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떠난 바로 다음날 해당지역 방문…연설·SNS로 적극 ‘민주정부 치적’ 역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유튜브 캡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선거중립을 지키겠다는 공언이 무색하게 점차 외부활동에 적극 나서면서 사실상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30일 충북 오송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공장 방문을 끝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해왔던 문 대통령은 대선일까지 2주도 안 남은 지난달 24일에 갑자기 집권여당의 주요 지지기반이자 당시 여야 후보들이 표심 경쟁을 벌이던 호남지역 방문을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첫 외부 일정으로 잡아 전북 군산의 현대중공업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복합쇼핑몰도 없는 광주의 현실 등을 꼬집어 호남홀대론을 역설한지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은 호남을 찾았는데, 부적절한 행보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일정이 선거와 무관하다면서 “군산은 문 대통령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가 말년 없는 정부란 말씀을 누차 드려왔고 방역과 민생경제를 챙기는 행보를 마지막까지 계속해 나가신다는 차원”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지인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는데, 명목상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3사관학교 57기 졸업 및 임관식 참석이라지만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경북 방문은 윤 후보가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지 하루 만이자 이 후보의 이 지역 공략 당일 이뤄져 이 역시 선거 개입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웠다.

특히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한데다 안보를 중시하는 지역 표심을 의식한 듯 3사관학교 임관식 연설에서 전날 북한에 의한 미사일 도발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우월한 미사일 역량과 방어능력을 갖추고 있고 어떤 위협도 빈틈없이 막아낼 한국형 아이언돔과 미사일 방어체계도 든든하게 구축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심지어 같은 날 경북 출신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제62주년 2·2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이유로 대구를 찾아와 “옳은 일에 앞장서며 힘든 길을 마다하지 않는 대구·경북의 시민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신이자 뿌리”라고 발언하는 등 사실상 여당을 위한 선거운동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원내대표가 입장문을 내고 “선거 막판 문 정권 시즌2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마저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해버렸다”고 문 정권에 일침을 가했으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변인단도 논평을 통해 “모든 심판들이 플레이어를 하겠다고 모여드는 민주당 정부는 불법 선거개입과 관권선거에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성 행보는 그칠 줄 모르고 연일 이어졌는데, 바로 다음 날인 1일엔 3·1절 기념사에서 ‘민주’란 단어만 18번 언급했으며 급기야 “첫 민주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란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고, K-팝 열풍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적 호평을 받는 데 대해서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은 역대 민주정부가 세운 확고한 원칙이며 차별하고 억압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문화예술의 창의력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민주정부만의 치적인양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같은 날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평생 민주화에 몸 바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업적을 모를 리 만무한데 각종 개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로 세운 문민정부를 의도적으로 패싱한 저의는 무엇이냐.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뿌리를 두고 있는 문민정부를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임기 마지막 삼일절까지도 지긋지긋한 편 가르기로 국민 분열을 야기하려 함인가”라며 “매우 부적절한 인식이며 선거 개입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문 대통령의 ‘첫 민주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란 발언을 비판했다.

그러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국민의힘이 지적한 김대중 정부 이전의 민주주의에 대해 “실질적 증진이 있었다기보다 형식적이었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는데, 야당의 지적이나 비판은 개의치 않은 채 문 대통령도 지난 1일 오후엔 자신의 SNS에 “2월 수출이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의 강한 회복과 반등을 이끌고 있다”며 “정부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불안,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적 어려움에 면밀하게 대처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어나가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수출실적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정작 같은 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문 정부가 들어선지 4년 새 상위 10%의 자산은 2017년에서 2021년까지 36%나 증가한 반면 하위 10%는 같은 기간 빚이 더 늘어나 더 빈곤해지는 등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밝혀져 대선이 다가오니 문 대통령이 ‘아전인수’식 데이터만 내세워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시선이 청와대로 쏠렸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대선 개입을 우려하는 시선을 아랑곳 않는다는 듯 2일에도 전남 나주에서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입학식에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에너지공대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문 정부로 이어지는 일관된 국정철학이 담겨 있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시대를 열기 위해 나주를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한국전력공사를 이전시켰고 문 정부는 그에 더해 세계 최대의 신안 해상풍력단지 등 서남해안을 신재생 에너지의 메카로 육성하고 있다”고 역설하는 등 선거일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도 공식 활동을 내세워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민주당 선거 지원에 나섰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