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촉발한 ‘멸공’에 반응한 野, 20대 반중감정 노렸나

(좌측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나경원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나경원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정부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멸공’ 관련 게시물로 정치권까지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데, 윤석열 대선후보를 위시한 국민의힘 내 일부 인사들이 적극 호응했지만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일각에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선거 전 ‘색깔론’ 폭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정용진 ‘멸공’에 野, 이마트서 ‘멸치-콩’ 구매로 호응?

앞서 정 부회장은 자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란 해시태그를 남겼으며 6일에도 중국 외교부의 무례에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비판 논조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과 함께 ‘멸공’ 해시태그를 남겼다.

다만 정 부회장은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해 말기 바란다”고 추가로 글을 올렸는데, 이후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약콩을 든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릴레이하듯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 국가밖에 없을 텐데”라며 이마트에서 자신이 멸치 등을 사는 모습을 올렸고,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주말엔 달파멸콩”이라며 자신의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정갑윤 전 국회 부의장까지 다음 날인 9일 이마트에서 멸치를 사는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멸공 #숨은콩찾기’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고 아예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 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문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했으며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지난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치와 콩을 반찬으로 한 아침식사 사진을 올렸다.

이에 민주당에선 10일 국민의힘 내 이런 분위기를 꼬집어 “윤석열 표 선대위 전략이 고작 국민 편가르기와 색깔론이냐”면서 공세에 나섰는데,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체제에서 잠시 중도의 길을 걷나 했더니 나경원과 대놓고 일베놀이를 즐기며 극우 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직격했으며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 후보가 SNS에 올린 사진을 꼬집어 “대통령 후보란 사람이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아픈 역사를 건드리며 국민을 갈라 세우는 장난질을 하고 있다. 윤 후보가 여수 멸치를 든 것은 ‘개 사과’와 같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외연 확장력 저해될까 자제 주문한 국민의힘 선대본부

(좌측부터)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앞서 윤 후보의 이마트 방문과 관련해 “윤 후보가 밥상 물가와 방역패스 문제를 다시 점검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난 8일만 해도 논평을 통해 “소신 가지고 자신의 의사 표시하는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입장을 밝혔던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불과 하루 뒤인 9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멸공은 1950~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공존의 시대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여기에 원희룡 선대위 정책본부장도 10일 TBS라디오 윤 후보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누가 어떤 아이디어로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의도로 한 건지는 추측의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좀 뭐하다. 저도 사실 썩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었던 김근식 전 경남대교수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그런 의미에서 멸치와 콩을 샀을 리 없다. 우연의 일치인데 이걸 젊은이들이 순발력 있게 만들어 놀이로 확대된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나경원·김진태·최재형 등) 정치인들이 가세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전 교수는 “중국에 대한 지금 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고 젊은이들의 반감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멸공이란 70년대 냉전 용어를 환기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는데, 이준석 대표도 같은 날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의 모든 행보 하나하나 깊게 관찰하는 분들이 이어가는 멸공 챌린지는 과한 것이라고 본다. 가볍고 익살스럽게 풀어낸 것을 주변에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며 “후보의 정책 행보가 주목받는 상황에서 어떤 이념적인 어젠다가 관심 받는 상황을 주변에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책경쟁에 집중돼야 할 유권자의 관심이 자칫 이념논쟁에 휩쓸려 대선이 진영대결로 흐를 경우 윤 후보의 외연 확장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당내에 이런 당부를 한 것으로 비쳐지는데, 그래선지 윤 후보는 10일 인천시 선대위 출범식 참여 뒤 “원래 멸치와 콩을 많이 먹는다.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 뿐”이라며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다. 그리고 아침에 콩국 같은 것 해놨다가 많이 먹기 때문에 콩도 늘 사는 품목 중 하나”라고 진화에 나섰다.

◆ 수습 나선 尹, 확대해석 선 그었지만…“표현의 자유” 강조해 ‘의도적’?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망'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다만 윤 후보는 이념적 메시지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는 헌법 질서를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의사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는지, 안 지켜지는지가 이 나라가 소위 자유와 민주에 기반을 둔 국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는데, 이 같은 발언에 비추어 당초 정 부회장을 응원하려는 의도에서 나섰던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윤 후보가 멸치 육수를 내서 먹는다고 해명한 바와 달리 당시 SNS 사진에 나온 멸치도 육수용이 아니라 조림용인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데, 지난해 ‘개 사과’ 파문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는 윤 후보가 또 인스타그램에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진을 올리고 굳이 멸공을 연상시킬 수 있는 순서로 해시태그를 달았다는 점에 비추어 최근 2030세대로 전원 재편된 윤 후보 메시지팀의 구상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지난해 5월 12~17일 한국리서치가 시사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29명에게 실시한 연령별 중국에 대한 감정 온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를 봐도 2030세대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그 어느 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20대는 가장 낮은 15.9도, 30대도 전체 평균인 26.4도보다 낮은 21.8도로 나왔으며 지지정당별 중국에 대한 감정온도를 살펴봐도 민주당조차 전체 평균인 26.4도를 겨우 넘는 27.7도이며 국민의힘(24.4)과 국민의당(25.5)은 물론 다른 정당(19.3), 없음/모름(25.6)까지 전체 평균에 못 미칠 정도로 낮다는 점에서 최근 ‘이대남’을 노린 공약을 쏟아냈듯 20대 표심을 염두에 둔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아울러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문 정부의 외교에 대해 ‘미국·중국 간 균형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33.8%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친중 외교를 우선하고 있다’는 답변도 오차범위 내인 29.3%로 나왔다는 점에서 그간 현 정부의 대중외교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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