향으로의 치우침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일 유능한 사람=명문대 엘리트라는 시각이라면 이는 시대에 뒤진 것이다.

과거 서울대출신 엘리트들은 마음껏 직장을 골라갈 수 있었다면 요즘엔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로의 취직이 녹록지 않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며 기업에서는 "똑똑한 한 명의 천재보다는 협업을 잘 이끌어내고 집단 지성을 잘 형성할 수 있는 인재"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최고 학벌의 엘리트들이 때론 열세를 보이기도 한다.

대다수 엘리트들은 아마도 IQ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1920년대부터 심리학계에 IQ와 성격테스트들이 등장했는데 다양한 연구를 통해 IQ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들이 다른 특성들에서도 항상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란 점이 밝혀졌다. 그런 가운데 1990년 심리학자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와 존 메이어(John. D. Mayer)는 감성지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학계에 발표했다.

"감성지능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이해하며 성과를 촉진하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조절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Salovey&Mayer)."

감성지능(Emotion Intelligence)을 널리 대중화시킨 것은 다니앨 골먼(Daniel Goleman)으로 리더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IQ가 아닌 EQ라 하며, EQ는 인간관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감성지능이 뛰어난 리더는 감정을 조절, 활용함으로써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문제해결력이 높을 뿐 아니라 긍정적 정서를 전이시켜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업무몰입을 높이고 성과를 높인다고 밝혔다. 결국 감성리더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새롭게 등장한 감성지능은 분명 최고의 엘리트지상주의를 탈피한 개념이다.

최고의 엘리트들은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다

경청 관련 연구에서 지식이나 지위가 높을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경청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일수록 보통사람들에 비해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다. 이는 나의 지식과 경험에 대한 과신이나 자신만의 견고한 패러다임(Paradigm), 선입견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각료들이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라 할지라도 소시민들을 잘 경청하지 못해 민심이나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최고 엘리트들이 범할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과신 속에, 정작 알아야 할 것을 누군가 말해주려 할 때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이다. 경청 관련 연구에서 지식과 권위는 '경청의 적'이자 '지식의 저주'라고 까지 표현한다.

최고 엘리트 '내집단'은, 외집단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질 수 있다

뛰어난 엘리트 내집단이, 보다 열등하게 여겨지는 소시민의 기분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하버드의과대 부속병원 메사추세츠종합병원의 '공감과 관계과학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헬렌 리스 교수는 내집단은 외집단에 대한 공감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자신과 지위, 경력, 경험 등이 비슷한 내집단은 같은 집단 간의 유대관계를 선호하는 반면 외집단 사람들의 고통에는 덜 공감하게 된다고 헬렌 리스는 강조한다. 공감력 결핍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갈등과 분열을 아우르는 통합정부는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같은 학벌과 비숫한 경력, 경험을 지닌 집단은 자칫 편협한 관점을 지닐 수 있다. 내집단내 관계를 선호하므로 이질적인 관점을 경험할 기회가 적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이나 문제를 바라보기가 어렵다.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갈등과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은 현 사회를 통합하려면 유연하고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그 일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서오남’ 혹은 엘리트 편중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의 인물 영입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의 인재들로 ‘집단 지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미국 최고의 디자인컨설팅사 IDEO이다. IDEO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사, 펩시콜라, 삼성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 기업들의 디자인 작업을 창출하고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정답이라 여기는 것' 즉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면 얼마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법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를 시사해준다.

IDEO는 디자인 컨설팅사이지만 디자인 전공자는 극히 드물다. 그 외 대다수는 언어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 의학자 등 디자인과는 무관한 실로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들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바라보는 한쪽 시각을 뛰어넘어 심리학, 생물학적, 그 외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혁신적인 집단지성을 창출해낸다. 문제를 한쪽 시각에서만 바라보면 뻔한 답을 내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양한 해결책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다.

최근 전혀 새로운 관점을 지닌 건축가가 세계인을 감동시킨 사례가 있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에 첫 흑인 수상자가 탄생했다. 건축계에 파격적인 일이다. 그는 아프리카 오지 출신의 프랑시스 케레로, 진흙 같은 토착 재료를 사용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학교와 공공시설 등을 만들며 사회적 건축을 실현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케레는 건축가이자 봉사자로서 세상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삶과 경험을 개선해 왔다, 그는 건축이 대상이 아닌 목적이고, 생산이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평했다.

오지에서 자라난 케레는 마을 주민들의 가난한 삶에 깊이 공감하여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건축물들을 탄생시켰다. 케레가 엘리트 건축가들을 뛰어넘은 것은, 오지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에서 비롯됐다.

윤 당선인은 '통합정부'를 내걸었다. 국민을 통합하려면 당선인은 물론이고 정부각료들도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진영간, 성별간, 세대간,,, 그 어느 쪽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모두를 아울러 등용하는 '중용의 기치'가 발휘되어야 하는 때이다.

그 어느 때보다 MZ가 주목받고 있지만 MZ목소리에만 치우쳐 그들만을 위한 공약과 인선에 치우치는 것 역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과도한 MZ편향으로 인해 40대는 관심밖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들어서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류인 40대들을 외면하면 안된다. 능력과 내면의 성숙함 모두를 갖춘 40대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인수위나 새로운 정부에서 거론되는 '서오남' '‘엘리트주의'를 소시민들이 바라볼 때 과연 그들이 우리를 잘 공감해줄 수 있을지 염려하는 눈빛이다. 이런 평범한 소시민의 눈빛과 마음을 주목할 때이다. 공감력을 발휘해 전국민을 아우르는 그것이 바로 '통합정부'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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