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사망으로 檢 ‘윗선’ 수사 타격 불가피…침묵하는 이재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시스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관련해 지난 10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사퇴 압박 의혹 등으로 수사 받아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사망한 데 이어 21일엔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개발사업 선정 시 화천대유 편파 평가’ 의혹 등을 받아온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까지 숨진 채 발견돼 윗선 수사도 제대로 못한 채 ‘용두사미’ 꼴 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유동규 측근이자 대장동 실무자, 김문기는 누구인가

이번에 숨진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로 구속되어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측근으로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던 2010년은 물론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던 2013년에도 김 처장은 유 전 본부장 직할의 개발팀장을 맡았고 특히 2013년엔 위례개발 사업을 팀장으로서 주도 중이던 김 처장을 이미 담당부서와 팀장이 따로 있던 대장동 사업에 유 전 본부장이 끌어다 투입시킬 정도로 매우 가까운 관계의 인물로 꼽혀왔다.

지난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 평가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편파적으로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아온 공사 내부 심의위원 2명으로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꼽혀 수사를 받아온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2015년 7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성남의뜰’ 사외이사를 올해 4월까지 역임한 적도 있어 사업자 선정 단계부터 사실상 특정 업체를 내정한 게 아니었는지 의심 받아왔는데, 비단 이외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모사업 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아왔다.

다만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부인해온 김 처장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최종 사업 협약서에 반영하지 않는 결정을 주도한 건 자신이 아니라 당시 전략사업실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였을 거라고 지난 10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했었는데, 앞서 사망한 유한기 본부장 산하의 사업1팀 팀장이었던 김 처장마저 갑자기 숨지면서 검찰의 윗선 수사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돼버렸다.

무엇보다 유한기 본부장에 비해 이번에 사망한 김 처장은 성남 도시개발공사 입사 전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인 지난 2008년부터 유동규 전 본부장과 친분이 있었고 2010년 유동규 전 본부장의 이 후보 지지선언 뒤 줄곧 이 후보, 유동규 전 본부장과 손발을 맞춰온 핵심멤버라는 점에서 2014년 대장동 신규멤버들과 달리 그 중요도가 남다른데, 2015년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호주 출장여행에 동행했을 정도로 이번 의혹에 깊숙이 발을 담근 중요 인사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실무선에서 유 전 본부장의 손발이 돼 화천대유가 수천억원을 챙기게 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피의자 신분은 아닌 채 압수수색이나 영장 청구도 없이 이달 9일까지 그저 참고인 조사만 받아왔다는 점에서 일단 검찰의 강압 수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유족 등에 따르면 그가 사망하게 된 이유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고소 등이 우선 꼽히고 있다.

또 공사는 지난 9월말 퇴직한 정민용 변호사에게 민간사업자 평가배점표 등 비공개 자료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김 처장에 대해 자체 감사를 해 21일 오전 김 처장에게 중징계 의결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같은 날 오후 사무실에서 그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이런 상황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몸통 놔두고 꼬리 자르기? 野 “모종의 흑막 있는 것 아니냐”

(좌측부터)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일단 김 처장 유족들은 “지금까지 검찰에서 계속 조사를 받았고 거기에 뒤따르는 책임을 윗사람들이 아무도 지려하고 하지 않고 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제 친동생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결국 몸통은 놔두고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유한기 전 본부장이 사망한지 2주도 안 돼 또 사건 관계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사망 경위가 확실히 밝혀질 때까지 검찰의 윗선 수사는 제동이 걸리게 된 모양새다.

사건관계자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몸통’을 찾아내기 어려워지는 게 아닌지 우려한 야권에선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윗선 수사를 한 목소리로 촉구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는데, 김진태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장은 22일 김 처장의 죽음에 대해 “대장동의 몸통인 이 후보에 대한 단 한번의 수사조차 없이 단지 꼬리 자르기 수사로 일관해 생긴 불행”이라며 “검찰은 더 많은 꼬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몸통인 이 후보와 정진상 부실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대장동게이트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김 처장의 죽음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부검이 이뤄져야 하고 사망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사건의 진상을 숨겨야 하는 자들에 의한 모종의 흑막이 있는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기 때문”이라고 역설했으며 전날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고인은 화천대유 심사과정을 전담하고 배당이익을 설계한 실무총괄이었고 대장동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으나 거대한 설계에 비춰보면 깃털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그분에 한없이 관대했던 검찰의 꼬리 자르기 수사로 명을 따른 죄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잇따라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을 만든 대장동 실무진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극에 대해 설계자라던 이 후보의 책임 있는 입장을 기다린다”며 “특검 요청이 진심이라면 핑계만 수북했던 협상에 지금이라도 착수할 것을 이재명의 민주당에 지시해 달라”고 주문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22일 긴급성명을 통해 “몸통은 펄펄 날아 숨 쉬고 깃털들만 목숨을 끊거나 감옥 가는 이 불합리하고 기이한 상황을 하루빨리 깨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안 후보 역시 연이은 죽음의 배경을 의심하는 듯 “깃털에 불과한 그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는지, 어쩌면 누구에겐가 죽음을 강요받았는지는 몸통인 그 분만이 알 것”이라며 “어떤 말 못할 사연이나 상황이 있었기에 두 사람이나 목숨을 끊는 것인지 국민은 궁금하고 두렵기조차 하다. 특검 수사로 죽음의 행렬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김 처장의 유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번 죽음에 대한 의문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조차 22일 국회에서 “대장동 사업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증인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불상사가 이어지는데도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라는 이 후보는 법적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 수사가 무력화되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특검을 결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검찰을 향해서도 “윗선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도는 와중에 결국 안타까운 죽음만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 수사가 미래 권력 눈치 보기와 윗선 꼬리 자르기였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여영국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저격했는데, “사람이 먼저라고 했는데 사람이 죽어가는 지금 뭘 하고 있나. 검찰 사무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은 바로 대통령”이라며 “진실을 밝혀 사법 정의를 지켜야 할 검찰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책임을 물으시라. 시민들이 겪는 혼란과 두려움, 아니 진절머리에 상설 특검 시행 등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 특검 요구에 기존 입장 되풀이한 이재명, 김문기 사망엔 ‘침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층 전시장에서 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층 전시장에서 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심지어 여 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선 “대선 일정을 중단하고 사람이 왜 죽어가는지, 두려워하는 시민들에게 책임져야 한다. 대선후보 자격을 정지하고 진실에 기초한 주권자 선택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책임져야 한다”고 대선후보 자격 정지까지 요구했는데, 민주당에선 김 처장이 사망한지 12시간 만인 22일 고용진 선대위 수석대변인 성명문을 통해 애도를 표하면서 “더 이상 소중한 목숨이 희생돼선 안 되고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입장만 내놨다.

여기에 이 후보도 김 처장 사망 소식이 나온 이후 자신의 SNS에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던 자영업자 사망에 대해서만 비통하다는 추모글만 올렸을 뿐 사실상 침묵을 이어가다가 22일 한국여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처장 사망과 관련 ‘특검법 발의를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미 요청했고 여야 협의를 통해 해야 할 것이다. 실체를 명확히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서로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만 답했다.

아울러 김진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장동 의혹을 파헤치려 하니 이 후보 측이 김 전 수석 아들의 입사지원서 논란을 퍼뜨렸다는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 주장에 대해선 “그 분 생각 아니겠나.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는데, 그러면서도 김 처장 사망에 대해 메시지를 낼지 묻는 질문엔 끝내 답변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 지난 10일 유한기 전 본부장 사망 당시엔 “명복을 빈다. 비통한 심정”이란 입장문을 사망 당일에 내놨던 점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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