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A씨 “정작 중요한 질문 답 안 해”…정의당마저 “국민 의혹 해소 안 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가 ‘과잉 의전’ 의혹이 불거진지 12일만인 지난 9일 “제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무엇에 대해 사과한 것인지는 명확히 하지 않아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김혜경씨는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대국민 사과 때와 차별화하여 기자들로부터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까지 가졌지만 정작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즉답을 피하는 모습만 보였기 때문인데, 심지어 ‘일주일 전 입장문에서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 상시가 아니라는 게 어떤 뜻인지와 공관이 아니라 (음식이) 자택으로 배달됐는데 배달된 음식을 식구들과 같이 드신 건가, A씨에 대한 입장은’이란 구체적 질문에도 “제가 A씨와 배씨 관계를 몰랐다고 그래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는 동문서답으로 넘겼다.

하지만 이 답변 역시 “A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A씨와 배씨 관계를 몰랐다”는 말을 덧붙여 결국 자신과 무관하고 모두 배씨 혼자 벌였다는 주장을 에둘러 내세우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에 국민의힘에선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10일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 후보 부인 김씨는 주어와 목적어 없는 희한한 8분짜리 사과 쇼를 했다. 무엇을 사과하는 것이냐고 묻자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동문서답을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왜 사과하는지 알 수 없는 ‘무늬만 사과’로 국민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김씨의 사과는 셀프 감사, 셀프 수사가 될 것이 뻔한 수사, 감사를 핑계로 꽁무니 빼는 맹탕 사과쇼”라며 “30인분 음식이 자택에 배달됐는데 누가 먹었는지 묻는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경기도청 공금으로 선거운동 목적의 모임을 한 게 아니라면 누구와 어떤 목적으로 먹었는지 소명해야 하고 이 모든 일은 이 후보의 묵인·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이 후보까지 싸잡아 압박했다.

비단 국민의힘 뿐 아니라 정의당은 물론 의혹을 제보한 A씨까지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앞서 지난 9일 오현주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김씨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으며 김씨가 ‘피해자’라고 표현한 제보자 A씨도 김씨 회견 직후 “꼭 답해야 하는 질문에는 하나도 답하지 않았고 진정성이 느껴지지도, 본질을 관통하지도 못했다. 법인카드 유용을 어디까지 인정하는지, 그 많은 양의 음식은 누가 먹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역시 지난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이걸 사과라고 했나 화가 나더라. 성의가 없고 본질을 다 피해갔다. 이런 사과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문제의 본질을 다 피해가고 배씨의 갑질 문제로 지금 프레임을 잡고 있다. 국가의 혈세로 2명의 공복을 고용,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인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혈세를 자기들 생활비로 쓴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도 없이 ‘수사나 감사 받겠다’는 식으로 피해갔다”고 김씨의 태도를 한 목소리로 혹평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이 지난 9일 MBN ‘뉴스파이터’에 나와 “이 후보의 배우자가 정말 힘들게 결단 내렸고 국민들 앞에 나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야기를 했고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린 데 이어 “제보자와 배 전 사무관의 관계가 드러나 그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수사상황인 것을 다 담아서 이후에 일처리도 다하겠다고 하는데 여기에 더 무슨 말을 보태고 할 수 있는 말이 있었겠느냐. 너무 가혹한 것 같다”며 수차례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일각에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그가 주문하자마자 전격적으로 김씨의 대국민사과 회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화된 모습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데, 당장 김씨 외에도 제보자 A씨에 대해 “통화를 일일이 녹음하고 대화를 캡처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 2차 가해를 했던 현근택 대변인까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현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 “김 여사님이 사과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님도 발언을 자제하라고 했다”는 문장도 함께 썼다가 삭제해 결국 이 위원장 지시에 떠밀려 진정성 없는 ‘억지춘향’ 사과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앞서 박원순·오거돈 등 미투 사태 당시 ‘피해호소인’ 등의 발언을 하다가 역풍이 일자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사과했지만 결국 재보선 참패란 결과를 받았던 데 비추어 이번 대선을 앞두곤 유권자들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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