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안 한 용지에 ‘1번 이재명’ 기표돼…선관위 “실수였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제20대 대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4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제20대 대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인 36.9%를 기록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를 부실 관리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의 질타는 물론 유권자들의 의심 어린 시선 역시 늘어가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의 사전투표였는데, 당초 선관위는 확진·격리 유권자의 경우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신분증명서도 본인 확인을 하도록 하고 이후 관내 선거인은 투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임시기표소 봉투’에, 관외 선거인은 투표 후 용지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토록 한 뒤 투표사무원이 선거인의 임시기표소 봉투와 회송용 봉투를 갖고 참관인과 함께 투표소로 이동해 참관인 입회 하에 관내 선거인 투표지와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투입하도록 했지만 실제론 마스크를 내리고 본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거나 아예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후기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심지어 투표사무원이 참관인을 대동하지 않은 채 투표 봉투를 열어봤다는 후기나 확진자 투표용지를 넣는 투표함이 우체국 택배용 종이상자(해운대구 우3동 주민센터), 플라스틱 소쿠리, 쇼핑백 등 제각각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는데, 선관위 측은 법적으로 대선은 투표소 1곳당 투표함 1개만 운영돼 격리자·확진자 투표용지를 모을 추가 투표함을 둘 수 없으며 선거사무원과 참관인 동행 하에 종이상자에 모인 투표지를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는 게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당초 확진·격리 유권자 유권자의 표를 투표함으로 옮겨야 할 경우를 대비한 ‘규격화된 상자’ 등을 준비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논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전북 전주 덕진구 한 투표장에선 선관위 관계자가 사람이 몰려 혼란이 있으니 구별하기 위해 투표용지 뒤에 이름을 쓰라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 발언을 해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급기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에선 선거사무원으로부터 투표용지와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담을 봉투를 받게 되는데, 해당 봉투에 ‘기호 1번 이재명’으로 기표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다는 유권자들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는데, 국민의힘 선대본부 디지털본부장인 이영 의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중앙선관위 항의 방문 결과와 관련 “은평구에서 임시 봉투에 특정 후보가 기표된 용지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단순 실무자의 실수다’라고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검증되지 않은 안일한 대답을 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6일 사전투표 코로나 확진·격리 유권자 투표 관리 부실 논란과 관련해 “3월5일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불편을 드려 매우 안타깝고 송구하다”면서도 “이번에 실시한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은 법과 규정에 따른 것이며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일각에서 의심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선을 긋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러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특히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이 벌어진 지난 5일 노 위원장은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는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연유를 따져 물을 것이며 우선 9일까지 진행되는 본투표 전까지 신속히 납득할 만한 보완책을 만들 것을 요구하겠다. 선관위원장 이하 선관위원들은 이 사태에 꼭 책임지길 바란다”고 선관위원장에 경고했으며 같은 당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허술히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으며 박수영 의원은 아예 SNS에 “선관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사전투표 부실 관리 의혹이 여당 책임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는데, 실제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6일 제주도당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선관위원 중 야당 추천 몫이 한명 이상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기어이 배제함에 따라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국민 의혹에 대해선 전적으로 선관위와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민주당을 직격했고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송영길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선관위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선거가 끝난 후에라도 분명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여당까지 선관위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자 결국 문재인 대통령도 6일 사전투표 논란과 관련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중앙선관위가 그 경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고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본 투표에서는 이런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빈틈없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는데, 그러자 중앙선관위에서도 박찬진 사무차장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투표 부실 논란 관련 중앙선관위 현안보고에 참석해 “사전투표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 7일 오전 10시 긴급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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