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항의’ 받자 바로 광주 내려온 李, “호남 중요해 설 전에 인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 동구 '우다방'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다방'은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을 의미하며, 5.18 당시 시위 군중들의 예비 집결지이자 정보를 주고받았던 곳이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 동구 '우다방'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우다방'은 충장로우체국 앞 계단을 의미하며, 5.18 당시 시위 군중들의 예비 집결지이자 정보를 주고받았던 곳이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기도 매타버스 마지막 날 일정까지 취소하고 돌연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텃밭 표심 다지기에 나섰는데,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조차 흔들린다는 판단에 이 같은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돌연 경기도 일정 취소하고 호남 내려간 이재명 왜?

당초 27일까지 4박5일간 경기도에서 매타버스 순회 일정을 소화하려 했던 이 후보가 마지막 날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광주로 내려왔는데, 그 배경엔 최근 지지율 답보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텃밭인 호남 표심까지 흔들리는 징후가 감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4~25일 전국 유권자 1018명에게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호남의 경우 이 후보가 58.8%,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1.3%를 얻어 민주당 지지기반마저 안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흘렀는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호남권 득표율이 84.26%에 달했던 점에 비추어 60%선도 넘지 못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그가 호남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더구나 민주당에 복당한 호남 출신의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도 2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일정을 줄이라고 했는데 잘 못 줄이는 것 같다. (내가 대선에서) 떨어져봐서 안다. 여기저기 발로 발품 팔아서 되는 게 대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는데, 이런 기류 속에 권혁기 선대위 공보부단장도 같은 날 경기 매타버스 일정 취소를 알리며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함께 이 후보가 광주에 간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이후 호남 내 이 전 대표 지지층이 여전히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지난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셑너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광주비전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함께 동행해 호남지역 지지율 회복을 노리겠다는 심산인데, 양강 구도로 치러진 지난 18대 대선에서 호남에서 90% 수준의 득표를 하고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패배했던 점에 비추어 현재 지지율 정체 상황에서 어설픈 산토끼 잡기보다는 설 연휴 전까지 집토끼를 결속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된 우상호 의원조차 선대위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이후에 판세가 변화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캠프 입장에선 이번 설 연휴 민심 잡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그 중요한 설 연휴까지 불과 이틀 앞둔 가운데 이 후보가 경기 일정까지 취소하고 굳이 지지기반인 광주를 택한 데에는 텃밭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의 반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 광주 아파트 참사 대응 늦은 與, 李 방문으로 만회할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광주 현대산업개발 붕괴 16일 째인 26일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광주 현대산업개발 붕괴 16일 째인 26일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위기의 전조는 지난 26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방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송 대표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광주에서 선거대책회의를 가진 뒤 서구 화정동의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찾았지만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피해자 가족들은 ‘민주당 돌아가라!, 각성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고 붕괴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도 피해자 가족이 모여 있는 텐트 앞에서 송 대표를 막아선 채 “들어오지 말라. 우리 죽겠는데, 지금 뭔 난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송 대표는 이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사고수습본부로 발길을 돌렸는데, 피해자 가족 대표인 안씨는 기자들과 만나 “표 찍을 때만 텃밭이고 호남에 호소하나”라고 민주당을 비판한 데 이어 그보다 하루 전인 지난 25일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광주 붕괴 현장을 찾아왔던 점을 들어 “야당 후보 지지율 올라가는 거 보라, 왜 그러겠나. 어떻게 국민의힘보다 늦게 오나”라고 거듭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5일 민주당 지도부보다 먼저 광주를 찾아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한 뒤 “실종자 가족분들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당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과 이번 사고의 실태를 파악하고, 사고를 유발한 이들이 충분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붕괴 아파트 내부까지 직접 둘러봤는데, 이처럼 확연히 대비된 행보 때문인지 26일 안씨는 “자기들 텃밭도 이렇게 관리를 안 하는데 누가 자기들을 찍어주겠나”라고 민주당을 겨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호남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데엔 송 대표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해석이 있는데, 송 대표가 당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중립성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이 전 대표엔 불리하고 이 후보엔 유리하게 비쳐질만한 행보를 보인데다 이번 아파트 붕괴 사고에 앞서 지난해 6월 있었던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때도 송 대표가 붕괴 건물이 버스를 덮쳐 피해자가 많았던 점을 들어 “(버스)운전자의 본능적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엑셀레이터만 좀 밟았어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인데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공사현장이 돼 불행한 일이 발상했다”고 강변해 광주 민심에 불을 지른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건물 붕괴 참사현장에 송 대표가 더구나 야당 대표보다 하루 늦게 찾아온 점은 과거 사례와 더불어 한층 공분을 사게 만든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현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다음 날인 27일 곧바로 광주를 찾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하는 것은 물론 “잘 사는 광주를 반드시 만들겠다”며 광주 군 공항 이전과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지원, 인공지능 특화 도시 조성과 광주~나주 광역철도망 추진 등의 공약 보따리를 풀었고 공약 발표 이후엔 아파트 붕괴 사고현장을 찾아갔다.

◆ 지지율 논란 의식한 李 “광주 민심 좋지 않다? 오해” 진화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공항에서 군공항 이전 등 광주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공항에서 군공항 이전 등 광주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그는 중대재해 사고를 반복해 일으키는 기업들을 건설면허를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며 초강경 대책을 내놨으며 갑자기 광주를 찾은 데 대해서도 ”일정을 바꾼 첫 번째 이유는 저희가 무심했는데 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들에게 하루빨리 위로 드리고 대안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두 번째는 민주주의 에너지 원천인 호남, 광주가 중요하기에 설 전에 인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 외엔 불가능했다“고 설명하는 등 심상찮은 현지 민심을 다시 돌려세우려는 데 부심했다.

다만 송 대표의 방문에 항의했던 전날 상황 때문인지 이 후보는 “아이파크 붕괴 사고 유가족이 송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부연했는데, 이는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텐트에는 들어가지 못했어도 중수본 회의실에서 붕괴 피해자 가족협의회를 만나 면담을 진행했던 점을 내세워 송 대표 관련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또 이 후보는 지지율 때문에 갑자기 광주를 찾은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의식한 듯 광주공항 기자회견에선 “광주 민심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는데 오해가 있다. 다른 전 민주당 후보들도 평시엔 (호남 지지율이) 60%대였다가 득표율이 80~90%대로 나타났다”며 “여론조사 지지율과 득표율은 전혀 다른 것이기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는데, 설 연휴 전 광주를 찾은 이번 방문이 과연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같은 날 오후엔 이낙연 전 대표까지 ‘호남정치 1번지’인 광주 동구 충장로 즉석 거리연설에서 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며 ‘원팀’ 행보를 이어갔는데, 한편 민주당과 경쟁 중인 국민의힘에서도 맞불 작전처럼 대선 예비후보자홍보물로 공직선거법상 발송 가능한 수량인 호남 230만 가구에 윤 후보가 육필로 쓴 손편지를 지난 25일부터 보내 27일 도착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편지를 찍은 한 시민의 인증샷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뒤 “벌써 광주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후보의 손편지를 우편함에서 확인하신 광주시민들이 인증사진들을 보내오고 계시는 것”이라며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는 국민의힘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이 같은 감성 마케팅에 긴장한 민주당에선 이미 지난 26일 자필 편지를 통한 홍보 방식은 자당이 먼저 구상해 실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친환경 선거’를 위해 편지보단 예비후보자 오프라인 홍보물을 디지털 형태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어 과연 어느 쪽이 호남 표심잡기 경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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